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 맥을 잡아주는 세계사 12
심현정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파란만장 했던 역사의 순간들

 

최근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를 봤다. 청나라 군대에 쫓겨 도성을 버리고 피신한 남한산성. 고립된 남한산성에서의 삶은 한 나라를 이끄는 임금과 신하라면 말이 무색할 정도로 궁핍함의 극치였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적에게 쫓겨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예법을 운운하고, 절차와 법도를 따지며 옥신각신하는 군신들을 모습이었다. 저게 정말 16세기 조선의 현실이었고, 조정 중신들의 현실이었단 생각이 들자, 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제 정신이 박힌 인물로는 오직 역적으로 기록에 남고 역적으로 기억될 것을 알면서도 오직 현실만을 직시하는 최명길 한 사람 뿐인 듯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조선조정을 이끈 인조와 당시 조정 신하들의 무능함과 엉뚱함의 극치였다. 차라리 광해군이 폐위 되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역사,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다. 이처럼 역사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만약이라는 어휘를 내세워 새로운 가정을 해보면, 또 다른 흥미와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정 지점마다 어떠한 사건, 즉 대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 주목을 하고 거기에서부터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만약 그 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역사가, ‘그 사건을 겪음으로써 물줄기를 틀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은 흥미로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8)

 

그 때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아닌 페르시아가 승리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52~3) 만약 피사로의 잉카 침략이 실패로 끝났다면 남미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식민지배를 당하며 남미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문화유산 마추픽추 앞에 비밀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살아남은 잉카와 마야 문명이 북미까지 영역을 넓혀 현재의 미국은 그 모양새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210~211) 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만약에로 시작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가정과 궁금증을 토대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인류 역사 전체를 꿰뚫는 놀라운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는 제목답게 굉장히 흥미로운 세계사 이야기가 담겨 져 있다. 사실 어느 역사든지 간에 파란만장하지 않은 역사가 있겠는가마는 특히 이 책에 소개된 10대 사건은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실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 라인이 매우 흥미롭다보니, 영화나 연극, 뮤지컬 작품의 소재로도 단골로 사용되어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되기도 하였다. 챕터1의 살라미스 해전은 영화 300 2편으로 제작되어 큰 흥행을 거두었다. 살라미스 해전은 유럽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엄청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의 원전은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헤르도토스의 <역사>초반부에 등장한다. 이 외에도 종교 갈등으로 발발한 십자군 전쟁,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검은 바람, 흑사병 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스토리이다. 콜럼버스의 대발견 역시, 그 이면의 역사는 원주민 대학살로 이어진다.

 

반란인가? 혁명인가?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용맹한 프랑스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함락시켰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를 옥죄던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제 그들은 왕도 귀족도 무섭지 않았다.

부르봉 왕조는 물러가라! 이제 민중의 시대가 도래했다.”

농민들이여! 농기구도 좋다. 무기로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릴 게 없다. 그동안 우리를 업신여겼던 영주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222~223)

 

빅토르위고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보여주는 프랑스 혁명 또한 유럽의 역사를 뒤흔든 사건으로 유럽의 역사를 논하면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세계사의 대사건이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이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가사로도 알 수 있듯이 프랑스 대혁명은 절대 권력과 부패 정치에 억눌려 억압받던 민중들이 반기를 든 민중 봉기 사건으로 봉건제를 타파하고 유럽인, 나아가 전 세계인들의 자유, 평등, 박애를 가져온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 이들이라면, 책을 읽다가 드라마나 영화 등의 작품에서 봤음직한 장면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편린 적으로 기억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나 내용들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역사적 배경의 전후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과거의 기록과 사실을 통해서 미래의 삶을 예측해 내는 것, 이게 진짜 살아 있는 역사 공부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시작이 어렵고, 접근하기가 벅차서 그렇지 제대로 된 좋은 텍스트를 골라 마음먹고, 요모조모 뜯어보고 공부하다 보면, 역사, 세계사만큼 흥미롭고, 놀라우면서 신기한 사건,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도 드물 것이다. 세계사는 인류의 역사는 물론 지구촌 세계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학문이다. <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는 살라미스 해전, 십자군 전쟁, 잉카의 멸망, 프랑스 혁명, 히틀러와 세계대전의 발발 등 인류 세계사를 뒤흔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주제별로 파악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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