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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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연수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그가 '적어도 안타는 치는 작가'라는, 평단과 대중의 인정을 폭넓게 얻고 있기에 이것을 밝히는 것에 살짝 주눅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89학번인 그의 소설은 보통 90년대의 세대 의식 속에서 평가받는데,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았다. 제목도, 배경도, 그리고 기억, 후일담,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 체온, 욕망, 연애, 연결과 인연 등의 키워드들도. 

우리는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에 연재할 때의 제목) 존재라거나, 세계는 "여러 겹의 세계이며, 동시에 그 모든 세계는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믿자!"(374)는 선언은 변증법에 대한 신념을 말랑말랑하게 데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억과 이야기의 형식으로 씌어지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독자인 불특정의 '너'에게 인생이란 어떤 것이고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이제 막 청년기를 지난 주인공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가 가르쳐주려는 것 같아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자신은 굉장히 유연하고 젊은 시절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덜 완강해서 오히려 더 힘든 90년대 초 학번 선배들의 꼰대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전반부의 연애담은 훌륭했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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