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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하시겠습니까 ㅣ 마루비 청소년문학 1
김정민 지음 / 마루비 / 2026년 3월
평점 :

#도서협찬 #삭제하시겠습니까 #김정민 #마루비 #SF소설
4편의 SF 소설 중에서 가장 먹먹하게 다가왔던 이야기는
<삭제하시겠습니까>였습니다. 두 딸을 둔 엄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깊이 와닿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자리에서
인물을 바라보게 되었고, 어느 순간 나 자신을
그 상황에 겹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삭제하시겠습니까>에서는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로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죽음 이후에도 존재를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자 하는 바람으로 주기적으로
뇌를 스캔하고, 자신의 의식을 데이터로 남기기 시작합니다.
해나와 유나의 엄마 역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아이들 곁을
떠나게 될 상황에 대비해, 꾸준히 자신의 의식을 저장해
왔습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너무 이른 이별을 겪게 될까 봐,
그리고 엄마의 부재를 견디기 힘들어할까 봐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존재를 남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이제 괜찮아” 라고 말할 때까지 곁에 머무르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컴백어게인 서비스’는 모든 전자기기를 통해
가족과 연결되고, 엄마는 여전히 그들의 일상에 개입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관심과 개입은 점점 ‘예전의 엄마’가 아닌 낯선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남편과 아이들은 점점 지쳐갑니다.
사랑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지만, 그 사랑이 오히려 가족에게
부담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 지점에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나라면 과연 이 선택을 했을까. 가족 곁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화면 속 존재로 남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함께 있다는 것이 정말 ‘함께 사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 하는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울렸던 것은 엄마의 입장이었습니다.
가족을 사랑해서 선택한 일이었지만,
결국 그 사랑이 불편함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
그리고 그 사실을 느끼면서도 쉽게 물러날 수 없는 마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짐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 주는 감정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먹먹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한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사랑이었지만, 결국 부담이 되어버린 존재라면
그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엄마는, 스스로 사라지는 선택을 해야 했을까요.
<삭제하시겠습니까>는 단순한 판타지소설이 아닌,
가족과 사랑,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감정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마루비 @marube_insta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