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위상학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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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성과사회, 긍정성 과잉, 자기착취, 우울증, 번아웃,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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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특이하다. 폭력의 위상학. 말 그대로 폭력이 벌어지는 공간이 변화했다는 말이다.
책에서는 예시로 강제수용소를 드는데, 이것(즉, 폭력)은 더 이상 도시의 중심부가 아니라 변두리(비-장소, Ab-Ort)에 자리하며 부끄러운 듯 몸을 숨긴다.

그러나, 침묵하는 폭력은 보이지 않을 뿐 모든 것을 파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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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
성과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성과주체는 스스로 불타버릴 때까지(번아웃) 스스로를 착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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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7
폭력과 자유는 하나로 합쳐진다. 폭력은 자기관계적인 성격을 얻는다. 착취자는 피착취자다. 가해자는 동시에 피해자다. 소진은 이런 역설적 자유의 병리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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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사회는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를 통해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만든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긍정성 과잉은 번아웃 증후군, 우울증을 당연한 질병으로 만들어 버린다. 어쩌면 오늘날 자유의 진정한 의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이 아니라, ‘뭐든지 해야 하는’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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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러한 긍정성 과잉은 파열적(implosiv) 폭력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하는데, 이는 고전적 폭력이 가졌던 폭발적(explosiv)인 성격과는 구분된다. 접두사인 'im-'과 ‘ex-'에서 눈치챌 수 있듯, 파열적 폭력은 그 압력이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한다. 내부를 누르는 압력이 커지면 과열된 압박과 긴장은 경색으로 이어지며, 결국은 자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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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4
소진 상태에 이른 성과주체는 임박한 시스템의 파열을 알리는 병적 전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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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4
우울증에 걸린 성과주체는 말하자면 성격이 없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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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는 자기착취로 번아웃이 온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왜 번아웃이 왔는지 이유라도 알면 마음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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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는 악역이 험상궂은 악역보다 무서운 것처럼, 긍정성 과잉이 가져온 폭력은 가시적인 부정성 폭력보다 무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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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스스로가 보상주체가 될 수는 없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도 고생한 나를 위해 자본주의적 선물 하나를 사주며 보상을 얻는다. 그리고 어제처럼 소진되며 더많은 성과를 얻기 위해 자기착취를 하며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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