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교토의 향기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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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는 국화와 칼이다.

 

요즘 점심시간만 되면, 남녀노소 가리고 않고 종이컵에 든 커피를 손에 들고 다니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금방 밥 먹고 나서, 저런 커피를 먹을 배가 있는지도 참으로 알 수 없지만, 서양인들을 모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점심 먹고 삼, 사천원 짜리 커피를 들고 다니는 게 아주 세련되고 멋지고, 마치 무슨 첨단 문화인이 된 것처럼 보여져서 그런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매우 오래전이다. 오드리 햅번이 나오는 1962년도에 상영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거리를 다니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영화 속 장면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이게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 사실 빵이랑 커피는 석 궁합이 잘 맞아도 밥이랑 국, 커피는 왠지 조합이 아니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차를 좋아한다. 예쁘게 빚은 다기에 향긋하게 우려낸 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음식으로 텁텁해진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커피와 차 맛은 완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되지 않은 테이크 아웃 커피가 중국의 오천년 차 문화를 제압해 버렸다는 내용의 기사를 언젠가 본 기억이 난다. 차에 관심이 많고, 즐겨 마시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찻 잔, 즉 다기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다. 장인이 빚은 좋은 다기에 차를 우려 마시면 그 향이 더욱 짙게 느껴지는 건 마셔보지 않은 이들은 알 수가 없다. 다기를 만지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도자기로까지 그 관심이 옮겨갔다. 도자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언젠가 방송 프로 중에 진품명품인가 하는 프로를 통해 도자기의 가치와 예술적인 미, 멋 등을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도자기 한 점에 담겨 있는 의미와 가치가 상상 외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흙으로 빚어 구운 저 도자기가 뭐길래 천문학적인 감정 금액이 나오는지 보면서도 선뜻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간송 전형필>이란 책을 읽다가 그가 엄청난 거액을 주고 일본으로 반출 위기에 처한 우리 도자기를 되찾는 이야기를 보면서 무한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도자기에는 그 시대의 미와 정신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전후의 역사 기록을 보면 일본인들이 도자기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침략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조선의 도자기를 수집하고 조선의 뛰어난 도공들을 잘 대우하여 일본으로 데려고 갔다는 기록도 심심찮게 보았다.

일본의 도자기는 국화와 칼이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본 전국시대 3대 효웅 중 한 명인 히사히데에게는 많은 이야기들이 따라다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그가 소유한 차가마 곧 차를 다리는 용도의 차솥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히사히데는 다인(茶人)으로서 당대 최고의 다도 스승인 다케노 조오에게 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권세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명물 다구를 많이 소유했었다고 한다. 차솥은 다회(茶會)에서 무대 중심에 놓여 가장 먼저 시선이 쏠리는 물건인데, 그 모양으로 좌중을 압도해서 주최자의 권위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다인들이 마치 귀한 자식을 다루듯 애지중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했던 게 조선을 침략했던 왜장들도 그렇고, 노부나가나 히데요시 등 시대를 대표했던 많은 영웅 다이묘들이 검이나 창 등의 무기가 아닌 여성들이 선호할 것 같은 찻 사발이나 명물 다구, 도자기에 왜 이토록 집착을 하고 수집을 하려했었나 하는 점이다. 일본인들의 도자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일제 강점기에도 여전했었다. 이들은 왜 이토록 도자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단순히 좋은 도자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거나 공이 큰 부하에게 상으로 주는 정치적 행위의 도구로 삼기 위해서 만은 아닐 것이다. <일본 도자기 여행>은 다기, 명물도구, 도자기와 관련해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오시오 쇼잔 가마의 항아리, 센노 리큐가 좋아했다고 하는 초지로의 찻 사발, 일본 천하 5대 이도다완(조선의 막사발이었다는 설이 있는데, 조선 서민들의 생활그릇이 일본에서는 고급 찻사발로 쓰이고 대접받았다고 한다.)으로 손꼽히는 쓰쓰이즈쓰이도, 도미가 그려진 도미술병, 닭새우 술병 등 다양한 도자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교토의 뛰어난 도자기 가게와 찻집들 또한 둘러 볼 수 있어 다기나 도자기에 관심과 조예가 있다면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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