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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어딘가 블랙홀 -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에 대하여
이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저기 어딘가 블랙홀 - 이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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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라 ‘과학 에세이’다. 어떻게 에세이에 과학이 버무려져 들어가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아, 그게 가능한 거였구나!”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작가님이 전 세계 방방곡곡을 과학적 시선으로 보며 여행하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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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나는 벌써 경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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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
2019년 7월 2일 오후 3시에 칠레의 해변 라세레나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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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칠레로 떠날 수 있는 삶이라니! 흥미진진한 모험과 좌충우돌 재미난 사건들로 가득한 삶이 상상되면서, 바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나는 그렇지 않아도 세계테마기행과 여행 채널을 전전하며 겨우 갑갑한 마음을 풀어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떠나고 싶게 만들다니. 하루빨리 코로나가 진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가 되면 바로 어디론가 떠나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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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왕은 사자가 아니더라’라는 차례는 단연 기억에 남았다. 세렝게티 하면 떠오르는 건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 사자의 맹렬한 사냥이다. 그러나, 세렝게티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그런 것이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에서 초식동물들이 코를 박은 채 열심히 풀을 뜯는 모습’이라고 한다. 풀만 많으면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는 검은꼬리누와 달리, 그들 누 떼가 없으면 결국 굶어 죽는 사자의 처절한 삶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작가님 말대로 진정한 세렝게티의 왕은 포식자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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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외에도, 하와이, 몽골, 페루 등등 작가님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과학 지식 소스를 40% 정도 쳐서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책이었다. 이지유 작가님은 항상 읽기 편하고 유쾌한 책을 쓰시는 것 같다. 다음에 작가님 책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