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느 (구) 문지 스펙트럼 10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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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발자크의 작품이었다. 소설과 사회학이 분리되기 전으로, 그러니까 사회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나게 되는 한 지점에 발자크의 이름이 놓여 있다. 19세기의 전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그의 구상은 『인간 희극』으로 결실을 맺게 되는데, 이 책에 수록된 세 작품 중 「사라진느」는 1부인 '풍속 연구'에, 「미지의 걸작」과 「추방된 사람들」은 2부인 '철학적 연구'에 실려 있다. 세 작품은 모두 1831년에 발표된 것으로, 이미 발자크가 유명세를 얻은 이후의 작품이다. 하지만 당시 발자크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으며, 현재 시중에 번역되어 소개된 그의 작품들 중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것에 속하는 듯하다. 발자크 입문으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얇은 분량과 함께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인간 희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여러 작품들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이처럼 발표 시기를 기준으로 해서 순차적으로 읽는 것이 최선의 감상법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텍스트를 읽으면서도 이전에 나왔던 인물이 어떻게 겹쳐지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수시로 참조해 가면서 읽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다양한 국면과 상황과 조건에 겹쳐져서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가족의 일원인 동시에 직업집단의 일원이기도 하며, 신자이거나 사랑의 당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들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회학적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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