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를 바꾼다는 것 -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먼로 버그도프 지음, 송섬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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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자신을 남성/여성이라고 생각했어?”
“언제부터 자신을 게이/레즈비언이라고 생각했어?”

많은 사람들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여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거나 탐구해본 적 없는 것들을 질문이란 포장으로 너무나 쉽게 말한다. 이성애 규범 사회에서 당연하다는 전제로 의심하지 않는 것들 사이로 수많은 균열이 일어나고, 다름이 존재하는데도 언제나 그것이 소수의 일처럼, 쉽게 지워도 된다는 듯이, 혹은 안타까워해야 하는 듯이.

<젠더를 바꾼다는 것>에서 먼로 버그도프는 트랜지션이 인생의 어느 한 결정적인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 도대체 언제부터 너를 남성이나 여성이라고 생각했니? 라는 말을 ‘만족’시킬만한 어떤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고, 우리의 삶이 생애 전반에 걸쳐 변화하고 만들어가는 것처럼 트랜지션 역시 그렇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먼로에게 ‘트랜지션이라는 결정은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잡는 것’이었고, 그것은 ‘트랜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별안간 딴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나를 편안하게 잘 맞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겪는 과정이고, 지금도 경험 중이기 때문이다. “자기발견”이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을 계속해서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먼로는 말한다. ‘트랜지션은 보편적이다.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이라고. 그러니 트랜스젠더 이슈는 우리 모두의 이슈가 아니겠는가. 나는 이 트랜지션의 보편성에 무릎을 치며 공감했고, 탁월한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먼로의 삶에 존재해왔던 트랜지션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특히 청소년 시기에 대해 다루는 챕터에 대해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우리를 자연스레 인정하는 목소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때, 청소년기 경험은 우리에게 극도의 고립감을 느끼게 한다’고 썼다. 그의 글처럼 많은 경우 청소년기 성소수자란 인식을 해나갈 때, 정보도 없고 주변에선 나를 이상하게 취급하거나 나를 비정상이라고 하는 경험들이 청소년 시기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의 많은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력은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부정적일 때가 많기 때문에 그 시기에 일어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먼로 역시 괴로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자신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원치 않는 섹스를 하거나 관계를 맺고, 자신을 수치스러워하고,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고 불안에 둘러싸인 시간을 보냈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조력자를 만나고, 지지받을 수 있고,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다정한 동료시민과 친구들이 될 수 있을까.

또한, 그는 ‘시스젠더’로 ‘패싱’되어야 하는, 불안이 끊이지 않는 노동 현장의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페미니즘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나눠온 사랑과 자기애 회복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 정체화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페미니스트로서의 배워나간 이야기이기도 하고, 자기애를 어떻게 회복해나갔는지에 대한 치유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조금 놀라운 마음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트랜스젠더 모델의 이야기로 트랜지션 과정이 주된 내용일 줄 알았는데, 읽고보니 이 책은 그보다 훨씬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성별이분법 세상에서 자신을 미끄러진 존재로 수치스러워했던 이가 어떻게 퀴어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혐오차별 사회를 바꾸고자 노력했는지! 아,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젠더뿐 아니라 섹슈얼리티, 사랑, 관계 인종 등 다양한 정체성과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에서 사실 어렵지 않게 경험하는 (데이트 등의)위계나, (가족의) 억압에서 로레알과 같은 대기업의 차별 문제에 대해 멈추지 않고 지금/오늘까지 살아온/살아내 온 먼로 버그도프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만나면 좋겠다.

이 책을 다 읽고 이 글을 쓰는데, 연락을 하나 받았다. 성별정정 과정에 있다는 그의 소식에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그간 얼마나 고생하고 수고했을지, 지금의 한국 사회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그가 외롭지 않도록 함께 싸우고, 춤을 추고, 다정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의 마무리로 이 책의 추천사에서 김결희 선생님이 쓴 글의 마지막 문장을 남겨두고 싶다.

”우리에게는 끊임없는 자기발견, 트랜지션이 필요하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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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숨결 가까이 -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자연의 방식에 관하여
리처드 메이비 지음, 신소희 옮김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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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이나 자연작가인 리처드 메이비는 ‘깊고도 기나긴 우울증’으로 삶의 무너짐을 경험한다. 그는 사랑하는 친구들 덕분에 그 시기의 자신을 버텨가고 또 그의 표현대로 ‘수리해나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삶의 터전의 변화, 자연으로의 이동/이주로 그 시간을 치유해나갈 수 있었다. 이 역시 그의 표현대로라면 기존의 ‘둥지를 떠나 날아오르는 새처럼’ 그는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금 삶을 느끼고 살아가고자 했다. 리처드 메이비는 새와 나무와 숲, 흐르는 물, 동물과 식물, 자연을 바라보고 경험하면서 그는 많은 것을 새로이 배우고, 발견하고, 스스로 역시 나아가는 과정을 가졌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인간동물 중심 사회에서 이뤄지는 비인간동물과의 착취와 조직, 관리 등의 관계가 아닌 상상력과 존중을 통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하며 이루어져 있다. 그의 아픈 경험의 치유 회복은 자연과의 연결로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동식물의 삶이 담겨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한 개인의 우울증에 대해 바라보고 다시 회복해 나가는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함께하고 자연의 곁에서 머물며 오랜 시간 인간동물이 얼마나 자연을 대상화하고, 착취했는가를 돌아보는 글이기도 하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을 넘어 자연 속에 존재하는 작은 존재들의 이루어짐 속 하나인 우리가 어떻게 다른 관계를 맺어가고, 함께 살아가야 할까. 이것은 이제 너무나 급박하고 가까운 질문, 아니 대답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기후 위기 시대, 더는 만나기 어렵거나 곧 그렇게 되어갈지 모르는 야생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나며 초록의 파랑의 빨강의 노랑의 색색의 상상을 가슴에 품고 우리를 둘러싼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다시금 인식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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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 나를 열어 주는 열여덟 가지 질문
장쯔쥔 지음, 남진희 옮김 / 원더박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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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이 물음은 어느 한 세대나 특정 나이•상황에 국한되지 않는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빠른 시기, 어린이 시절 머릿속에 드는 여러 질문들이 무시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풀어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를 하나의 장소라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의 시작, ‘나 자신’을 ‘집’으로 생각하며 집에 있는 여러 방=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설명이 아주 마음에 들고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인간의 출산=태어남부터 성, 성별 정체성, 사회적 역할이나 정체성, 감정이나 관계 등 ‘나’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다루고 있고, 다루는 그 방식이 참 좋았다. 나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역시 중요하다. 이 책을 만나 그 과정을 헤쳐나갈 어린이 동료시민들을 상상하니, 부럽기도 하고 마음이 좋아진다.

<나는 누구일까? : 나를 열어 주는 열여덟 가지 질문>, 장쯔쥔 글•그림, 남진희 옮김, 원더박스

*출판사 서평단으로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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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무장지대에 살아
김경구 지음, 가지 그림, 이용철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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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 <우리는 비무장지대에 살아>는 비무장지대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에 대한 동시와 그림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동시집이기도 하고 그림책이기도 하다. 이토록 다양하고 많은 동•식물이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다니!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기에 놀라지 않아야 하지만, 이내 놀라고 만다. 거기엔 ‘아직’이란 것이 붙고 말기 때문이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생을 잘 살아나간다 여기기에는 이 책 속 동•식물은 대부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국가보호종 특산식물, 해양보호생물 등으로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위험에 처하거나 취약한 상황 속에서 오늘도 헤쳐나가고 있다. 읽으면서 아름답다 생각되면서 또 어떤 동시를 읽으며 인간동물로서 마음이 따끔따끔했다. 사라지지 않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삶에 우리가 해야할 것들에 대해 나눠야할 시간이다. 너무 늦었지만, 늦었다고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곁으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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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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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믿고 사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래서 다들 외곽으로 온 거야.”

평생 알았던 공동체의 규칙이나 목적 자체가 사실은 거짓이었다면, 내가 알던 도시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일까. ‘중앙’이라 여겨졌던 공간이 사실은 ‘외곽’을 위해 일하는 곳이고, ‘외곽’이 다른 의미에선 진짜 중앙이었다면, 다시 그 ‘중앙’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온영은 그러한 선택을 한다. 자신을 속여온 중앙으로 되돌아간다. 진실을 안 이상, 그는 아무렇지 않게 외곽에서 살아갈 수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저 그는 통제받지 않고서 곁에 동료와 친구들을 두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비록 자신이 살아온 중앙의 노동으로 외곽이 편히 살아왔다지만, 그리고 자신에게 외곽에서 살 기회가 생겼지만, 그는 누군가의 착취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 없었다. 다시 그 착취의 공간에 돌아가면 다 똑같지 않냐고? 통제받으며 그전과 똑같이 홀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거 아니냐고?

온영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고. 똑같지 않다고. 왜냐하면 온영은 그리고 같이 중앙으로 돌아온 이들은 서로를 믿는 친구가 되어주었고, 친구가 존재하게된 그들은 더 이상 그전과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영은 버블을 깨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똑같아 보일지라도 몰랐던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을 선택하였다. 비록 중앙은 변하지 않았지만, 온영이 그대로이지 않기에, 함께 돌아온 이들이 그대로이지 않기에, 중앙은 그것으로 이미 균열이 일어나며, 달라지게 된다.

이제 온영은 중앙에서 외롭지 않다. 혼자가 아니기에.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젠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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