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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보고서 -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천재들의 비밀코드
스콧 배리 카우프만.캐롤린 그레고어 지음, 안종희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1월
평점 :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정말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그리고 읽다보니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천재가 되는지 우리는 모두 안다. 그런데 다들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목적과 수단이 바뀌어버린 채로 천재 만들기에 몰입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이 천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고등학교 시절 데뷔한 “이소은”이라는 가수가있다. 어릴 적부터 그녀를 보며 천재라고 생각했다.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며 그녀 뿐만 아니라 그녀의 언니도 천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매를 천재로 키운 것은 사교육이 아니었다. 끊임 없이 대화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는 가정의 분위기였다.
하게끔 하는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는, 그게 바로 천재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런데 그걸 그렇게 두기가 참 힘들다. 학교 생활을 하려면, 사회 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규칙 같은 것이 있는데, 그건 그 누가 정해준 것은 아니지만 다같이 그것이 맞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그건 천재로 만드는 방법과 전혀 다르다.
“~카더라”가 지배한 세상에서 그 카더라에 맞게 살다보니 다같이 그러카더라 하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천재 보고서에 실린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카더라와는 멀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거기에 빠져 그것만 하던 사람들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그러든말든 그냥 하는 사람들이다. 더 대단한것은 그들의 부모들이다. 보통 부모들은 자식이 한가지에 빠져 그것만 하면 불안하다. 학교 생활도 해야하고, 공부도 해야하고, 숙제도 해야하는데 음악에 빠져있거나, 게임에 빠져있거나, 춤에 빠져있거나, 노래에 빠져있거나, 한 과목에만 빠져있거나 한다면 참지 못한다.
그러면서 모든 걸 다 잘하기를 바란다. 모두 80점이 아니라 100점을 원한다. 모두 100점이 과연 천재일까? 천재보고서에 등장한 천재들은 한가지에 100점이었고 그걸 계속 파고 또 팠다. 그래서 천재라 불리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었고, 엄청난 시련을 겪은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끝장까지 본 사람들이 바로 천재라 불리게 되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여러 자기 계발서를 읽은 후 느끼는 감정들도 똑같다. 끝까지 가야 한다. 인간은 모든 걸 잘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 천재들은 그걸 일찍 깨달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걸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하게 둔 부모들이 가장 용기있고 위대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일하는 한 직원이 생각났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학을 나왔으나, 남들처럼 대기업을 지원하지 않았고, 졸업 후 바로 창업을 했다.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 기간 동안 배운 것들이 많아 만족한다고 했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도 그가 맡은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통한다. 지금 부족한 것은 나이일 뿐, 나이 있는 사람들에게 모든걸 예의바르고 겸손한 자세로 쏙쏙 빼앗아 가고 있다. 가끔씩 천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해도 빠르고 똑똑하며 설득도 기가막히게 잘한다.
부모님이 궁금해져서 물으니 아버지께서 여기저기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많으셔서 그런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어깨 너머로 이것저것 배워왔다고 한다. 아버지의 직업은 “의사”라고 했다. 보통 그런 직업을 가진 부모 밑에서는 보수적으로 사회적 통념을 따르는 자식을 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아버지야말로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든 하게 두는 것, 하고 싶은걸 하게 두는 것, 그것이 똘똘한 아이를 키워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하며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안타깝게도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에 천재라고 할 만한 아이들은 없었다. 천재였다면 과외가 필요없었을테니까. 그 중 가장 기억나는 아이는 공부를 너무 못했던 아이다. 중학교 1학년 중간 고사 평균 점수가 50점 이하였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 이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개명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는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중학교 1학년생인데 차에 관심이 정말 많아서 자동차 잡지를 여러권 읽었고, 차량의 이름, 종류, 엔진의 특성까지도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떻게 운전을 해야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어려서 면허를 따지 못했을 뿐 혼자 독학을 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부모는 성적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관심 분야를 철저히 배척했고, 이런 것들을 좋아해서 공장밖에 더 가겠냐며 항상 걱정을 하셨다. 아이가 차를 좋아하니 영어로 된 차 관련된 잡지를 한 번 사줘보시는 것은 어떻겠냐고 의견을 드렸다. 역시나 아이는 그 잡지를 끼고 살았고 그 덕분인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영어 성적은 30점대에서 50점 이상으로 올랐다. (잘 찍었을 수도 있다.) 부모님이 가진 생각과 아이의 반항 속에서 탁구공이 된 기분이 들어 스스로 관뒀지만, 궁금하다. 지금 그 아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 역시도 용기 없는 부모라 카더라 속에서 아이의 교육을 맡기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 하는게 좋다라는 의견말고는 다른 큰 주장이 없어 미술학원 외에는 내가 원한 교육대로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푹 빠져 하고 싶은게 있다고 이야기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짐한다. 그때가 되면 함께 깊은 대화를 해야지,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줘야지!
* 필름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남깁니다. 역시 믿고 보는 필름출판사^^ 이번 책도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