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팔자가 활짝 피셨습니다 - 농부 김 씨 부부의 산골 슬로라이프
김윤아.김병철 지음 / 나는북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산골에 사는 부부 자연인

봄이 오면, 산골에서는 바빠진다. 덩달아 봄나들로 밥상이 푸짐해진다.

다래순, 두릅, 당귀잎사귀 그 외 다양한 봄나물과 식용 가능한 약초 잎들은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북돋워준다.

도시에서는 비싼 값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산나물, 들나물들도, 산골에서는 그야말로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맘만 먹으면 언제든 원 없이 뜯을 수 있다. 싱싱한 걸로 따져도 으뜸일 것이고 향기야 두말할 것도 없다.

싱싱한 자연산을 맘껏 먹을 수 있는 것이 산골에서 사는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열매 열리고 꽃이 피는

풍요의 계절 여름이 오면

매실, 고욤, 오디, 산딸기 등을 따 먹을 수 있다.

역시 도시에서는 귀하디 귀한 열매들이다. 하지만 산골에서는 한 두 나무만 심어도 매년 양껏 먹을 수 있다.

햇빛 짱짱하면 햇빛 짱짱한대로, 소나기가 내리면 소나기가 내리는대로 산골에서는 즐겁다.

나뭇가지 젓가락, 한 여름 산골 밥상 이야기

감자밥, 머위짱아찌, 여름 파김치, 동치미국수, 오이지와 깻잎장아찌

책 속의 사진 만으로는 눈이 호강하고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산 속에서 생활은 어떨까? 불편하지 않을까? 따분하지 않을까? 지루하지 않을까? 답답하지 않을까? 외롭지 않을까? 산속생활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이런 생각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공기 좋고 물 좋은 자연이 있는 산 속에서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름 산 속 생활이 재밌을 것도 같고, 산에 살면 무엇보다 건강해 질 것 같고, 부지런해 질 것 같으며, 세상만사 모든 시름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해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병은 거의 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내가 산골에서의 삶을 동경하게 된 건, 아마도 순전히 어떤 한 TV프로그램의 영향이지 싶다. 소위 3040 시청률 1위라고 하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산 속 생활의 재미와 즐거움,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프로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골, 산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고립, 단절,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연상되었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자연인의 삶을 부러워하게 되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남들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아둥바둥 거릴 필요도 없이, 그저 불편하면 불편한데로, 아쉬우면 아쉬운데로 만족하며 사는 삶. 사실은 진정한 행복은 그런 게 삶이 아닐까싶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냐고 김씨에게 물었다.

김씨는 비로소 행복을 찾았다고 말했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는 순간

누구에게 강요받지 않는 순간

잣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순간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실 도시에서의 삶은 산골에서의 삶과 모든 게 정반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일단 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여유가 없다. 무조건 빨리 빨리 해야 한다. 일이 없어도 시간에 쫓겨 항상 바빠야 하고, 누군가의 간섭을 받아야 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며, 또 누군가에게 일부러 잘 보이기 위해 눈도장을 찍어야 하고 일이 없어도 괜히 바쁜 척, 일을 하는 척, 척척척 해야 한다. 이것저것 남을 의식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다. 문제는 이게 쌓이고 쌓여서 스트레스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산골 부부의 삶을 동경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산골에서 팔자가 활짝 피셨습니다>를 보면서 참 용감한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나가는 사업체를 뒤로하고 산 속으로 떠난 부부. 이 부부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리고 산골에서 어떻게 팔자가 활짝 피었다는 말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었다.

 

행복과 함께 찾아온 두 번째 삶 그리고 꿈

손수 만드는 도자기와 가구

사진으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소박한 살림살이

날마다 소풍처럼 보내는 귀농 생활

 

책장을 넘기면서, 신혼부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콩달콩한 부부의 산 속 생활 모습이 너무 낭만적이었다.

 

누군가 봄이 왔다고 속삭여주지 않아도 제일 먼저 연둣빛 여린 원추리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고 냇가 주변으로 몰려나왔다. 덕분에 멀리 발품을 팔지 않고도 금세 소쿠리 하나를 채울 수 있었다.(87)

 

더우면 언제라도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집만 나서면 매일 등산이요, 산행 중에 산토끼를 만나 숨바꼭질도 하고, 산에서 뜯어온 나물들로 도시에서는 사 먹어야 하는 각종 장아찌와 반찬들을 일일이 정성 들여 만들어 먹고, 겨울이면 화목 보일러에 수시로 땔감을 넣어 집안을 훈훈하게 만드는 삶. 행복은 스스로 만족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 물론 때론 산 속에서의 삶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불편하고 느려서 더 만족스럽고, 누구의 간섭도, 잘 보일 필요도 없어서 신경 쓸 게 없는 자연 속에서의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 부부의 하루하루 일상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이들 부부는 산골에서 팔자가 활짝 핀 경북 영양의 노루모기에 사는 자연인이다. 언젠 한번 기회가 된다면,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노루모기로 한 번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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