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문학과지성 시인선 566
이수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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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이수명 시는 전진한다. 여기서 전진한다는 것은 전위를 추구하거나 서정을 수호하는 방식처럼 일차원적인 층위가 아니다. 시의 지척을 넓힌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이수명 시의 배후에는, 시의 지척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느 시인들이 쉽게 빠져드는 자기 연민의 늪이나 감상성의 무저갱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는 것 또한 이수명 시의 강점이다. 시의 휘장과 후광을 손쉽게 가져와 사유 없이 너저분한 감정을 늘어놓는 것은, 중견에 접어드는 시인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그러나 이수명 시에서는 그런 혐의가 없다. 도리어 자신을 건조시키는 것처럼, 그리하여 자신을 시에서 지워내는 데 성공하려는 것처럼, 이수명은 시에서 무엇도 추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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