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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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를 읽었을 때의 느낌은 꽉 찬 답답함이었다. 해소될 것 같지 않은 현실의 답답함에 더하여, 나와 우리의 문제를 남이 대신 써주었다는 열등감까지 더해진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의 문제제기는 도발적이고 강렬했으며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 나온 우석훈의 책은 언제나 기대를 밑돌았다. 그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어떤 둘레 안에 들어있는 것이 전부인 것 같았고 예측 가능했다. 그의 다작을 의심하게 되었다.  

『나와 너의 사회과학』. 생명력 있는 사회과학을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꿈이면서 동시에 감히 선점할 수 없는 제목이다. '나와 너의 사회과학'이라는 이 담담한 진지함을 우석훈이 과연 어떻게 감당할지 기대했고, 결국 나는 이 제목이 성급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라는 표지의 부제는 그가 생각하는 사회과학의 모양새를 직관적으로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직관의 세기는 책 전체의 내용보다 강렬한 것이었다. 열세 장으로 이루어진 책의 본문은 실망스러웠다. 대중적 독자층을 고려하여 내용의 깊이보다는 평이함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대립되는 두 관점 및 방법론의 대립점을 첨예하게 제시하고 고민의 지점을 던져주는 것도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그가 혹시 자신의 활발한 활동이 사회적으로 역동적이고 유용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물론 그는 아직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나, 그것이 얼마나 오래 갈지, 그 독자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석훈의 충실한 팬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의 출세작을 감명깊게 읽었던 나는 그가 보다 진지하게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석훈의 장점은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노트에 무엇인가를 쓰면서 습작했던 대학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이 되어 어떤 삶을 살지는 모르겠지만, 습작을 하던 그 순간만큼은 독재에 대한 증오도 없었고, 삶의 걱정도 없이, 그야말로 상상력만이 춤추던 시간이었다."(227) 

아마도 그는 저때의 행복한 기억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수강생들과 그 습작의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진실했다면 그는 굳이 사회과학 책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 자체로 이미 사회과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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