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 물 한잔 마시고 가 -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과 함께 한 드라마같은 네팔이야기
황금명륜 지음 / 책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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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것을 거침없이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참 부럽다. 왜냐하면 나는 걱정과 생각이 많아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골디는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그녀의 열정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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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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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떼고 나온 여자는 갈 곳이 없다. 가난한 도시노동자인 그녀는 방 보증금을 받아 방금 막 산부인과 문을 나선 까닭이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죄의식까지 밀려온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그럴 사람도 없다. 유일하게 떠올린 동숙이는 벌써 몇 달 전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했다.
실체도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달아나다 옷자락을 붙잡혔다. 다리를 대신할 목발을 놓친 남자는 맥없이 쓰러졌다. 갑자기 무슨 힘이 솟아났는지 그녀는 쓰러진 외발 남자를 일으켜 세웠다. 남자는 있지도 않은 다리에 가려움증을 느끼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산에게도 어서 새살이 돋기를 바란다.


"하필 여기가 가려울까? 환장하겠네"
아저씨, 아저씨, 혹시 거기서 새살 돋아나오려는 거 아녜요? 봄 되니까 베어낸 그루터기에서 싹 트려고 가려울 거예요, 아저씨. 너는 굴다리 밖으로 나오면서 올봄에는 저 아저씨에게 미끈한 종아리가 진짜로 돋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참, 나도 약방에 들러야겠다. 그 의사가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면 테라마이신을 사 먹으라고 했다. 어서 빨리 새살이 돋아나야지.
너는 약방 앞 쓰레기통 속에다 손수건에 싼 금붕어를 미련 없이 집어넣어버린다.

- 꽃샘바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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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발 중국 아가씨
렌세이 나미오카 지음, 최인자 옮김 / 달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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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로소 왜 그토록 많은 어머니들이 딸들의 발을 묶는 풍습을 지켜왔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들은 딸들을 잘 키워서 좋은 집으로 시집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의무로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전족을 해야만 매력적이고 결혼을 힐 만한 자격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항상 두 언니와 남동생만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처럼 어머니 속을 썩이는 법이 없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 때는 야단을 치거나 잔소리할 때 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 또한 사랑했던 것이다.

- p.180~181

"당신 말은 미국인들이 전족을 한 여자들을 놀린다는 건가요?"

-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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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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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평화인권교육 연수에 다녀온 이후 사두고 가끔 단편 하나씩 읽고 있다. 그들이 느꼈을 고통을 감히 헤아리진 못하고 다만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에 놀랍고 가슴이 먹먹하다.

치워야 할 시체더미 아래서 남편의 얼굴을 발견했을 때 할 수 있었던 최선이 까마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머릿수건을 풀어 얼굴을 싸맨 후 시신을 담 밖으로 던지는 것일 때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때로는 진실이 상상보다 훨씬 참혹하다.

밭일만 하는 중산간 부락으로 시집올 때 그만두었던 잠녀 물질을 다시 시작하여, 청춘과수의 더운 몸을 바다 물결에 식히고, 죽을 목숨을 삼십년 더 버텨온 당신을 누구라 더럽다 할 것이냐!

피해자일 뿐인 어머니에 대한 이 가당찮은 반감은, 실은 마땅히 가해자한테로 향해야 할 분노가 차단된 데서 생긴 엉뚱한 부작용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응당 가해자의 멱살을 붙잡고 떳떳이 분노를 터뜨려야 하는데, 도무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빨갱이로 몰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 p.162 해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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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마음에 품은 지 10년을 조금 더 넘기고서야 나는 인도 땅을 밟았다. 오늘은 뭘 먹을 건지 고민하는 일 말고는 걱정할거리가 전혀 없던 그 한 달이 나는 미치게 즐거웠다. 그리고 그 때 내가 얼마나 미쳐 있었는지는 돌아온 후에야 알게 됐다. 그때 내 여행의 추억은 인도라는 나라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경계심도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물론 내게는 또 인솔자와 팀원이라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었지만 말이다.

스물세 살의 은수 씨는 그때는 나보다 만 배쯤은 더 무모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이제 겁쟁이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경계심과 두려움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녀가 맘씨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의 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그 안으로 들어가기 주저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큰 행운이 따라다녔던 것만은 분명하다.

내게는 활기와 생명력이 넘치는 이미지로 다가오는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하겠다는 꿈을 마음에 품은 지도 10년이 되었으니 머지않아 떠날 수 있을까. 아니면 겁쟁이로 남아 계속 아프리카 여행기나 뒤적이고 있을까. 여전히 잃을 것도 별로 없는 내가 뭘 두려워 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건 지난 보름 내내 나의 모습이었다. 바가지를 씌우는 사기꾼에겐 짜증을 냈고 따라붙는 삐끼는 등돌려 무시했다. 물론 그건 누구에게도 아무짝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렇게 꾸역꾸역 할 거면 여행하지 않는 편이 나아.‘
- 226쪽

손짓을 하며 푸스푸스를 불러 세운 노르딘이 별 고민도 없이 짐을 싣고 인력거꾼 옆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230쪽

가장 아팠던 스물세 살의 나와 스물세 살의 당신에게
-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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