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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태어나는 말들>의 첫 문장은 ”2018년 5월 7일, 어머니가 자살했다.”이다. 어머니의 자살, 자살생존자인 저자가 다시금 써내려가는 고통의 언어와 애도의 글. 그러나 그 ‘다시’의 과정은 손쉽게 오지 않는다, 결코. 그럼에도 허은실 시인이 썼듯 ”쓰일 수밖에 없는 글이“ 있는 것이겠지. 울면서, 날뛰면서도 쓰는 글. 가슴을 움켜쥐고도 쓰는 글이. 온전히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의 어머니에 대한 사실과 추정이 뒤섞인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들과 그의 원가족의 그러한 이야기가 어떤 과정을 가지고 쓰여졌을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책을 읽기도 하였고, 그 이야기 자체의 무게와 깊이로 이 책을 읽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생각한다. 애초 편할 수 없음을. 왜 편해야 하는가에 대해. 그랬다면 이 말들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고통이 언어가 될 때, 게다가 나와 타인의 고통의 공존을 설명하는 불가능의 시도가 어찌 아무렇지 않고 편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은 저자의 글이고, 저자의 몫에서 토해낸 결과이다. 나라는 사람이 온전하게 나에서만이 아니라 수많은 방식으로 엮어지는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인 ‘나’로 존재하기에 이 경계를 지어 나누기 어려울 법하다. 그렇기에 엄마를 엄마로서만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작업이 되고, 그것이 나라는 여성과도 얽히며 사유되는 것이다. 가부장제 남성중심적 이성애규범 사회에서 엄마란 여성이 받아온 성별화된 설움과 폭력은 대를 지나서도 끊기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이 세상에 존재했다. 그리고 그 성적 폭력과 차별들은 딸인 여성들에게로 이어졌다. 저자 역시 자살 사고와 불안 공황 장애를 경험했다. 어머니의 죽음 이전, 연인이었던 이의 자살을 겪었고, 미끄러지는 연애들로 자기파괴적 시간을 보내었다. 이어받고 싶지 않은 유산 아닌 유산이 되어버린 ‘더러운 것’들은 이 여성들이 만든 것이 아님에도 왜 이 여성들에게 내려졌는가. 이것에 대한 답은 이 여성들이 아닌 이들이 답해야 할 일이리라. 여성들이 ’미쳐버리고‘, 뛰어내리지 않도록. 술에 취하지 않고, ‘미쳐버리지 않고’, 죽어버리지 않고도 이 서러운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주었다면, 아니 애초 그렇다면 이 설움이지 않았을지도. 원치 않는 일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이 세상의 여성들은 그토록 ‘미쳐버렸을까’. 이 ‘미친’ 여자, ‘아픈 몸’의 여자의 목소리들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지궁내막종 수술과 엄마가 사랑없이 폭력으로 시작된 친부와의 결혼을 끝내고, 그가 아닌 다른 남성을 만나고 새로이 가정을 꾸렸을 때 가졌던 일종의 안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물론 처음엔 분노였고, 지금에 와서도 안도일까 싶은 현실이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