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 도키코 - 사진으로 보는 사랑과 투쟁의 99년
마쓰다도키코회 엮음, 김정훈 옮김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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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 도키코

 

995개월의 삶을 산 마쓰다 도키코는 일본 근현대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057월 아키타현 센보쿠군 아라카와 마을(광산촌)에서 마쓰다 만지로()와 스에()의 장녀로 태어나 2004년 눈을 감을 때까지 일본의 흥망성쇠와 부흥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일본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었다.

1914년 그녀 나이 9세였을 때,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으며, 9년 뒤인 192318세 때 관동대지진을 겪었고 이어서 세계2차 대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 그 이후 미국의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 일본의 패전과 항복, 일본의 재건과 성장, 경제발전, 호황기 등등 보통 사람이 일생동안 한 가지도 겪기 힘든 일을 그녀는 일백년 동안 다 겪었던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가 혼란을 겪었던 세계1,2차 대전 등 격동의 역사적 순간과 시간 속에 그녀의 삶이 있었다.

거듭된 세계대전과 일본의 원자폭탄 투하, 일본의 무조건 항복과 패전 등 난세, 혼세 속에서 마쓰다 도키코의 삶 또한 결코 평탄하지 않았음은 책을 보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을 터이다. 그녀의 삶을 쫓으면서 기구한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참 힘들게, 어렵게 살았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동아시아의 엄청난 혼란은 제외하고서라도 1살 때 아버지가 광산에서 일하다가 급사를 하는 바람에 그녀는 아버지의 얼굴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비극을 경험하게 되며, 친부 사후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2차례나 개가를 하게 되고 4학년인가, 5학년 때에 의부의 폭력을 견디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비참하게 느낀 하나는 함께 도망가자고 어머니를 조르지만어머니는 하나에게 공부해서 장례에 독립하라고 일러주며 오히려 하나를 달랬다고 한다. 이 무렵 하나는 책 읽기에 흥미를 느껴 이야기의 포로가 되었다고 하는데, 친구의 집에 있던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빌려서 읽은 것을 계기로, 이후 그녀의 삶은 많이 변하게 된다.

 

1931년 여름 오누마와 함께 자유노조에서 활동하던 시인 다다 간스케가 도요타마형무소에서 옥사한다. 직전에도 옥중에서 쓴 친밀감과 결의가 담긴 편지를 받았던 만큼 도키코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형무소 측에서는 자살이라고 주장하며 검시를 방해하였다.11월에는 일본공산당 중앙위원 이와타 요시미치가 경찰의 고문으로 죽임을 당했다. 도키코는 분노에 사로잡혀 데스마스크에 부쳐라는 시를 쓴다.(~46)

마쓰다 도키코, 이분이 어떤 분인지, 이 책을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일본의 아키타현 아라카와 광산에서 태어나 가난한 노동 계급의 딸로서 어릴 때부터 가혹한 노동 환경에 처한 부모를 보고 자랐으며, 20세가 되자 도쿄에 상경해 노동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삼엄한 경찰의 단속과 탄압 속에서도 그녀는 노동계급의 의식을 일깨우고 뜻을 모으는 시와 소설 등을 펴냈으며, 노동운동을 억압하던 권력 기관의 음해로 무고하게 사형선고를 받은 노동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도키코는 일본 내부의 모순과 투쟁했을 뿐 아니라 식민 강점기 조선인에 대한 차별 대우, 나아가 강제징용 조선·중국인 학살 사건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본에 이 같은 이인(利人)이 있는 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명출판에서 출간된 <마쓰다 도키코>는 평생 일본 인권 운동에 몸을 바쳐 투신한 도키코 여사의 생애를 기록한 사진집이다. 1900년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이런저런 다양한 모습들이 마치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설명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이 자료를 통해 일본의 근현대 성장 배경과 그 당시 사회상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상까지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대중에게 마쓰다 도키코라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 마쓰다 도키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나아가 국적과 성별을 넘어 평등을 이루고자 했던 그녀의 의지를 이어받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국적을 불문하고 평생을 인권 운동에 몸을 바쳤다니, 그녀의 삶과 열정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마쓰다 도키코>를 통해 굉장히 귀한 자료를 만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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