[eBook] 와일드 - 4285km, 가장 어두운 길 위에서 발견한 뜨거운 희망의 기록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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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종주한 기록을 담은 자전적 회고록 <와일드>.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셰릴은 갑작스럽게 엄마를 잃고 격한 슬픔과 외로움에 무너져 버린다. 자신이 망가지도록 내버려두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PCT 안내 책자를 발견하고 '길을 걷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한다.


두려움은 또 다른 두려움을 만들어낼 뿐이지만
의지는 또 다른 의지를 낳는다.
나는 내가 스스로 강한 의지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그리고 내가 두려움을 실제로 극복하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와일드>099

26살의 그녀는 어떠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채 4285Km를 3개월 동안 홀로 걷는다. 생각하고 걷고 또 걷고를 반복한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과거의 상처들..알콜중독자인 아버지의 학대, 어머니의 죽음, 이혼과 마약 등의 아픔들을 드러내어 마주하고, 걷는 과정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자연, 육체적 고통 등을 경험하며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책은 놀랍도록 침착하고 솔직하게 이 과정을 담아낸다. 억지스럽게 감동을 끌어내려고 하지 않고, 사실적이며 담담하게 슬픔, 용서, 용기, 희망 등을 기록해나간다.


나는 셰릴이 엄마의 죽음으로 무너지는 게 백프로 공감되지는 않았다. 아직 겪지 않은 일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의 고통 역시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각자마다 원하는 게 다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듯. 그리고 무너진 정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도 각자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셰릴은 험난한 걷기의 여정을 선택했고, 나는 내게 맞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이제 나는 믿게 되었다.
더는 무언가를 잡으려 텅 빈 손을 물속에서 휘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단지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그리고 알게 되었다.
다른 모든 이의 인생처럼 나의 인생 역시 신비로우면서도
돌이킬 수 없이 고귀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바로 이것.

<와일드> 575


<와일드>를 통해 배운 건 용서나 응징이 강한 자아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치유나 회복도 마찬가지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고통들은 진짜가 아니라 느낌일 뿐이기에. 그저 전날 밤 꾸었던 꿈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것들을 붙들고 괴로워야 할, 위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그 누구도 원망할 필요가 없다. 그들 역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는 것이니까. 그들에게는 그것이 옳은 일이며 나는 내 방식이 옳은 일이다.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만나기도 떠나보내기도 하면서 살아내는 것이 전부다. 삶이 엄청난 일인 동시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여기면 앞으로의 남은 여정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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