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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ㅣ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믿고 사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래서 다들 외곽으로 온 거야.”
평생 알았던 공동체의 규칙이나 목적 자체가 사실은 거짓이었다면, 내가 알던 도시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일까. ‘중앙’이라 여겨졌던 공간이 사실은 ‘외곽’을 위해 일하는 곳이고, ‘외곽’이 다른 의미에선 진짜 중앙이었다면, 다시 그 ‘중앙’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온영은 그러한 선택을 한다. 자신을 속여온 중앙으로 되돌아간다. 진실을 안 이상, 그는 아무렇지 않게 외곽에서 살아갈 수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저 그는 통제받지 않고서 곁에 동료와 친구들을 두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비록 자신이 살아온 중앙의 노동으로 외곽이 편히 살아왔다지만, 그리고 자신에게 외곽에서 살 기회가 생겼지만, 그는 누군가의 착취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 없었다. 다시 그 착취의 공간에 돌아가면 다 똑같지 않냐고? 통제받으며 그전과 똑같이 홀로 고립되어 살아가는 거 아니냐고?
온영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고. 똑같지 않다고. 왜냐하면 온영은 그리고 같이 중앙으로 돌아온 이들은 서로를 믿는 친구가 되어주었고, 친구가 존재하게된 그들은 더 이상 그전과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영은 버블을 깨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똑같아 보일지라도 몰랐던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을 선택하였다. 비록 중앙은 변하지 않았지만, 온영이 그대로이지 않기에, 함께 돌아온 이들이 그대로이지 않기에, 중앙은 그것으로 이미 균열이 일어나며, 달라지게 된다.
이제 온영은 중앙에서 외롭지 않다. 혼자가 아니기에.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젠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