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또롱 아래 선그믓 - 옛이야기 속 여성의 삶에서 페미니즘을 읽다
권도영.송영림 지음, 권봉교 그림 / 유씨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배또롱 아래 선그믓

제목이 낯설다.

배또롱’, ‘선그믓’, 우리말에 이런 단어, 어휘들이 있나 싶어 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배또롱은 제주도 방언으로 배꼽이란 뜻이고, ‘선그믓이나 을 뜻하는 말이었다. ‘배또롱 아래 선그믓을 풀이하면, ‘배꼽 아래 선이란 뜻이 된다.

책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다. 어른들을 위한 전래동화의 성격이 짙어서 가독성 또한 상당히 좋다.

옛 이야기는 사실상 아이들이 즐겨 보는 전래동화로 인식되어 있고, 교훈이 기본 베이스로 깔려 있기도 하나 그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엉뚱한 경우가 많다. 이는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이들의 흥미를 우선하기 위해서 허구적인 상황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내용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문학적 형상화라고 정의하였다.

옛 이야기는 아이 책이나 어른 책이나 구별없이 다 재밌는 것 같다. 태평한화 골계전에 들어 있는 해학적인 이야기들이 그러하고, 고금소총이나 금계필담, 청구야담과 같은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도 재밌는 내용이 많다.

이 책은 수 많은 옛 이야기들 중에서 여성들과 관련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엮었는데, 이 책을 통해 옛 여성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데, 몇 가지 사례만 살펴보기로 하겠다.

 

잘난 여자는 남자의 발목을 잡는다.

아들보다 뛰어난 딸

이몽학의 이야기나 김덕령의 이야기나 누나는 남동생보다 지략과 힘을 훨씬 더 잘 갖추고 있었기에 힘을 잘못 쓰게 될 동생을 염려하고 경계하였다. 그러나 결국 남동생을 살리고 자신을 죽이는 쪽을 선택함으로써 비극적인 전설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몽학이나 김덕령은 의병장으로서 이름을 남긴 역사 속 실제 인물이지만 이들에게 그런 누나들이 진짜 있었는지는 모르겠다.영웅의 실패를 초래하는 데에 누나라는 존재 자체는 걸림돌이 되는 것일까. 형제 갈등이 아닌 젠더 갈등, 이야기의 초반에서부터 누나의 관심은 남동생의 힘에 있었다. 누나가 경계하는 이유는, 남동생이 함부로 힘자랑하며 다니는 꼴을 보아하니 필경 일을 벌이고야 말 것인데, 그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향이라기보다 파괴적인 힘을 가진 것임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래서 씨름판에 나타나 남동생을 쓰러뜨림으로써 남동생의 힘이 빈약한 것임을 직접 느끼게 해주었다.(~47)

아기장수이야기, 남편 찾아 삼십 년, 못생겨서 버림받은 신부, 효부와 호랑이, 열녀곽씨부인 이야기들도 굉장히 재밌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이 하나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의 원출전이 어디인지 주석이나 각주로 처리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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