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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 노자 <도덕경> 나를 살리는 마음공부
구로사와 이츠키 지음, 박진희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평점 :
도덕경에서 배우는 마음 공부
현자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당신 주변에 혹여 무슨 일이 일어나도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똑같은 얼굴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2,500년 전 고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전은 이미 대단히 매력인적 텍스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 백 년이 지나고 몇 천 년이 지나도 고전 속에 담겨 있는 진리는 쉽사리 왜곡되거나 변형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책 제목이 시선을 끄는 예쁜 책을 만났다.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그냥 무심코 읽었는데도 제목이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그리고 그냥 읽기에는 대단히 쉬운 제목의 글 같지만, 곱씹어 읽어보면, 담겨 있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을 감명 깊게 읽은 구로사와 이츠키가 <도덕경>을 읽으면서 한 고민과 생각, 느낌 등을 자신의 시각과 관점에서 재해석 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도덕경>은 대략 2,500년 전 노담, 우리에게는 노자로 익숙한 이가 지은 책이다. 그런데 하고 많은 고전 중에 하필이면 <도덕경>인가?
이츠키는 학교 졸업 후 그래픽디자이너로 첫 취업했을 당시 직장에 다니면서 늘 남들과 비교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과연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저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불행하지?‘ 발전을 위한 고민은 하지 않고 매일매일 불평하며 엉뚱한 생각을 하던 중에 머리를 식힐 겸 찾았던 동네 서점에서 우연히 노자의 <도덕경>을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교과서에서나 보던 책이라 무슨 고릿적 이야기가 들어 있나 하는 호기심에 열어본 책에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문장들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츠키는 <도덕경>을 읽은 다음 만난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는 전혀 달랐다고 하며 <도덕경> 공부에 침잠했다고 한다. 궁금했다. 무엇이 새롭고, 이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도덕경> 공부로 인해 뭐가 어떻게 달라졌다는 말인지, 알고 싶었다. 알려면 일단은 읽어야 했다.
사실 요즘에는 실제 자신보다 더 크게 보이고자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런 자기주장은 그저 ‘남은 밥’에 불과하다. 차려 놓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면 사람들은 남은 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츠키의 책 속에는 삶에 지침이 되는 나침판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어두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더 낫거나 못한 것은 없다. 마음을 비우면 살아나는 것들, 마음을 텅 비우는 법, 버드나무에 눈이 쌓여 부러질까, 쓸모없는 인생은 없다 등등 세상을 살아가는데 알고 두면 유익한 이야기들이었다. <도덕경>은 고리타분하고 내용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지레 짐작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전혀 어렵거나 고리타분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법, 많이 소유하지 않고서도 만족하며 사는 법, 세상이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등 이 책을 통해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도덕경의 내용을 현대적인 언어와 의미로 재해석하여 도덕경의 내용을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한문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번역과 한자로 된 원문이 챕터 말미마다 들어가 있다.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읽으면서 한자, 한문도 익히고, 교양과 교훈까지도 아울러 배우고 익힐 수 있어 여러므로 유익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