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무더운 한 여름보다 오히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이 계절이야말로 공포와 추리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사실 추리소설은 내게 있어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닌 그런 장르이다. 가끔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작품이 있지 않고서는 왠만해서는 잘 보지 않는데, 최근에 재밌게 본 추리소설을 꼽아보라면 마쓰모토 세이초의 <잠복>이 무지 좋았다.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 아마도 작년 이 맘때쯤 일거다.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악의 교전>,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베스트셀러이기에 서점 입구에 떡 하니 책을 쌓아두고 판매를 하는 것일까? 어떤 책이지? 작가가 누구지? 궁금증과 호기심에 책을 들고 이러저리 살폈다. 기시유스케란 작가의 이름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때만 해도 추리소설에 큰 관심이 없었던 터라, 무심코 지나쳤는데, 나중에 악의 교전 서평을 보고는 "아! 이 책이 그 때 그 책이었구나!" 하면서 읽어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악의 교전>은 출간 당시부터 대단히 화제작이었었는데, 지금까지도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그의 단편집 모음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또다른 화제작 <자물쇠가 잠긴 방>이었다. 이 작품은 2012년 일본 후지tv에서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악의 교전>은 장편이라 우선은  <자물쇠가 잠긴 방>에 실려 있는 단편소설을 통해 기스유스케를 먼저 만나보고  나서 장편에 도전해 볼 작정이다.

 

‘호러의 거장’,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발간되기 무섭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기스유스케의 단편 <자물쇠가 잠긴 방>에는 비슷한 이야기인 듯 하지만 다른 이야기 '서 있는 남자, 자물쇠가 잠긴 방, 비뚤어진 상자, 밀실극장' 등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했다는 거예요?" 

준코는 말문이 막혔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범인은 해냈어요. 범죄를 실행하는 것보다는 그 수법을 추측하는 편이 훨씬 쉬울 텐데."

에노모토는 분한 듯이 말했다.

"뭔가 다른 발상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검토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발상이."

                                                                     [서 있는 남자] 중에서....

 

아오토 준코는 동정심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저한테 뭘 의뢰하고 싶으신 거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히로키 군은 틀림없이 자살한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히로키는……절대로 자살한 게 아닙니다.”

아이다의 말에 준코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살이 아니라고요? 무슨 근거라도 있나요?”

“히로키에게는 죽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아오토 선생님. 애당초 경찰이 히로키 군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한 건 현장이 밀실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밀실이 깨진다면 180도 바뀌어 살인일 가능성이 농후해지겠죠.”

                                                                    [자물쇠가 잠긴 방] 중에서...  

 

이 자식 도대체 뭐야. 어떻게 그걸 모조리 꿰뚫어 본 거지.

스기사키는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다리에 힘을 주어 겨우 버텼다.

"제가 그런 짓을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증거는 죄다 당신이 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에노모토는 조용하게 말했다.

스기사키는 에노모토를 노려봤다.

                                                                    [비뚤어진 상자] 중에서.

 

추리소설의 매력은 작품 속의 상황과 사건이 얼마든지 실제 내 주변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은 예감에 있을 것이다. 잠복도 그렇고, 악의교전도 그렇고, 이 작품 역시도 그렇다. 밀실살인의 범인을 잡으려면 밀실을 깨뜨려라. 『자물쇠가 잠긴 방』은 밀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 이 책 속에는 네 개의 단편,  네 개의 밀실이 나오는데, 밀실을 깨뜨려야만 범인이 나타나게끔 되어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밀실을 잠그려는 자와 열리는 자 사이에서 고도의 두뇌게임이 펼쳐진다. 기스유스케의 책은 표지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한 것 같다. <악의교전>도 그렇고, <자물쇠가 잠긴 방>도 한 번 보면 기억될 정도로 책 표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리고 표지만으로도 이 책의 내용이 어떻다 하는 걸 은근히 암시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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