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글, 뜻
권상호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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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뜻에 담긴 한자 이야기

 

좋은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책이라 하면, 일단 내용이 좋고, 가독성도 좋아 신나게 읽히는 책을 말함이다.

더하여 유용한 지식과 교훈, 배울 점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면,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 >과 같은 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소개 글을 보고 굉장히 흥미롭겠다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다. 평소 한자에 대해 관심이 있고, 한자 공부를 해 본 이들이라면, 정말 재밌게 그리고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 >은 많은 한자의 자원, 즉 한자의 생성원리의 풀이와 설명을 주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루하거나 답답한 한문 책과는 거리가 멀다. 더하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삶의 정수를 담아낸 문장은 독자에게 교훈과 감동을 선사한다.

말과 생각은 느낌이 흐리는 강이며

글은 생각과 느낌을 담는 바다다.

 

우리는 잃은 게 너무 많다.

텔레비전을 얻은 대신에 대화를

컴퓨터를 얻은 대신에 생각하는 힘을

휴대전화를 얻은 대신에 독서를

인터넷을 얻은 대신에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키보드를 얻은 대신에 붓마저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대단히 마음에 들었고, 첫 장을 읽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당연한 말 같고, 쉬운 말 같은데, 담겨 있는 의미를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흔히 인생을 살면서 뭔가 하나를 얻고 나면, 나머지 하나를 잃게 된다고 했는데, 과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얻은 것에 비해 잃는 것들이 사실은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더불어 선조들의 삶과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을 보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낙이불음(樂而不淫)하며 살았던 선조들과는 달리 매순간 자극적인 쾌락만을 찾아 헤매고 있는 현대인들은 기술과 정보를 얻은 대신에 결정적으로 머리와 가슴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매일 저녁 세상 돌아가는 기사와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윤리와 도덕적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 뜻 얼핏 보면, 비슷한 거 같은데, , , 뜻은 분명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휘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서로 다른 의미. ‘치산치수(治山治水)’()’민주정치(民主政治)’()’는 같은 치()자 이다. ()다스리다는 뜻이다. ‘는 말이 되고, ‘는 글이 되며, ‘다스리다는 뜻이 된다. ‘()’를 온전하게 알려면, 말과 글과 뜻을 다 알면 된다. 말과 글과 뜻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연계가 되어 있다. 한자 공부를 하며 늘 보던 치()자였지만, ()란 글자의 자원에 대해서는 그리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치() 한 글자에 담겨 있는 의미와 해석이 참으로 놀라웠다. ()자를 뜯어보면, ‘물 마시고(=), 숨 쉬고(), 먹는()’ 일을 보살피는 것이라 하였다. ()자 한 글자에 백성들의 삶이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즐겨보는 책()이라는 글자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라는 글자는 마치 책꽂이 책이 나란히 꽂혀있는 모양으로 보이지만 책이라는 글자는 종이가 발명되고 대량으로 생산되기 이전에 대쪽에 글씨를 써서 끈으로 엮은 모양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러고 나서 책()이라는 글자를 보니, 책꽂이에 책이 나란히 꽂혀 있는 모습처럼도 보이고, 예전 무협영화 속에서 보았던 죽간으로 된 무림 비서가 담긴 책처럼도 보였다. ()와 책() 외에도 많은 한자를 다루고 있는데, 한자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런 문자 해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읽으면서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은 부분도 대단히 많다. 한 구절 소개 해 보면,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자신을 지켜야 한다. 책의 숲 속에 아름답게 닦여져 있는 문자의 길을 산책하며 지혜의 샘물을 마시고 행복의 열매를 따 먹을 줄 알아야 한다.” 뭐 이런 식이다. 이 문장을 너무 좋아서 이면지에 따라 옮겨 써 보았을 정도다.

바쁜 세상이다 보니, 책 읽을 여유조차 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또 시내 큰 서점가에 가보면, 책을 읽고 있거나 책을 사러 온 많은 독서인들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자 공부를 해 봤거나 한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한자의 유래와 만들어진 원리에 관해 아주 대단히 유익한 책으로 생각된다. 내용 또한 심오하거나 어렵지 않아, 편하게 읽으면서 한자의 생성 원리를 깨우칠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뒷 부분에 한자 색인이 있었다면, 책에서 읽었던 한자를 바로 찾고 싶을 때 바로 찾을 수 있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마도 오래 곁에 두고 볼 책 같다. 소장가치가 매우 높은 아주 기분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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