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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12월
평점 :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깊은 산 골자기 이름 모를 산모퉁이
비경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산사(山寺)가 자리해 있다.
깊은 산 속에 들어앉은 고찰
꽃, 나무, 깊숙한 곳의 선방
모든 시끄러움, 이 곳에서는 모두 사라지네.(5면)
소가 멈춘 곳에 절을 지으면 국운과 불교가 함께 흥왕하리라.
미황사는 전남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달마산에 있는 절이다.
미황사 뒤로 보는 달마산의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곳도 인연이 닿으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85~98면)
대저 사람이 산에 오르면 먼저 그 높은 것을 배우려고 할 줄 알아야 하고
물을 만나면 그 맑음을 배울 것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돌에 앉으면 그 굳음을 배울 것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소나무를 보게 되면 그 푸름을 배울 것을 생각하고...(134~5면)
물, 돌(바위), 소나무 등은 산에 가면 흔하게 다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매월당 김시습은 이러한 산과 돌, 물과 소나무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였다.
언제부턴가 잔기침이 심해져서 약을 먹어도 쉬지 낫지 않아, 산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신기하게도 도심에 있을 때는 계속 기침이 나는데, 산 속으로 들어가면 기침이 나지 않았다. 급경사의 오르막을 오를 때도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힘이 드는데도 기침이 나지 않는 게 무척이나 신기했다. 주중에 도심에 회사에 있을 때는 억지로 기침을 참으려고 해도 계속 기침이 나왔는데, 산에 있을 때만큼은 기침이 나지 않았다. 분명 효과를 보고 나서 시간이 날 때 마다 산을 찾았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앞산을 주로 다녔고, 주말에는 인근의 비슬산이나 팔공산, 가야산 등의 명산을 찾아 오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산을 다니고 나서 어느 순간 기침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산을 오르내리면서 숲의 맑은 공기를 들이 마쉬는 과정에서 몸 속에 노폐물들이 땀과 함께 다 배출되어 버린 듯 하다.
산을 다니면서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산마다 꼭 절이 있었다. 앞산에는 은일사라는 절이 산을 오르는 중턱에 만날 수 있었고, 비슬산 천왕봉 가는 길에도 등산로 입구에 유가사라는 절이 턱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팔공산도 동화사라는 절을 경유해서 동봉과 비로봉으로 오를 수가 있고, 가야산에도 해인사와 청량사라는 절이 각각 다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신기한 건 절에서 산 정상을 바라보아도 정상이 바로 보이는 정 중앙에 위치해 있고,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아도 절이 있는 위치가 아주 명당 같은 곳에 위치해 있는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금년의 마지막 단풍 산행으로 고창에 있는 선운산을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 도착하고 나서 입장료가 있는 것을 알았다. 매표소에서 나는 절에는 안 들어가고 바로 선운산을 오를 거라고 했더니, 절에 가든 안 가든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했다. 하지만 기왕에 여기까지 온 거 3,000냥 때문에 그냥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다. 등산로 입구 갈림길에서 절로 가지 않고 절 담을 끼고 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생각할수록 황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절에는 가지도 않는데, 등산 입장료를 3,000원 내는게 계속 부당하게 느껴졌다. 매표소 입구를 등산로와 절 입구가 갈리는 곳에 설치해서 받던지,
아무튼 그렇게 선운산 정상에 오른 다음, 점심을 먹고, 올라온 곳과 반대되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다시 절이 나왔다. 낸 입장료가 있어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나는 3,000원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합천 가야산 자락에 위치한 해인사는 가 보았는데, 합천 청량사는 금시초문이다. 더구나 해인사가 아닌 청량사가 통일신라시대 대표 영남 사찰이었다니, 이 또한 의외였다.
이 외에도 창녕의 관룡사, 청양의 장곡사, 동해 삼화사, 화순의 운주사, 상주의 남장사, 북장사, 전남 영암의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는 절’이란 뜻의 무위사(無爲寺) 등등 정말 보기 드문 명소 아닌 곳이 없는 것 같다. 기회가 되고 인연이 닿는다면, <사찰 답사기>와 함께 꼭 한번 씩 답사를 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