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서울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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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서울

 

 

1990년초 중학교에 들어갔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맨날 놀기 바빴다. 그렇다 보니,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방학 때 성적표가 나왔는데, ‘가가가양가양가가 가득했다. 부모님의 근심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책 읽기를 싫어하는 나에게 외삼촌이 권해 준 책이 있었다. <삼국지>였다. 이유 불문하고 우선 서너 장만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서너 장 넘겨보다가도 재미없으면 안 읽어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책다운 책을 읽게 된 책이 바로 <삼국지>였다. 그렇게 나는 책의 재미, 독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이 바로 이문열 작가님의 평역 삼국지였다. 그리고 내가 최초로 소장하게 된 책 또한 바로 이문열 작가님의 평역 삼국지이다.

 

오디세이아 서울의 배경이 바로 90년대 초 내가 중학생이 된 바로 그 무렵이다.

이 책을 대하니, 문득 30년 전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났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는 그냥 여전히 아이였었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이 책의 제목이 왜 오디세이아 서울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어떤 공통점이 있고, 무엇이 다른지, 왜 제목을 거기서 가져왔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빨리 풀린다. 오디세이아의 서울에서는 전적으로 수동적인 한 필기구의 방랑과 공통되기 때문이다. 이문열의 <오디세이아 서울>은 졸부 김왕흥이 일행과 유럽여행에서 명품 필기구 몽블랑 불펜을 구매하게 되고, 이 외국제 필기구는 김왕흥의 옷에 꽂힌 채 서울 곳곳을 다니며 이모저모를 견문하면서 이방인의 시각으로 한국인의 가치관에 충격을 받는 그런 모습들이 그려진다.

김왕흥 씨 주변에는 그 비슷한 외눈박이 거인들이 많았다. 그날만 해도 나는 또 한 사람의 거인을 더 만났다. 그 기묘한 거래에 추가로 필요한 삼천만원을 빼내기 위해 김왕흥 씨가 찾아간 증권회사의 차장이 아마도 그랬다. 그 외눈박이 거인은 증권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고 있었다.(155)

 

이 작품은 사실 읽으면서 역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마 지금도 여전히 김왕흥 씨처럼 사는 졸부 내지는 중산층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성공한 사업가, 지식인 척 하지만, 속은 김왕흥 못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다. 문제는 본인이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이문열 선생의 다른 작품들 보다 훨씬 더 뛰어난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실은 근래 이문열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읽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황제를 위하여>란 작품은 1997년 대학 다닐 때 접했던 작품으로 당시 읽을 때는 이 작품이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지 못했었는데, 20년 이 훌쩍 지나서 최근에 다시 읽으니, 굉장히 뛰어난 수작이었다.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1982년 처음 1쇄 발행을 시작 한 이후 현재까지 거의 40여 년 가까운 세월동안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었다. <오디세이아 서울> 또한 1993년에 세상에 처음 나왔다. 그러고 지금 다시 개정판이 나왔으니, 30년 가까이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곁에 있어온 셈이다.

이 작품이 출간된 지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출판사와 인쇄를 거듭 바꾸어가면서까지 간행된 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달라졌고, 세상이 변했으며, 삶의 모습이 달라졌지만, 삶의 방식까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사는 삶이 참 구질구질한데, 그 구질구질한 삶을 정말 기가 막히게 만들어 놓았다.

러시아 톨스토이가 있다면, 나는 우리나라에는 이문열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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