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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평점 :
첫 문장 - 양손에 납작하고 투박한 검은 상자 두 개를 들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씁쓸했던 적이 없다.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일. 청소부는 죽은 자의 생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p.101
하지만 이 집에 머무는 며칠 동안 그에 대한 의문을 거듭할수록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곳에서 무엇을 보았든 그것은 그저 내 생각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죽음의 냄새 근처에서 일하는 청소부는 죽은 자의 집을 끔찍하다고 묘사하지 않는다. 그의 말은 주로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담고 있어서 더 먹먹하다. 청소부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떠난 사람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데, 존재와 부재 사이의 좁은 간극은 너무 커다랗게 느껴진다.
칫솔 두 쌍과 두 종류의 라면을 통해 죽은 이와 함께 살았던 사람의 존재를, 그리고 동시에 부재를 알게 된 것처럼, 이 책은 부재를 서술하면서 죽은 삶의 숨결을 그대로 들이마시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p.47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죽음과 가까이 있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삶이자 죽음이고 존재이자 부재인 나는 오늘따라 밤이 참 어둡고 아파트의 불빛이 너무 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