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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 -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술
비탈리 카스넬슨 지음, 함희영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3월
평점 :
제목을 보고 굉장히 무거운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술술 쉽게 읽힐 줄은 몰랐다.
도대체 왜 제목을 이렇게 통제 불가와 설계로 반전되게 설정했을까 생각했다. 읽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이런 반전을 이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외부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니(내 손을 떠난 것이니),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그 시간을 행복하게 사용하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 내 상황에서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가장 잘 와닿았고 기억에 남는 부분인 것 같다. 몇 개월간 공들여 준비한 모든 것들이 이제 내 손을 떠났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괜한 불안이 닥쳐와 지독하게 예민한 요즘이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감정의 동물은 그 논리를 감정으로 이겨버리는 성향이 있다. 나는 스스로 T 인간이라 칭하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공들인 프로젝트에는 감정이 실리게 마련이다.
저자 역시 냉철한 투자자이지만 스스로도 감정의 인간임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본인의 당시를 돌아보며 차분히 이야기한다. 지금의 나라면 그렇게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쏟지 않고 차라리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갖겠노라며.
언뜻 읽다 보면 그러니까 결국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또 명상, 운동을 하고 루틴을 지키라는 이야기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전달했다.)
하지만 저자는 강요하지 않고 정말 가볍게 본인의 이야기를 한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그냥 들으라고 하지 않는다.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이니 본인은 클래식을 듣지만 다른 사람은 그가 좋아하는 록 음악을 들어도 무방하다고.
사람들은 생긴 것만큼이나 행동 방식, 생각, 취향이 모두 다르다. 본인이 성공한 방식을 무조건 따르라는 강요가 아닌, 나는 이게 편했으니 나만의 방식을 찾으라는 다정한 화법으로 전달하기에 다른 자기계발서에 비해 거부감이 덜했다.
본인의 과거 이야기부터 현재까지의 에세이처럼 시작해 갑자기 스토아학파 이야기, 창조적인 글쓰기와 클래식 음악으로 이어지며 기승전결도 잘 모르겠고, 여러 책으로 나누어 써야 할 챕터들을 무작정 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 저자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방식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완벽한 방식이 아닌 형식을 파괴한 책을 써내며 클래식 음악에 있어 획기적이었던 음악가들 역시 모두가 옳다고 따르는 방식을 파괴하며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결국 현재에는 최고로 칭송받는다 말하며 어느 정도 합리화도 하고 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기에 오히려 술술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10년 전 북한산 등산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길 안내를 해주신 어르신께서는 흙을 밟는 산길로 갔다가, 돌 위를 기어가야 하는 길로, 계단 길로, 돌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 길 등의 여러 길로 우리를 안내하셨다. 너무 힘들다고 하니 해주셨던 말씀은 “그렇다고 계단만 타고 올라가는 산은 재미가 없다. 다양한 길을 통해 올라가야 산을 오르는 재미가 있다”였다.
세상은 옳다 만들어진 이론과 그 이론을 무너뜨리는 다른 이론으로 발전해 왔다. 지금 내가 기다리고 있는 그 결과 역시 기존의 방식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하지만 이 기간을 이 책과 함께 시작했기에 그 스트레스를 조금은 덜어내고 온전한 상태로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항상 기꺼이 만족해 서평을 쓸 수 있는 도서를 추천해 주는 필름출판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번 역시 딱 필요한 책을 적당한 시기에 읽을 수 있어 마음의 불편을 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