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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철학하다 ㅣ 가슴으로 읽는 철학 1
사미르 초프라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는 불안해하는 자신에게 더는 불안할 필요가 없다."027
<불안을 철학하다>는 불안에 관한 철학적 이해를 명석하게 풀어낸 책이다. 불교, 실존주의, 정신분석학, 유물론적 비판철학의 특징들을 저자의 지식과 경험적인 통찰을 근거하여 불안의 본질은 무엇인지, 삶에서 불안은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불안에 관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모호하지 않게 설명하여 우리가 전과 다르게 불안을 '이해'하고 다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에 따르면 불안을 치유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평소 느끼는 불안에 대한 이해'다. 우리는 자신에게 특별한 상황이 주어져서 불안하게 되었다고 믿지만 착각이다. 그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며 삶의 의미와 가치는 그 사건들에 부여한 우리의 해석의 문제다. 또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때까지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세상에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에 불안은 나 자신이며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불안하고, 스스로 만든 규범에 스스로 상처받고 살아간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화적, 사회적, 도덕적 관점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인간적인' 것들을 요구하고, 부합하지 못했을 때에는 자기반성과 자기비판을 강요한다. 저자는 불안은 기존 방식을 파괴하라고 요구하는 가슴아프고 무섭기도 한 가능성이어서 '죄책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을 때, 특히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욱 죄책감이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잘못'이라고 느끼면 우리는 불안해진다. 이 감정이 적절한 건지 모른채 불안감과 죄의식에 시달리고, 앞으로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불안도 더욱 커진다.
여기에 저자는 인식이 감정을 낳고,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철학적 성찰로 불안을 제대로 인식하면 불안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마땅히 수용해야 할 불안과 강요된 의미없고 불필요한 불안이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주는 실존적인 불안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외에 불안은 불필요한 것이기에 대부분 의미를 두지 않는 용기를 내야한다. 세상에 올바른 삶, 정해진 답은 없다.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구성해나가면 된다. 더는 두려울까봐 두려워하고, 불안할까 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늘 불안했고 앞으로도 반드시 불안할 것이다.' (p029)저자의 이 말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게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중 핵심일 것이다. 일단 불안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고통도 점점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말하는 '행복한 삶'을 가장한 폭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평가 기준이 되면 우리는 질투, 열등감, 죄책감 등에 사로잡히고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세상이 종용하는 삶을 의심하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하고 되지도 않을 불안 퇴치에 힘쓰기보다 현재에 관심을 집중하고 불안과 함께하며 다독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