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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이올린 ㅣ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1년 7월
평점 :
막상스 페르민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 프랑스 문학과는 잘 맞지 않아 멀리하는 편이지만 음악을 소재로 다룬 소설은 빠짐없이 읽으려고 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집어 든 소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때는 18세기 말 유럽. 바이올린이 전부인 소년 요하네스 카렐스키는 청년이 되어 바이올린을 그만두고 오페라를 쓰기로 한다. 만 31세가 되는 해 어느 날, 나폴레옹이 이끄는 전쟁에 징집되어 참전. 전장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하지만 기적적으로 고비를 넘기고 후방 부대에 배치된다.
얼마 후 베네치아 점령군에 배속된 카렐스키는 자신이 머물게 될 집에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집주인 에라스무스를 만나고. 그가 오래 전 파리에서 바이올린 제작자로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벽에 걸린 ‘검은 바이올린’이 궁금한 요하네스.
그리고 사랑처럼 한 번 맛보면 빠져나올 수 없어 불행해질 테니 신경 끄라는 노인. 한 여인의 목소리를 바이올린에 “가두고 싶”었던 에라스무스는 결국 꿈을 이루지만 “그녀의 눈동자들처럼 검은 바이올린에서 그녀 목소리를 재현”(141)한 “그 흉한 밤,” 그 여인은 “목소리를 잃었다”(148).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라스무스는 숨을 거두고. 카렐스키는 결국 오페라를 완성하지만 곧 태워 버린다.
이 짤막한 소설의 요지는 ‘역자의 말’ 그대로다. “광기 어린 소유의 시대....사랑이란 예술이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이다”. 음악은 정령 소유할 수 없는 것인가? 일부 음악학자들이 음악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수행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한지도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음악학자, 연주자, 애호가를 비롯해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는 여전히 음악을 소유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페르민의 소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음악은 오로지 연주되고 감상되는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존재한다는 것. 애초에 소유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경험’으로 존재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페르민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은 인생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 지금의 나라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되 미련을 갖지는 말라고 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