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허밍버드 클래식 M 2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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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약으로 부()를 얻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소. 나의 발견으로 인해 연약한 인간을 질병에서 자유롭게 하고 끔찍한 죽음으로부터 지켜 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큰 영예일까?……자연철학에서 가지를 뻗은 화학이란 학문은 엄청난 진보를 이뤄 왔고……그날이 바로 내 운명을 결정지은 날이오.아름답던 사람의 몸이 어떤 식으로 변질도며 썩어 가는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단 말이오. 그러다 문득 하던 일을 멈춘 나는 인과관계의 모든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분석했소.생각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 보니, 내가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면 썩어 가고 있는 시체도 부활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소.조립된 인체에 생명을 불어넣겠단 일념으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연구에 매진내가 만들어 낸 피조물의 모습을 도저히 참고 바라볼 수 없었던 나는 그만 연구실을 박차고 나왔소.아 그 흉측한 얼굴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절대 없소. 산송장도 그놈보다 흉물스럽지 않을 테니까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은 어렸을 적 본 만화를 통해 익숙하긴 한데, 대개가 외적인 괴물의 모습만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만화 제목이 <두치와 뿌꾸>였었나? 이 만화에 보면, 드라큘라와 무당, 늑대인간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등장했었다. 프랑켄슈타인의 경우, 몬스라는 이름의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흡사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와 닮았다. 이마에 땜빵과 의사가 야매로 제멋대로 꿰맨 듯한 봉합 상처, 큰 덩치. 물론 <두치와 뿌꾸> 만화에서는 뭔가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 모습의 우스쾅스러운 프랑켄슈타인이 이미지였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영화로 이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뭔가 내가 생각하는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고 내용도 도무지 황당한 그런 영화였다.

허밍버드 클래식 M시리즈에서 출간된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비로소 제대로 된 온전한 기승전결의 내용을 갖춘 프랑켄슈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더구나 이 작품이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서양고전문학 장르에 포함되어 있고, 출간된 지 굉장히 오래된 작품이었음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영국의 작가인 메리 셸리가 1818년에 쓴 작품인데, 1818년이면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정조 임금 사후 18년이란 긴 세월동안 유배를 갔다가 드디어 해배(解配)(유배가 풀린)가 된 해였다.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산 선생이 유배가 풀리던 해인 1818년 메리셸리는 19살의 나이로 아주 독특하면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프랑켄슈타인>이란 걸작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남편과 시인 바이런에게서 힌트를 얻어 인간과 똑같은 능력을 갖춘 기괴한 형상의 거대한 인조인간을 창조함으로써 과학 소설의 선구자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메리 셸리 작가가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은 지 20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식이라든지, 오래되었다든지 하는 그런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작품이며, 담고 있는 내용 또는 소설의 기발한 상상력을 뛰어 넘으며, 과학기술이 야기하는 사회, 윤리적 문제까지도 아울러 다루어서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년 동안 고전으로 불리우며 다양한 버전의 번역본은 물론이고, 영화, 연극, 만화, 뮤지컬, 텔레비전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재탄생되는 것은 꾸준한 인기와 관심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메리셸리는 1818년에 이미 산업화 및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서서히 인류가 파괴와 멸망의 길을 걷고 있음을 예측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고자 하였다. 즉 지나친 지적 욕구와 오만함으로 인류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경고는 프랑켄슈타인이 발표된 지 무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가리키며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괴물은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걸까?

이 소설은 다윈 박사와 독일 생리학자들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예측한 가설에 기초해 구성되었다.(1818년판 작가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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