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만들기 -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재현의 정치학
이남희 지음, 이경희.유리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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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영어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으로서의 한계 또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운동권을 해외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목적이라면 아주 유용한 책이었겠으나,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으며 단순하고 평면적이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널리 알려진 해외사례나 이론에 대입하여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특히 그러했는데, 해외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지만 한국 독자로서는 오히려 낯설고 과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에 생소한 독자들에게는 좋은 소개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민중 프로젝트를 정치·문화·상징 권력의 장에서 이루어진 힘겨루기의 산물로 이해"한다. 그리하여 "민중 프로젝트는 억압과 저항, 권력과 해방 사이의 경계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며, 국가가 주도한 민족주의·근대화 담론과, 이와 대립 관계에 있는 민중 담론 사이에 교차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22) 그런데 이러한 접근이 그렇지 않은 접근에 대하여 가지는 변별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접근법을 극복하고자 하는가? 혹시 결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황의봉(1986)과 이재오(1984)인가?(465)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 연구가 처음 집필되었을 시기를 고려하더라도 너무 낡은 그리고 (선행연구라기보다는 텍스트에 가까운) 비판대상을 다시 끌어올려서 대조항으로 삼은 다소 민망한 전략 아닐까? 이를 차치하더라도, 민중운동을 "전방위적인 세력 다툼의 장에서 펼쳐진 담론 경쟁으로 이해"하는 것의 전략적 이점이 억압과 저항, 권력과 해방, 모순과 결함이 교차하는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이 역시 별로 새로울 것 없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린다.(465) 접근법과 그것의 이론적 함의 역시 다소 장황한 의미부여처럼 보인다.


위와 같은 지점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이 정도의 국내 저서를 떠올리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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