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말은 여전히 작고 느리고 희미하지만’ 머리말 제목을 몇 번이나 읊조렸다. ‘우리의 말은 여전히 작고 느리고 희미하지만’ 작고 느리고 희미한 말들이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고 만나서 이어지고. ‘경계를 그리는 해석의 전쟁 속에서, 경계 대신 관계를 그려 넣으려는 페미니스트들의 긴급한 응답’으로 페이스북 페이지 ‘경계없는 페미니즘’이 생겼을 때,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른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에서도 어김없이 일부만을 알고 있거나 가진 상태에서 그것만으로 다 판단되어 납작하게 결론지어진 것들이 많았고, 그것을 말하는 목소리도 그것을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불편하고 아팠던 순간이 있다. 한 사람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들이 작용할 때 서로 따로 떼진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구성되어 우리도 원치 않는 차별에 놓이고 하고 싶지 않아도 폭력을 행하는 위치에 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이, 더 오래 생각하며 조각들을 모아가고 싶은 ‘난민과 우리가 만나는 어딘가’. 모두 같은 모양은 아니라서 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더 깊이, 더 다채롭게 이야기되고 만들어져야 할 우리의 삶과 서로가 만나는 그 사이와 사이. (누군가를 부둥켜 안고 싶어지게, 김비 작가의 글은 다시 읽으면서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