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소 김이 빠지는 작품이었다.  

인간의 꽃이라는 아이들로 새로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결말이라면 비전향장기수라는 소재를 선택해야 했을까 싶다.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의 반복에 인간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그 아름다움이 최 원장의 믿음과 아이들의 사랑에서 찾아지는 것은 다소 쉬운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편으론 인생의 참 아름다움은 사람 간의 믿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전향을 거부하고 있는 장기수들에게 이념이란 자신의 인간다움을 지탱해주고 있는 유일한 것이었을텐데, 이것이 다른 새로운 인간다움으로 옮아가는 과정을 보여줌에 있어서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각종 고난과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도 그저 살아나가는 것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점에서는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이 보다 극적이었다.  

"윤 선생, 윤 선생이 꿈꾸는 민족통일은 헛꿈이에요. 공산주의 좋아하는 남쪽 사람들 별로 없으니까요. 지조 지키는 것도 좋지만 현실을 직시하셔야지. 어지간하면 전향하도록 해요. 니나 나나 어차피 한바탕 살다 가는 인생인데."(165-166) 

내 생각에 인간다움이란 바로 이 현실주의를 어떻게 넘는가에 달려 있는 듯하다. 주어진대로 움직이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일지라도 이 투쟁, 바로 이 실존적인 투쟁을 존중해주는 것이야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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