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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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조선의 과학을 열다.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장영실

굉장히 재밌다.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사람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한다.

고려조 명문가의 자재였다가 정몽주 사후 정몽주의 사람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집안이 풍비박산하여 아비는 역도로 몰려 죽고, 어미와 어린 영실이 노비가 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다가도 영실이 관노로 뭇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마침내는 세종의 부름을 받아 노비에서 면천되는 장면에서는 뭉클하면서 뭔가 짠하고 찡한 감동이 몰려왔다.

 

전하, 경상도 동래현 백성 중에 손재주가 몹시 뛰어난 이가 있다고 하온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헌데, 그 자의 신분이 동래현의 관노라 하옵니다.”

조당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신하들이 웅성거렸다. 국법에 걸린다.

세종은 신하들을 둘러 보더니 곧 침착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경들도 알다시피 이번 일은 이 나라의 앞날에 매우 중요한 일이오. 비록 천민이라 할지라도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불러다 써야 하지 않겠소? 지금 당장 영을 내려 장영실을 불러오도록 하시오.”

세종의 결정에 조정 대신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제아무리 솜씨가 뛰어나다 한들 한낱 노비를 궁에 들여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세종은 신하들이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자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얼마 뒤 동래현 관아가 술렁거렸다. 영실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한양으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세종은 그 즈음에 중대한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장영실의 실력을 인정하여 마침내 그를 종의 신분에서 풀어주고 집과 재산을 내려 편안히 살게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관노의 신분을 유지한 채 명나라에 들여보내기가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대국을 상대하는 사대외교에 결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은 영실을 불러

너와 같은 인재를 얻으니 천 명의 군사와 만 마리의 말을 얻은 것보다 더욱 기쁘구나. 그런 까닭에 너를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게 하고 상을 내리깔 하노라. 그대에게 정5품직을 내리겠다.”

장영실은 타고난 재주로 인해 노비에서 일약 정5품직의 벼슬에 제수되었다.

5품이면 자신을 천거해 준 동래현의 현령보다는 1단계나 더 높은 품계이고, 과거공부를 10여년 하고도 말직에서 시작하여 또 10여년이 되어야 오를 수 있는 그런 자리였던 것이다. 영실은 세종의 총애에 힘입어 파격적인 승진을 하였고, 이는 조선시대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였던 것이다.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다룬 한석규, 최민식 주연의 영화 천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설을 읽고 나니, 영상으로 다시 한 번 조선의 과학을 연 두 인물 세종과 장영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려말선초 역성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관노가 된 장영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재주로 인해 군왕인 세종에게 발탁되어 마침내 노비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조선을 과학 선진국으로 우뚝 세우게 되는데,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삶과 인생,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소설 장영실의 일독을 권한다. 소설 속에 장영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다 들어있어 굉장히 재밌고, 감동적이다.

어머니의 면천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중요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든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내면 언제인가는 그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노비에서 양반이라, 그것도 신분적 제도가 엄격한 조선에서, 장영실이 처음으로 그 길을 연 것이다.

지극히 높은 지위에 있었던 임금과

지극히 낮은 천한 위치에 있었던 노비

같은 자리에서 감히 함께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하늘을 보며, 천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보게!! 영실이 자네 눈에는 뭐가 보이는가?”

전하의 나라가 보이옵니다.”

장영실은

나라의 지존인 임금과 나란히 앉아 같은 하늘을 보았던 노비 출신의 과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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