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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지음, 김라합 옮김 / 보리 / 2000년 10월
평점 :
소설도 아닌 기록서인데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고 의아하다.
에스파냐(스페인)의 작은 도시 한쪽, 아이들이 일구는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1956년 세빌이라는 신부가 6살부터 소년 15명으로 시작한 벤포스타라는 자치도시이다. 규모가 커져 400여명의 소년들이 '스스로 앞가림을 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힘을 기르자는' 실바신부의 이념하에 자치적인 화폐가 통용될 정도로 스스로 벌어 스스로 자립하고 있다.
그 곳엔, 은행,시청,셀프식당,목각소,슈퍼마켓,구두공장, 도기공장,승마장,빵공장, 철공소,서커스 연습장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분은 수입을 창출하여 운영자금으로 회전된다. 서커스공연은 세계순회공연을 할 정도로 규모도 실력도 뛰어나다.
더욱 놀라운것은 수업을 받거나 일을하면 급여를 받고 그 급여로 밥을 사먹을수 있는 등 철저한 유노동 유임금 제도라는 것이다.
요즘 혁신학교가 노동을 천시하지않고 자립할수있는 능력을 가진 시민으로 키우고자 하는게 이 곳의 정신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무엇보다도 교육적인 측면에서 고무적인건 아이들은 수업을 의무가 아닌 권리로 인식하며 공부할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권위적인 교사가 있을 경우 주민자치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해임을 요구한다.
50여명의 교사는 다른 학교보다 보수가 적은데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교육자들이 어린이 나라에 온다.
교사와 운영에 관계 된 어른들은 아이들의 내재된 힘을 믿고 끌어내준다는 것이다.
어른, 심지어는 실바신부도 함부로? 어떤일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가 없고 자치회 시장단 소년들과 협의해야 한다.
상부학교에 진학을 원하면 지원을 해주는데 성적이 우수하며 벤포스타 출신 대학생들도 배출되었고 다시 벤포스타로 돌아와 봉사하는 사람도 있다.
아쉬운것은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라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지는 알수 없지만, 인류의 결속, 책임, 부당한것에 대한 저항, 고발정신을 깨우치는 것이라는 벤포스타를 운영하는 신부의 정신에 공감이 가며 그렇게 철저하게 아이들을 신뢰했다는 점에서 경외감을 보낸다.
이 놀라운 책에 대한 감동이 가는 해에 대한 감회를 부질없게 만든다. 이렇게 별 감회도 없이 한해를 떠나 보낸다. 뭐, 이 년 가면 또 새 년 오겠지‥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