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볼 수 없는 책 - 귀중본이란 무엇인가
장유승 지음 / 파이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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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볼 수 없는 책

 

()한문의 시대, 한문책 이야기

고서, 고서라 하면 오래된 옛날 책을 일컫는다. 오래된 물건은 유물이라 하여 귀한 대접을 받는다. 지금 고서라 불리우는 옛날 책을 보려면, 박물관 같은 곳에 가야만 볼 수 있다.

가끔 진품명품 프로에 고서가 나오기라도 하면 그 귀하고 희귀한 정도에 따라 책값의 편차가 엄청남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서라고 해서 다 귀하고 가격이 비쌀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 종종 고서점에 고서를 보러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10권정도 되는 통감 책 값이 권당 100,000원이었던 게 기억 난다. 10권의 가격이 100만원이었다. 소장용으로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형편이 어려울 때라 감히 군침만 삼키고 구입하지 못했다.

귀중본, 희귀본은 어떤 책인가?

이 책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 되어 있는 귀중본 26종에 관한 고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만나볼 아무나 볼 수 없는 책은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다. 나는 오래전에 해인사 장경판전에 들어가 이 목판들을 실재로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뭘 모를 때라, 유심히 보지 못한 게 지금에 와서 후회가 된다. 대장경 판목을 보관한 장경판전의 면적은 300평에 가까우나 이것으로 찍어 낸 인쇄물은 2평이면 충분히 보관이 가능하며, 그 마저도 파일로 만들면, 노트북으로 카페에 앉아서도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다 열람할 수 있는 시대가 요즘 세상이다. 고서도 더 이상 종이책으로 보지 않고, 고서 열람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다. 이건 여담인데, 해인사는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사라질 뻔 하였다고 한다. 그 때 만약 폭격을 당했다면, 팔만대장경 판목을 우린 지금 보지 못했을 것이다. 1951년 미 공군본부는 장지량 작전참모에게 인민군이 숨어 있는 해인사를 폭격하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장지량 참모는 해인사 폭격 명령에 불복종한다. 이유는 그가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알고 있는 지식인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미군에게 한국의 문화유산들은 별 가치가 없었지만, 팔만대장경이 어떤 문화재인데 인민군 몇 명 잡자고 해인사를 폭격하겠는가'.라는 것이 명령 불복종의 이유였던 것이다. 미군은 이승만대통령에게 장지량이 명령을 어긴 것을 항의하였고, 이승만은 사살 명령을 내린다. 장지량 참모는 오로지 천년고찰과 팔만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이처럼 목숨을 걸고 명령을 거부하였던 것이다. 그의 희생과 판단으로 오늘날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 순간의 오판으로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은 아무나 볼 수 없는 책이 아닌 영원히 볼 수 없는 책이 될 번 하였다.

 

1478년판 한국문학전집

세계문학전집은 요즘도 여전히 인기다. 문학동네, 민음사, 열린책들을 비롯한 여러 출판사가 꾸준히 펴내고 있다. 반면 한국문학전집의 인기는 예전만 못한 듯 하다. 한국문학전집의 역사가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었다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에게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지는 유구한 문학전집의 전통의 있다. 바로 1478<동문선>의 편찬에 이르러 그 규모와 수준에서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동문선>은 신라와 고려, 조선 초기의 명문을 모은 책이다.(220)

 

한문은 과연 우리의 문자인가?

온통 한자, 한문으로 된 책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고 풀이하는 이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다른 언어, 문자와 달리, 한문으로 된 글은 한자만 많이 안다고 해서 그 문맥을 쉬이 파악해서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내용을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글이 아니다.

사서와 통감 등 기본이 되는 텍스트들을 수십, 수백번 읽어 한문 문장의 문맥과 문리를 깨우쳐야만 읽을 수 있다. 하여 문리를 트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배우기가 결코 쉽지 않는 학문이 바로 한문학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지금 이 학문은 상당히 외면을 받고 있다. 관련 학문을 전공해도 쉽게 취업을 할 곳이 마땅치 않고 보니, 전공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에서도 이런 한문을 공부하고 고서를 연구하는 인문학 관련 학과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한문학, 고서, 고문 연구가 미래 사회에 얼마나 더 지속될지 의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각종 동영상이 난무하는 시대

아무도 보지 않는 고서, 한자로 된 한문 책이야기

 

불과 100년 만에 세상이 급속도로 변해 버렸다.

사실 100전인 1922년대 전후만 하더라도 여전히 한문책이 발간되고, 한문책들이 읽혔다.

그리고 책은 과거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과거 지식인들은 이 책들을 애지중지 애물단지 여기듯 하였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변했다. 오래된 책들은 고서라는 이름으로 도서관의 깊숙한 서고에 묻혀져 있고, 훼손된다는 이유 하에 일반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되어 버렸다. 대신 이들 자료들이 사진으로 촬영되어, 컴퓨터 화면을 통해 이들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은 손으로 넘겨보는 재미가 있는데,

전자책은 손으로 책의 감촉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비 한문의 시대,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이런 한문책들이 외면 받는 시대임에도 이 학문을 꾸준히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한편 다행이다 싶다.

<아무나 볼 수 없는 책> 속에는 정말 처음 접하는 제목의 고서들도 상당 수 있었는데, 정말 가질 수만 있다면 소장하고 싶은 고서들도 여럿 있었다. <난여>, <남화경주해산보>, <명산기> 등은 영인된 한문 책으로 책장을 손으로 넘겨가며 보고 싶은 책이었다. 주말 쯤해서 어디 고서를 판매하는 곳을 찾아 고서 나들이를 한번 나가볼까 싶다. 혹시 마음에 드는 고서를 만나면 나도 한 권쯤 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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