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유리 준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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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다보니 올해들어 읽은 책들은 계속해서 죽음이 관련되어있다. 죽을 날을 정해 놓고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두 권이나 읽었는데 이번엔 반려동물과의 이별이다. 첫 에피소드부터 눈물샘을 자극해서 이거 이러다 어쩌지 했는데 에피소드가 모여 더 큰 이야기로 만들어져 큰 울림을 주었다.

마음 먹고 읽으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는, 아니 오히려 마음 먹고 하루만에 읽기를 바라는 몰입감이 충분한 소설이다. 얇지 않은 두께지만 그만큼 술술 잘 읽힌다. 일본 소설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비슷한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있기에 전혀 이질감 없이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었다.

기적의 카페라 하였는데 표지는 왜 저런 디자인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 결말을 향해가며 궁금증이 풀렸다. 읽는 중 책을 덮고 다시 표지를 다시 보니 머릿속에 펼쳐지는 그림과 같아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반려동물과의 에피소드가 주제가 되었지만 이 소설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갖는 감정, 추억, 사랑 모두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에피소드 몇가지 감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를 읽고 느껴야 한다.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한 사람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다.

우리 친정에서도 2년 반 전 부터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 그 귀여운 녀석의 존재로 아빠의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때로는 행복을 안겨주고 함께 웃으며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워낙 눈치도 빠르고 영악한 녀석이라 언젠가는 엄마가 “얘 조금 있으면 말도 할거 같아”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녀석의 행동과 내는 소리를 통해 같이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카페에서 주인공과 하는 대화를 읽으며 그 녀석이 자꾸 떠올랐고, 그래서 더욱 눈물샘이 자극되었다.

사람들은 참 솔직하지 못하다. 상대방의 기분을 해칠까봐, 나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면 내가 모두 책임져야 할까봐, 또는 미움받을까봐.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말”이라는 커뮤니케이션에 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생 말하고 살면서 정말 중요한 말은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히려 동물들은 말로 인해 오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대화하려 하고 더 많이 표현해준다. 그래서 말의 “교환”이 더 많아진 요즘 세상에 더욱 반려동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카에데안을 찾은 손님들은 오히려 반려동물을 통해 나와 평생 함께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접하게 되고 여러가지 감정에 휩싸인다. “있을 때 잘해”란 말이 있지 않는가.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때문에 그르치고마는 관계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을 반려동물을 통해 전달하라는 것이 아니다. 소중한 관계는 “있을 때 잘해”야 한다.

필름출판사를 통해 또 좋은 책을 제공받아 글을 쓰게 되었다.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들,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마음을 정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출근 길, 이상하게 얽혀버린 업무들의 원인이 뭔지 생각해보며 화가 나는 부분도 있지만 이 모든 건 커뮤니케이션의 미숙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정면으로 부딪혀보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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