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 - 궁궐부터 저잣거리까지, 조선 구석구석을 우려낸 음식들 속 27가지 조선사,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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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

 

간만에 아주 참신하고 재밌는 역사서 한 권을 만났다. 흔히 역사라고 하면 조정 관료들, 즉 임금과 신하들이 편전에서 주요 국가현안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거창한 정치 이야기를 생각하지 쉽지만, 사실 역사는 조정 정사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백성들의 삶과 애환, 고충이 스며 있는 일상 속 이야기가 더욱 현실감 넘치는 살아있는 역사로 인식될 때가 더 많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와 같은 책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고, 목차만 그냥 쭉 훑어봤는데도 굉장히 큰 흥미가 일었다. 챕터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소개되는 글의 멘트도 아주 좋았다. 눈의 피로도 풀어줄 겸 다음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어 주었다.

 

주모 잠을 청하려 하니, 배가 출출하오. 뭐 먹을 것이 없소?

아이고, 운도 좋으셔라.

딸아이 생일이라 낮에 인절미를 만들어 놓았습지요.

허허 배가 호강하겠구려. 내 고마우니 인절미가 왜 인절미가 되었는지 이야기 해 주리다.

인절미에 재미있는 사연이라도 있는가 봅니다요?

 

요즘에도 시장에서 흔하게 사먹을 수 있는 인절미는 조선시대부터 있어 왔던 떡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백성에서부터 임금까지 모두의 사랑의 받은 떡이 바로 인절미였다. 그런데 인절미가 인절미로 불리게 된 데에는 조선시대 인조반정 후 이괄의 난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반정 후 공신 책봉에 불만을 품었던 이괄은 반란을 일으켜 한양 도성으로 진격하게 되고, 인조는 반란군의 기세에 쫓겨 도성을 버리고 공주 공산성으로 피신하게 된다. 피란 중이라 음식이 변변치 못했던 인조에게 공주에 사는 한 부자가 인조에게 떡을 바치게 되는데, 시장하던 차에 떡 맛을 본 인조는 그 맛에 감탄해 신하들에게 떡 이름을 물었지만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인조는 가장 맛있는 떡이라는 뜻의 절미(絶味)’에 임씨 집에서 가져왔다고 하여 임절미라고 부르게 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하기 힘든 으로 바뀌어 오늘날의 인절미가 되었다고 한다. 숙취 해소에 좋아 즐겨 먹지만 보관을 잘못하면 금방 변해 버리는 숙주나물은 세조를 임금으로 만든 1등공신 신숙주와 관계가 있으며, 입맛 없을 때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젓갈은 조선시대 유명한 폭군이었던 연산군과 관련이 있었다. 이 밖에도 간장게장을 둘러싼 영조의 경종 독살설, 지금도 겨울이면 생각나는 조선시대 대표 구황작물 고구마가 우리나라에 오게 된 내력, 지금도 흔하게 즐겨먹을 수 있는 설렁탕, 개장국, 삼계탕, 곰탕, 순대, 동래파전, 전주비빔밥 등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는지 그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삼계탕(蔘鷄湯)은 원래 계삼탕(鷄蔘湯)으로 ()’보다 ()’, 즉 닭이 먼저였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인삼은 일반 가정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약재가 아니었다. 아주 귀한 약재로 양반가에서만 더운 여름철에 몸을 보하기 위해 백숙에 인삼을 넣어 계삼탕(鷄蔘湯)을 먹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인삼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인삼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인삼을 널리 재배하게 되면서 시중에서 쉽게 수삼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계삼탕(鷄蔘湯)이라고 불리던 음식이 슬그머니 삼을 앞세워 삼계탕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입학식이나 졸업식, 생일날 등 특별한 날만 겨우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바로 자장면이었다. 자장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하는데, 자장면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서글픈 우리 근대화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장면은 조선의 아픈 근대화의 역사를 품고 탄생한 음식인데,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자장면과 관련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는 음식과 조선이라는 주제로 조선 음식 이야기를 담고 풀어낸 역사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주제와 내용이 매우 참신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먹는 음식의 경우, 분명 그 이름이 붙게 된 내력이나 이유가 있을 터인데, 이제까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냥 막연하게 처음에 만든 누군가가 이렇게 이름을 붙였겠지 생각하고 먹었었는데, 음식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알고 나니, 그 음식이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면서도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르게 조선시대 음식과 관련지어 역사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의 능력이 참으로 놀라웠다. 그 밖에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과 사진 자료들은 이 책의 또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매우 훌륭하였다. 오랜만에 대단히 흥미로운 기획 역사책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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