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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보다 3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조선사 여행, 숙종~순종 ㅣ 조선왕조실록을 보다 3
박찬영 지음 / 리베르스쿨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왕조실록을 보다> 시리즈는 책 소개의 말처럼 그야말로 조선사 보물 창고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고 어울린다. 책 속에 수록되어 있는 다양한 그림, 지도, 사진, 가계도 등은 본문의 내용을 보다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세 권의 책 속에 조선왕조 500년 그리고 근대의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다 담겨져 있다. 책의 내용 또한 대단히 쉽게 되어 있는데, 책의 독자층을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고르게 맞추려는 의도에서 모든 내용들을 풀어 놓아 이해가 쉽다. 사실 전문용어, 한자말 등의 역사용어는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낯서고 어렵다. 그런데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독자층을 배려하여 이 용어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왕조실록이란 텍스트는 정작 재위 당시 조선의 왕들은 볼 수 없는 책이었다. 실록은 사관이 직필사관의 원칙에 따라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였는데, 혹시나 왕이 자신에 대해 안 좋게 쓴 기록을 보게 되면, 이를 왜곡하고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라 하더라도 실록만큼은 절대로 볼 수 없도록 엄격하게 법으로 규정을 해 놓았다. 그런데 조선시대 만인지상의 지위에 있었던 왕도 보지 못한, 볼 수 없었던 그 기록을 지금 우리는 자유롭게 보고 있으니, 아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통쾌한가?
<조선왕조실록을 보다> 3권은 조선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즉 조선후기에서 대한제국 시대까지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3권은 숙종실록부터 시작되는데, 숙종은 내가 알기로 참으로 대단한 임금이다. 숙종은 백성들의 삶을 직접 보기 위해 암행이나 미행도 많이 다녔고 또 김만중이 지은 소설 사씨남정기의 롤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숙종은 아버지 현종의 뒤를 이어 14살 어린 나이에 즉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비의 수렴청정도 받지 않고 바로 정치 10단 아니 정치 고수의 노련한 신하들을 좌우에 벌려 두고 친정을 시작했다. 단종과 비교해 보면, 그가 얼마나 노련한 정치가였는지 대번에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단종은 숙종보다 2살이 어린 나이인 12살에 즉위했지만, 12살이나 14살은 지금 우리 아이들 기준으로 봤을 때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년으로 둘 다 어린 소년이기는 매 한가지다. 숙종은 어린 나이였음에도 노련한 중신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내 뿜으면 조정을 이끌어 나갔다. 숙종의 재위기간은 무려 46년간 이어지는데, 많은 업적을 남긴 반면, 스캔들 또한 대단했었다. 장희빈과 무수리 최씨, 두 인물 모두 숙종시대 계통과 관련해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장희빈은 인현왕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지아비인 숙종으로부터 사약을 받아 자신이 친아들인 세자(훗날 경종)가 보는 앞에서 죽었다. 장희빈의 아들은 숙종의 뒤를 이어 조선의 왕이 되는데, 그가 바로 경종이다. 하지만, 경종은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충격 때문에 정사를 제대로 펴지 못했고, 이 사건 때문에 심적으로도 또한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아서였는지 석연치 않은 병증으로 일찍 세상을 떴다. 경종의 뒤를 이어 그의 배다른 동생, 무수리 출신의 숙빈 최씨의 아들인 연잉군이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등극 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었다. 암튼 그가 바로 조선 최고의 재위기간을 자랑하는 영조이다. 영조는 어머니의 신분 때문에 재위기간 내내 엄청난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는 노론에 의해 얻어진 거나 다름없었기에 당색이 골수 노론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었으니, 아버지와 당색이 서로 달랐던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는 왕이 되어보지 못하고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만에 굶어죽었다. 그러나 사도세자의 불꽃이 완전히 꺼졌던 것이 아니었다. 영조의 손자이면서, 사도세자의 아들이 우여곡절 끝에 즉위하였으니, 그가 바로 정조인데, 그는 즉위식에서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포를 하였다. 조선은 정조가 재위하면서 비로소 다양한 문물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정조는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임금으로 평가 받게 된다. 정조 이후 조선은 급속도로 무너지게 되는데, 그 배경에는 60년 세도정치의 부정부패가 있었다.
고종 이후, 근대로 이어지는 개화기는 불과 100년 전의 일이다. 사실 우리와 가까운 시대이고 현재의 오늘이 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시기였기 때문에 더 잘 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만 못하다. 사건이 워낙에 복잡하고, 또 개입된 나라들 또한, 청과 일본을 넘어 미국, 영국, 러시아, 독일 등의 열강들이 앞두어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 시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어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