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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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믿어야만 할까? 진실과 거짓의 사이에서, 우리가 정말로 믿어야 할 그리고 눈에 담아야 할 '혼모노'를 찾아가는 서늘한 과정을 성해나 작가는 7 편의 소설로 담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성해나 작가님의 작품을 굉장히 많이 읽어 보았는데, 개중 표제작으로 뽑힌 혼모노는 처음 2024 젊작상에서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기에도 주변에도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추천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성해나 작가가 정말 날카롭고 차가운 이야기를, 어떻게 보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재를 독자에게 얼마나 명확하고 친절하게 전해 주는지 문득 깨달았던 것 같다.

그런 혼모노가 수록된 신작 단편집이라니! 운이 좋게 가제본 서평단에 뽑혀 읽어 볼 수 있었고, 역시나 이 안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은 "역시 성해나다!" 싶을 정도로 멋진 소설들이었다.

특히 '구의 집'이라는 단편은 (아주 아주 개인적으로) 어떤 역사적 사건도 함께 떠올릴 수 있었는데 소설이 소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경험과 배경으로 확장되는 신선한 경험을 해서 이 단편 또한 꼭 추천하고 싶다 👍 아직 남아 있는 겨울의 한기도, 다가오는 봄의 따뜻한 온기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 소설집과 함께 4월을 멋지게 맞이하고 싶다.



* 본 게시글은 가제본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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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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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예술 / 철학과 문학이라니...... 이런 키워드 그냥 지나치는 방법을 아시는 분? 이진민 작가는 다수의 그림 속에서 건져낸 9개의 키워드로 철학과 문학의 이야기를 곁들여 세상의 모든 여자들, 이 책을 접하게 될 모든 딸들에게 우리가 찾아야 할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설명해 준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챕터는 <앞과 뒤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일>이라는 챕터였는데, 우리가 무언가를 반성하고 나의 발전을 도모할 때 앞만 보고 달려나가기보다는 뒤를 돌아보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밀레의 만종, 동화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예로 들어 보이는 것만 보고 뒤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단순하고 속편한 행위인지, 그 이면의 날카롭고 무거운 세계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참 좋았다.

 더불어 이 에세이는 '언니네'라는 제목과 걸맞게 결국 그동안의 여성들의 삶과 앞으로의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그간 여성들의 위치와 인식이 예술에서 어떻게 그려졌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나가야하는지, 여성들이 예술에서 소비될 방식을 어떻게 바꿔나가야하는지에 대해서 따스한 말투로 이야기해 준다.

 개인적으로 큰 미술관에서 정말 언니의 손을 잡고 도슨트 설명을 듣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최근 소소히 인기를 끌었던 '언니네 산지직송'이라는 프로그램도 생각이 나면서 제목을 참 친근하고 예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면 추천사에서, 김소연 시인은 '이 책을 더 일찍 읽었더라면 내가 옹호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서 시간을 아끼고 더 또렷히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많이 공감했다. 이 책은 단순히 여성 간의 연대를 넘어 작가와 우리가 어떤 것을 옹호해야하고 그것을 어떻게 옹호해야 우리의 목소리를 더 많은 예술의 세계로 뻗게 만들 수 있는지 알려 준다.

 예술이 가지고 있는 편견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우리 딸들이 어떤 아름다움을 향해서 걸어가야 하는지, 그 길에서 어떤 것들을 품고 옹호해야 하는지 언니네 미술관과 함께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될 것이다. 특히 중간 중간 더해진 미술 삽화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듯!

 날개를 보니 한겨레 출판의 예술 에세이가 쭉 나열되어 있던데, 제목들이 전부 흥미로워서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여성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꼭 만날 수 있기를!


*본 게시글은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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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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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 역사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미디어에서 세계사, 한국사를 다루고 있다. 작게는 개개인의 유튜브 채널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티비에 나오는 예능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또 알아가고자 하는 듯하다.

그런 열풍에 새로운 바람이 되어 줄 책이 바로 이 <향신료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사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인물을 통해,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혹은 전쟁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모든 세계사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향신료"를 선택했다.

나에게 향신료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카레가루나 홍차와 같은 것들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강황, 시나몬, 커리 등의 재료가 세계를 뒤흔드는 근간이 되었다니, 책의 간단한 소개를 읽으면서부터 작가님이 서술하시는 세계사의 방향이 상당히 기대가 되었고 흥미로웠다.

과거는 지금보다 향신료가 더더욱 귀한 시대였으므로, 후추 한 알이 진주 한 알과 맞먹을 정도로 상당한 가치를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향신료에 대한 재고와 권리를 선점하는 국가가 곧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었고, 때문에 이를 발견하고 습득하기 위한 국가, 인물 간의 경쟁이 '전쟁'으로까지 발발되어 향신료의 등장과 판매의 흐름에 따라 국가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취했는지가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의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향신료 강국이었던 아시아들이 어떻게 이 전쟁에서 살아남았는지, 강대국들이 향신료를 얻기 위해 일삼은 약탈이나 침략 등의 아픈 역사 또한 함께 기록하여 결국 국가적인 경쟁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어떻게 공존하는지까지 설명해 주는 친절하고 사려깊은 책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지금 향신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기까지의 과정이 어떠했는지, 딱딱한 단어가 아닌 작가님만의 경험을 녹여낸 문장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나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향신료의 향을 타고 도달해있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과거, 알고 넘어가야 할 역사의 흐름을 달콤한 향신료와 함께 파악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갓 내린 홍차와 함께 세계사의 이면을 읽어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해당 리뷰는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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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상점 TURN 2
강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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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이름이 기억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한 마디에 마음에 오래 남는다. 소설 속 <식물, 상점>을 운영하는 유희는 모종의 사건을 이유로 고향에서 벗어나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sns로 입소문을 타고 점점 상승세에 오른 이 상점의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바로 '살인'을 의뢰하는 여성들이 다다른다는 것이다.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교제 폭력, 스토킹, 몰래카메라 등등 소설 속 누군가를 죽이기 원하는 여성들은 온갖 범죄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는 절대 과거형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알 수 있다. 지금도 달에 몇 건씩 뜨는 교제 살인 기사나 소위 말하는 <단톡방> 사건 등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직도 만연한 지금 적어도 강민영 작가의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그러한 범죄의 표적이 되어 무기력하게 죽어나가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폭력의 형태가 절대 허구가 아님을 이 책을 펼치는 여성들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누군가를 간절히 죽이고 싶은 그 마음을 한 번쯤은 떠올리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대변해 유희는 소설 속에서 그 모든 근원들을 제거하고 여성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분명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고통받고 있을 많은 여성들에게 유희와 같은 존재가 나타나길. 그래서 그들이 꼭 자유로워지길, 그렇게 바라게 되는 소설이었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분명 이 소설은 꼬집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입밖으로 내기에는 어렵고, 질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작가에게 이제는 독자들이 연대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 모두의 <식물, 상점>이 되어 더이상 아파하는 여성들이 없기를.


*본 리뷰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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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 지느러미 TURN 1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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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내가 처음 접한 조예은의 소설집 속 눅눅하고 축축한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끔찍함에 끝도 없이 빠져들었다. 입속 지느러미는 그와 궤를 같이 하는 작품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초대>의 날카로움과 <습지의 사랑> 의 눅눅함이 공존하는 조예은 세계관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인어의 입속 지느러미를 하염없이 쫓는 선형을 따르다 보면 단숨의 소설의 마지막에 다다른다.

우리는 무언가를 간절이 원하게 되는 날이 온다. 그 가치가 크든 작든, 그건 당사자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내가 그걸 갖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뭘 하면 내 손에 그것이 들어올지 하염없이 골몰하게 되면 사람은 때로 그릇된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받는 손가락질이 과연 고통스러울까?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가 잘못되든 아니든, 그것을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이 앞서게 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끔찍함일까 성취감일까.

정말 날것 그대로의 조예은 작가를 보여 주는 듯한 소설이었다. 최근 읽은 따뜻해지는 분위기의 조예은 소설을 와장창 깨버리는 아주 파격적이고 서늘한 소설. 이제 여름이고, 우리를 기다리는 장마가 있다. 세이렌, 장마, 죽음, 그리고 노래.... 축축함을 담은 이 소설이 더없이 어울리는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름, 우리도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다면. 과연 그 노랫소리는 저주가 될까 쾌락이 될까.


*해당 리뷰는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게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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