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마음에 품은 지 10년을 조금 더 넘기고서야 나는 인도 땅을 밟았다. 오늘은 뭘 먹을 건지 고민하는 일 말고는 걱정할거리가 전혀 없던 그 한 달이 나는 미치게 즐거웠다. 그리고 그 때 내가 얼마나 미쳐 있었는지는 돌아온 후에야 알게 됐다. 그때 내 여행의 추억은 인도라는 나라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경계심도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물론 내게는 또 인솔자와 팀원이라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었지만 말이다.
스물세 살의 은수 씨는 그때는 나보다 만 배쯤은 더 무모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이제 겁쟁이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경계심과 두려움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녀가 맘씨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의 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그 안으로 들어가기 주저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큰 행운이 따라다녔던 것만은 분명하다.
내게는 활기와 생명력이 넘치는 이미지로 다가오는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하겠다는 꿈을 마음에 품은 지도 10년이 되었으니 머지않아 떠날 수 있을까. 아니면 겁쟁이로 남아 계속 아프리카 여행기나 뒤적이고 있을까. 여전히 잃을 것도 별로 없는 내가 뭘 두려워 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건 지난 보름 내내 나의 모습이었다. 바가지를 씌우는 사기꾼에겐 짜증을 냈고 따라붙는 삐끼는 등돌려 무시했다. 물론 그건 누구에게도 아무짝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렇게 꾸역꾸역 할 거면 여행하지 않는 편이 나아.‘ - 226쪽
손짓을 하며 푸스푸스를 불러 세운 노르딘이 별 고민도 없이 짐을 싣고 인력거꾼 옆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230쪽
가장 아팠던 스물세 살의 나와 스물세 살의 당신에게 -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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