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숨결 가까이 -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자연의 방식에 관하여
리처드 메이비 지음, 신소희 옮김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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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이나 자연작가인 리처드 메이비는 ‘깊고도 기나긴 우울증’으로 삶의 무너짐을 경험한다. 그는 사랑하는 친구들 덕분에 그 시기의 자신을 버텨가고 또 그의 표현대로 ‘수리해나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삶의 터전의 변화, 자연으로의 이동/이주로 그 시간을 치유해나갈 수 있었다. 이 역시 그의 표현대로라면 기존의 ‘둥지를 떠나 날아오르는 새처럼’ 그는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금 삶을 느끼고 살아가고자 했다. 리처드 메이비는 새와 나무와 숲, 흐르는 물, 동물과 식물, 자연을 바라보고 경험하면서 그는 많은 것을 새로이 배우고, 발견하고, 스스로 역시 나아가는 과정을 가졌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인간동물 중심 사회에서 이뤄지는 비인간동물과의 착취와 조직, 관리 등의 관계가 아닌 상상력과 존중을 통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하며 이루어져 있다. 그의 아픈 경험의 치유 회복은 자연과의 연결로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동식물의 삶이 담겨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한 개인의 우울증에 대해 바라보고 다시 회복해 나가는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함께하고 자연의 곁에서 머물며 오랜 시간 인간동물이 얼마나 자연을 대상화하고, 착취했는가를 돌아보는 글이기도 하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을 넘어 자연 속에 존재하는 작은 존재들의 이루어짐 속 하나인 우리가 어떻게 다른 관계를 맺어가고, 함께 살아가야 할까. 이것은 이제 너무나 급박하고 가까운 질문, 아니 대답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기후 위기 시대, 더는 만나기 어렵거나 곧 그렇게 되어갈지 모르는 야생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나며 초록의 파랑의 빨강의 노랑의 색색의 상상을 가슴에 품고 우리를 둘러싼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다시금 인식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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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 나를 열어 주는 열여덟 가지 질문
장쯔쥔 지음, 남진희 옮김 / 원더박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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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이 물음은 어느 한 세대나 특정 나이•상황에 국한되지 않는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빠른 시기, 어린이 시절 머릿속에 드는 여러 질문들이 무시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풀어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를 하나의 장소라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의 시작, ‘나 자신’을 ‘집’으로 생각하며 집에 있는 여러 방=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설명이 아주 마음에 들고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인간의 출산=태어남부터 성, 성별 정체성, 사회적 역할이나 정체성, 감정이나 관계 등 ‘나’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다루고 있고, 다루는 그 방식이 참 좋았다. 나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역시 중요하다. 이 책을 만나 그 과정을 헤쳐나갈 어린이 동료시민들을 상상하니, 부럽기도 하고 마음이 좋아진다.

<나는 누구일까? : 나를 열어 주는 열여덟 가지 질문>, 장쯔쥔 글•그림, 남진희 옮김, 원더박스

*출판사 서평단으로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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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무장지대에 살아
김경구 지음, 가지 그림, 이용철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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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 <우리는 비무장지대에 살아>는 비무장지대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에 대한 동시와 그림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동시집이기도 하고 그림책이기도 하다. 이토록 다양하고 많은 동•식물이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다니!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기에 놀라지 않아야 하지만, 이내 놀라고 만다. 거기엔 ‘아직’이란 것이 붙고 말기 때문이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생을 잘 살아나간다 여기기에는 이 책 속 동•식물은 대부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국가보호종 특산식물, 해양보호생물 등으로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위험에 처하거나 취약한 상황 속에서 오늘도 헤쳐나가고 있다. 읽으면서 아름답다 생각되면서 또 어떤 동시를 읽으며 인간동물로서 마음이 따끔따끔했다. 사라지지 않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삶에 우리가 해야할 것들에 대해 나눠야할 시간이다. 너무 늦었지만, 늦었다고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곁으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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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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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믿고 사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래서 다들 외곽으로 온 거야.”

평생 알았던 공동체의 규칙이나 목적 자체가 사실은 거짓이었다면, 내가 알던 도시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일까. ‘중앙’이라 여겨졌던 공간이 사실은 ‘외곽’을 위해 일하는 곳이고, ‘외곽’이 다른 의미에선 진짜 중앙이었다면, 다시 그 ‘중앙’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온영은 그러한 선택을 한다. 자신을 속여온 중앙으로 되돌아간다. 진실을 안 이상, 그는 아무렇지 않게 외곽에서 살아갈 수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저 그는 통제받지 않고서 곁에 동료와 친구들을 두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비록 자신이 살아온 중앙의 노동으로 외곽이 편히 살아왔다지만, 그리고 자신에게 외곽에서 살 기회가 생겼지만, 그는 누군가의 착취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 없었다. 다시 그 착취의 공간에 돌아가면 다 똑같지 않냐고? 통제받으며 그전과 똑같이 홀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거 아니냐고?

온영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고. 똑같지 않다고. 왜냐하면 온영은 그리고 같이 중앙으로 돌아온 이들은 서로를 믿는 친구가 되어주었고, 친구가 존재하게된 그들은 더 이상 그전과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영은 버블을 깨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똑같아 보일지라도 몰랐던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을 선택하였다. 비록 중앙은 변하지 않았지만, 온영이 그대로이지 않기에, 함께 돌아온 이들이 그대로이지 않기에, 중앙은 그것으로 이미 균열이 일어나며, 달라지게 된다.

이제 온영은 중앙에서 외롭지 않다. 혼자가 아니기에.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젠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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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책상
하루 지음 / 아침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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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기록하는 건 그 세계를 더 깊고 넓게 만드는 일”이라는 독서가, 기록생활자 하루 작가의 <하루의 책상>. 본격적으로 책으로 들어가기 전인 표지를 요리조리 읽는 것부터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매일 읽는 독서생활자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 책이겠는가.

이 책은 ‘책장’이 아니라 ‘책상’이란 제목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나를 발견하는 ‘독서기록법‘을 다루고 있는 것. 그래서 책 뒤 부록에는 독서기록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가 있다. 예컨대 노트의 종류와 특징까지 있어서 나는 어떤 타입이 맞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나 역시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책을 읽고 노트에 기록을 했다. 내 이름 옆에 저널이라 이름 붙인 독서노트를 썼고, 수 권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일을 하게 되고 그것이 매우 바빠지고 많아지면서 그 체계는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넘어오게 되어 더 이상 손글씨로 노트를 쓰지 않지만 예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또 그때의 나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멋진 독서노트를 여전히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님에게 놀라기도 했다(멋짐!).

중학교 때부터 학교 도서관에 빠졌다는 저자와는 달리 (거의) 책 (읽기) 없는 어린이- 청소년 시절을 지나 청년 시기부터 책을 읽어왔기에 갈증이 훨씬 거대했고 많은 책을 읽고, 매일 읽는 사람이 된 나에게 <하루의 책상>은 ‘책’, ‘읽기’라는 좋아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다른 누군가의 다정한 편지같은 읽기의 시간이었다. 때론 “그치 그치”하며 끄덕이기도 하고 공감하면서(고전을 다시 읽을 때의 이질적 감각과 불편에 대해서도 완전 공감했고요!). 나 역시 책으로 도망가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기에 저자가 책을 읽으며 어떤 유예의 시간을 갖는 마음에 대한 글을 읽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나의 그때를 떠올리기도 했다(웃프지만, 책으로 도망가니 책을 엄청 읽게 되기도).

‘좋아하는 마음 다음에 무엇이 와야 할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치지 않고 오래 좋아하고 싶다‘는 하루 작가의 마음에 너무나 공감하고 지지한다. 덕분에 내가 너무 애정하는 독서 생활에 대해서도 더욱 보듬어주고, 힘을 낼 수 있었다. 때론 임금노동과도 상관없고, 바쁜 와중에도 일은 벌여서 책 읽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찡찡대고,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기도 한 독서 행위에 아주 가끔은 고민스러울 때가 있었는데, 그런 나를 더 좋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애매한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것‘인 나의 취미이자 특기이자 사랑의 행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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