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이름이 기억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한 마디에 마음에 오래 남는다. 소설 속 <식물, 상점>을 운영하는 유희는 모종의 사건을 이유로 고향에서 벗어나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sns로 입소문을 타고 점점 상승세에 오른 이 상점의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바로 '살인'을 의뢰하는 여성들이 다다른다는 것이다.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교제 폭력, 스토킹, 몰래카메라 등등 소설 속 누군가를 죽이기 원하는 여성들은 온갖 범죄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는 절대 과거형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알 수 있다. 지금도 달에 몇 건씩 뜨는 교제 살인 기사나 소위 말하는 <단톡방> 사건 등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직도 만연한 지금 적어도 강민영 작가의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그러한 범죄의 표적이 되어 무기력하게 죽어나가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폭력의 형태가 절대 허구가 아님을 이 책을 펼치는 여성들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누군가를 간절히 죽이고 싶은 그 마음을 한 번쯤은 떠올리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대변해 유희는 소설 속에서 그 모든 근원들을 제거하고 여성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분명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고통받고 있을 많은 여성들에게 유희와 같은 존재가 나타나길. 그래서 그들이 꼭 자유로워지길, 그렇게 바라게 되는 소설이었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분명 이 소설은 꼬집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입밖으로 내기에는 어렵고, 질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 작가에게 이제는 독자들이 연대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 모두의 <식물, 상점>이 되어 더이상 아파하는 여성들이 없기를.*본 리뷰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