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렌즈를 통해서 더 크게 자라난다. 감정은 우리의 가슴에, 육감에, 손끝에 있다고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생각에 있으며 대개는 타인의 생각에 대한 나의 추측과 추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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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다. 그녀가 만든 서사가 가지는 흡인력을 사랑했다. 내게, 읽고 싶어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그다지 많지 않았으므로.

벌써 몇 해가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살인마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은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반감시켰다. 시작부터 뚜렷하게 예측할 수 있었으므로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덮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붙긴 했지만.

나르시시스트와 그의 행복 그리고 살인, 더하여 이 소설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것일까. ‘너는 특별한 존재‘라는 주문은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주문이자 개인을 거대한 전체를 구성하는 작디 작은 하나의 부품쯤으로 치부하는 세상에 대한 외침이다. 자존감과 행복에 대한 욕구가 지나친 자기애로 이어져 위험한 나르시스트를 만들어내는 것을 염려할 만한 수준인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달라진 게 가장 문제적이다. 소설 속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일이 끔찍하고 뒤에 남는 여운이 길어 마음까지 함께 늪 아래로 가라앉는 것만 같은 이 느낌이 달갑지 않다. 예전엔 어떤 이들이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게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어쩌면 이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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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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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모 학교 독서캠프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이다. 처음 받았을 때는 제목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덮고 나서 다시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제목이다.

이 책은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이렇다고 딱 꼬집어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것이 어른의 모습이 아닌지는 알 수 있다. 책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면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생각났다. 어른스러워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소설 속에서는 시종일관 유쾌함이 떠나지 않는다. 더 시급한 할일을 두고도 자꾸만 이 책으로 손이 갔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만났다.


- 나만의 ○○주택 그려 보기
- 웃으며 화내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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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정원 -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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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가끔씩 그림책을 본다. 이유는 알 것도 같지만 모르겠다. 주로 구입해서 보기 보다는 도서관에 맘에 드는 그림책이 있다거나 하는 등 기회가 닿을 때 읽는다. 그림책은 페이지 수가 적고 -당연한 말이지만- 글씨가 별로 없어서 왠지 모르게 그림책을 사는 것이 아까운 마음이 드는 이유에서이다. 누가 책을 사준다고나 하면 모를까 그림책 앞에서는 좀처럼 카드가 나가지 않는다.

그림책을 읽을 때도 그림책 아마추어답게 ‘감상하기‘ 보다 ‘읽는‘다. 몇 안 되는 글자를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 어쭙잖은 독서를 마치고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야,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는 하고 싶은 말을 찾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그림책 아마추어가 책을 찾는 방법은 당연히 베스트셀러 찾기다. 거기다 어딘가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면 호감도는 급상승한다. 더해서 긍정적인 블로그 리뷰가 있다면 금상첨화!

이 책은 그간 쌓인 명성과 남의 카드가 조합되어 운명같이 만나게 된 책이다. 칼데콧상은 그림책계의 노벨상이라는 데 한 번쯤 읽어줘야지 지성인답지 않은가.🙈

리디아의 편지로만 이뤄진 이 책에서 리디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있는 한껏 자신을 드러낸다. 그림을 보지 않아도 리디아의 생김새와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좀처럼 웃지 않는 외삼촌에게 웃을 일을 만들어 주고픈 리디아의 사랑스러운 마음이 종이를 넘길 때마다 묻어난다. 이렇게 인물 묘사를 잘하니 상을 줄 수밖에 없었겠다 싶다.

그나저나 리디아는 왜 리디아가 아니라 리디아 그레이스로 불리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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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서 여행으로 남인도로 인도하다
방멘 지음 / 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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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카페에서 저자가 찍은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화려한 색감의 조화가 무척 인상적인 사진이었다. 아쉽게도 책은 디지털의 색감을 오롯이 담지는 못했다.

사진이 주를 이루고 글은 여행의 감상이다. 시의 형식으로 쓰인 글들은 감성을 자극한다.

여행을 가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기록하여 책으로 만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펴낸 곳이 ‘출판사 방‘인데 출간을 위해 1인 출판사 등록을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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