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V양 사건 초단편 그림소설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고정순 그림, 홍한별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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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이 이야기는 런던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라고 썼으나, 글쎄 오늘날에도 어쩌면 이질적이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죽음을 실험적으로 기술한 작품인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은 비혼 여성, 고립 여성 청년들이 늘어나는 지금 사회에서도 어쩌면 낯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무관심 속에서 희미해지고 지워진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소설에 고정순 작가의 그림이 너무 어우러지고 좋다. 이 그림과 소설은 어우러지면서 동시에 각각의 작품들로 존재한다. 이 다른 표현의 예술을 같은 자리에서 만나 반갑다. 지워지기 쉬운 존재들을 호명하는 시간이었다.

<불가사의한 V양 사건>, 버지니아 울프x고정순, 아름드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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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 사회 구조가 만드는 외로움의 고리를 끊어내는 개인의 연대
턱괴는여자들 외 지음 / TohPress(턱괴는여자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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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땅을 파헤치는 여정을 시작’하기 위한 이 책은 외로움을 개인에게 전가해왔음을 밝히며 사회 구조가 만든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 위해, 연결의 자양분을 만들기 위해 ‘나’를 드러내고, ‘너’를 만나, ‘우리’를 그리는 작업을 만들었다. 우리는 마주보기 시작하며 소외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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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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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는 영화감독, 뮤지션, 기자, 배우, 작가 등의 사람들이 ‘쓰는 것’에 대하여 쓴 글이다. ‘쓰는 것’에는 잘 쓰고 싶은 것이나 쓰고 싶어하는 글도 포함되고, 전혀 쓰고 싶지 않거나 쓰지 못하는 마음도 포함된다. 그리고 글을 쓰기까지의 루틴도 역시나 포함된다. 그러니 ‘쓰는 것’에는 참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같은’ ‘쓰는’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제각각 다른 그러나 연결되는 마음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그러나 가장 행복하고 자신일 수 있을 ‘쓰기’의 행위.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생애 계속될, 끝나지 않는 경계선.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이석원•이다혜•이랑•박정민•김종관•백세희•한은형•임대형, 유선사

p47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죽기 전에 딱 두 편만 더 찍자. 단 내가 좋아하는 걸로만. 난 작으니까 조금만 찍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계획일 수 있지만, 그 누구보다 큰 야망이라 벌써부터 두근댄다.

p82 내가 같은 질문을 반복할 때 선배들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 일도 잦았는데, 이제는 그 얼굴을 이해한다. 본인들도 잘 모른다.
글 쓰는 사람들은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읽고 쓰고 안간힘을 쓰면서 원하는 무언가에 가까워지고자 한다.

p92 내가 읽고 싶어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내게도 있다. 쓰지 않은 글을 쓴 글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지 않은 글의 매력이란 숫자에 0을 곱하는 일과 같다. 아무리 큰 숫자를 가져다대도 셈의 결과는 0 말고는 없다. 뭐든 써야 뭐든 된다.

p101-102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 자체는 그리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은 아니다. 쓸 것이 정해져 있으면 안무를 다 외운 무용수처럼 들려오는 음악에 맞춰 무대 위에서 몸을 움직이면 된다. 머릿속에서 이미 한차례 쓰인 말과 글들을 받아 적는 느낌이랄까. 안무를 다 외운 무용수는 작은 무대에서도 큰 무대에서도 준비한 '춤'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움직일 것이고, 머릿속 글을 받아쓰는 나 또한 이 종이 위에 그 글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집중해서 쓴다.

p114 가족, 친구, 연인. 팬들 모두 나를 영원히 지켜봐 줄 수 없 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내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나를 응 원할 수밖에 없었다.

p195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20년 정도를 보냈다. 20년은 내게 뼈아픈 시간이었다. ’쓰고 싶다'라고 생각했지만 쓰지 않았던 시간들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p221 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떠오르는 첨예한 쟁점들에 대하여 매번 입장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때매로 입장을 갖지 못할 때도 있고,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 내가 회색분자라서가 아니라 세상에는 내가 입장을 가지고 떠들어댈 수 없는 쟁점들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런 것을 주제 파악의 기술이라고 하겠지. 주제 파악만 잘해도 조금은 선량해질 수 있다.

p241 나는 청결하고 질서정연한 세계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느끼지만, 동시에 저항하고 싶고 그 세계를 파괴해 버리고 싶다. 나는 정치적 올바름의 가치를 중요시하지만, 내 곁에 항상 올바른 사람들만 두고 싶진 않다. 나는 엘리트주의를 혐오하는 동시에 몰개성적인 다수를 혐오한다. 금욕적인 청교도 정신을 거부하면서 가톨릭 사제를 매력적으로 여긴다. 나는 무신론자이자 기독교인이고, 남성이자 페미니스트다. 나는 발언하고 싶지만 입을 닫고 싶다. 쓰고 싶지만 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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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 꿈꾸는돌 39
정수윤 지음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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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유‘가 있다. 적어도 혹은 동시에 많은 경우 이동의 제한을 크게 받진 않는다. 물론 이건 장애,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상황과 조건과 맞물리고 그것은 중요한 지점이기에 모두가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럼에도 한국에 살아가는 ‘우리’는 ‘자유’가 있다. 또 한편으론 그것이 한국이 열려있고, 환대의 공간, 평화로운 나라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채로운 정체성과 위치와 조건들을 간과하는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북한에서 태어나 북한을 떠나고자 한, 떠나온 이들의 이야기가 세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교챠하며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계속 ‘안전’하게 살아가는 나에게는 없는 이주, 그것도 불안전하고 폭력적인 이주, 절박한 생존의 이주의 모습들이다. 오늘도 몇명일지 모르는 존재를 우리는 오늘도 모르고 살아갈 것이다. 얼마전 한 영화에서 실패할 경험, 실패할 자유를 욕망하며 북한 너머를 그리는 이야기를 보았다. 이 책의 설이, 광민, 여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들에게 주어지는 혐실은 녹록치 않기에 마음은 다소 혼란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누구나의 안전, 누구나의 욕망, 누구나의 생존에 대해 생각한다. 나만이 아니라.

<파도의 아이들>, 정수윤 장편소설,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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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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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든 고민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고민은 ‘인간관계’였다고 썼고, 나는 그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저자와 나는 프롤로그부터 삐걱거린 사이일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회불안장애를 경험한 저자의 경우 많은 사람들과의 공간•관계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그 사회불안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분투가 지금의 저자가 말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그가 무턱대고 회피를 이야기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 각자의 안전을 위한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더 적극적으로 ‘나를 존중해주는 관계’를 찾아야 한다는 것과 같이.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는 것은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혼자 살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리’일 수 있는 유대를 만들며 살아가자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게 하잔 거였다. 가족이나 직장 등에서 구속 받고 억압받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흐르다보니 삐걱거리는 것 같던 나와 저자는 제자리를 찾아 둘러앉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그러한 관계가 중요했고, 그런 관계들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기에. 밉거나 싫은 마음, 속박되고 억울하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 나를 가두지 말고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고 안도할 수 있는 삶. 그 지향이 우리를 각자 자신으로 살게 하면서 타인에게도 다정할 수 있는 삶일 것이다.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쓰루미 와타루,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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