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는 말은 나의 마음에 하나하나 동그란 조약돌처럼 내려 앉았다. 62p
바닷가 탄광마을의 고요하고 순응하는 삶의 모습이 담긴 그림책
오늘은 햇살이 어찌나 환한지……바다에 물비늘이 반짝거려요.
공기에서 소금 냄새가 나요. 혀에서 소금 맛이 느껴져요.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올 거예요. 나는 광부의 아들이니까요.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는 이유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 그보다 놀라운 사실은 얼굴이 빨개져야 할 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는 점차 외톨이가 되어간다.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재채기를 하는 아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는 재채기를 하는 아이와 같이 있을 때면 즐겁다. 때로는 둘이 함께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의 이상한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른다.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은 그 당사자를 제법 괴롭게 한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동병상련을 느낄 만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위안감은 배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함께 있을 때 무엇도 하지 않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우정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귀여운 그림체와 적은 양의 글이 책을 후다닥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시라.
책의 주인공이 꼭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만한 대단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칭송받아 마땅한 사람인 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문 밖을 나서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평범한 엄마들의 이야기이자 용기가 대단한 세 사람의 여행기다. 어려워 보이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