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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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평화인권교육 연수에 다녀온 이후 사두고 가끔 단편 하나씩 읽고 있다. 그들이 느꼈을 고통을 감히 헤아리진 못하고 다만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에 놀랍고 가슴이 먹먹하다.

치워야 할 시체더미 아래서 남편의 얼굴을 발견했을 때 할 수 있었던 최선이 까마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머릿수건을 풀어 얼굴을 싸맨 후 시신을 담 밖으로 던지는 것일 때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때로는 진실이 상상보다 훨씬 참혹하다.

밭일만 하는 중산간 부락으로 시집올 때 그만두었던 잠녀 물질을 다시 시작하여, 청춘과수의 더운 몸을 바다 물결에 식히고, 죽을 목숨을 삼십년 더 버텨온 당신을 누구라 더럽다 할 것이냐!

피해자일 뿐인 어머니에 대한 이 가당찮은 반감은, 실은 마땅히 가해자한테로 향해야 할 분노가 차단된 데서 생긴 엉뚱한 부작용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응당 가해자의 멱살을 붙잡고 떳떳이 분노를 터뜨려야 하는데, 도무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빨갱이로 몰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 p.162 해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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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마음에 품은 지 10년을 조금 더 넘기고서야 나는 인도 땅을 밟았다. 오늘은 뭘 먹을 건지 고민하는 일 말고는 걱정할거리가 전혀 없던 그 한 달이 나는 미치게 즐거웠다. 그리고 그 때 내가 얼마나 미쳐 있었는지는 돌아온 후에야 알게 됐다. 그때 내 여행의 추억은 인도라는 나라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경계심도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물론 내게는 또 인솔자와 팀원이라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었지만 말이다.

스물세 살의 은수 씨는 그때는 나보다 만 배쯤은 더 무모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이제 겁쟁이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경계심과 두려움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녀가 맘씨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의 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그 안으로 들어가기 주저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큰 행운이 따라다녔던 것만은 분명하다.

내게는 활기와 생명력이 넘치는 이미지로 다가오는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하겠다는 꿈을 마음에 품은 지도 10년이 되었으니 머지않아 떠날 수 있을까. 아니면 겁쟁이로 남아 계속 아프리카 여행기나 뒤적이고 있을까. 여전히 잃을 것도 별로 없는 내가 뭘 두려워 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건 지난 보름 내내 나의 모습이었다. 바가지를 씌우는 사기꾼에겐 짜증을 냈고 따라붙는 삐끼는 등돌려 무시했다. 물론 그건 누구에게도 아무짝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렇게 꾸역꾸역 할 거면 여행하지 않는 편이 나아.‘
- 226쪽

손짓을 하며 푸스푸스를 불러 세운 노르딘이 별 고민도 없이 짐을 싣고 인력거꾼 옆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230쪽

가장 아팠던 스물세 살의 나와 스물세 살의 당신에게
-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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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늑대의 파수꾼 - 제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2
김은진 지음 / 창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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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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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에 대한 불신이 판타지와 반전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 잔인한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쑥쑥 잘 읽힌다. 흐름이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인간성에 대해 생각할거리 던지는 역할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이야기에 깊이 빠져든다면 우울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작가가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겪어온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남다른 이력으로 인해 요즘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그로 인해 그의 삶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테다. 그가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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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와 나 창비청소년문학 48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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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모음집이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두운 면(?)을 조명해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약간은 과장되기도 한 것 같은 소설 속 이야기가 어떤 아이들에게는 진짜 학교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과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잘못과 상처를 통해 제대로 사는 법,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 자신의 이익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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