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다이어리 2
임현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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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수, 잘못된 생각. 은밀한 욕망,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들. 우리가 "참 잘했어요"부터 "좋아요"까지, 인생 전반에 걸쳐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일기를 쓰느라 놓쳐버린 '나'의 조각들. 나를 위한 일기를 썼다. 너무나 부끄러워서 지우고, 변명하고, 엄살을 부리고 싶었다. 그 중 몇 조각을 웹툰으로 그린다. 부끄러움이 없는 일기는 우리를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든다. - p. 5


좋아요가 넘쳐나는 샵#(해시태그)한 세상에서 사랑과 공감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들은 에세이도 내고 그런다는데. SNS상에 넘쳐나는 남들을 위한 일기보다는 오롯이 나를 위한 같은 플랫♭ 한 일기를 꾹꾹 눌러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담은 임현의 플랫다이어리도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네이버 웹툰으로 꼬박 챙겨보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서 남의 일기인데도 괜히 뿌듯해지던 플랫다이어리! 1, 2권 세트를 일괄 소장하면 1.5라는 스페셜북도 증정된다고 하는데요. 임현 작가의 특별한 에세이와 컬러링 페이지가 수록되어 있다고 하네요. 보통 시리즈로 나오면 1권부터 보곤 하겠지만, 이미 다 읽어본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에세이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던 '영어수업' 에피소드가 실린 2권부터 읽어봤습니다.


마음이 움직였다. 난 다시 수업을 들었다. 물론 꽃길 같은 건 없었다. 목표했던 장학금은 받지 못했고 여전히 많은 알바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나의 불행에 견주어 타인이 가진 것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래도록 쌓아온 내 마음의 벽. 구분 짓고 증오하는 대신 그 너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디선가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 pp. 128-130


여태껏 웹툰 단행본은 서사가 긴 장편 만화만 봐와서 그런지 당연히 순차적으로 수록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목차를 보니 웹툰이 등록된 목차 순서와는 또 다르네요. 예를 들면 2권 잃어버린 후에 쓰는 일기의 맨 처음 신신상회는 웹툰 32화, 두 번째 무지개다리는 웹툰 37화, 세 번째 장래희망은 웹툰 45-46화, 네 번째 봉분이 없는 무덤은 웹툰 8화,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단행본이니 특별 에피소드가 실려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맨 마지막 '편지'는 새롭게 선보이는 에피소드였네요. 플랫다이어리 1권에서도 마지막 에피소드 '인사'가 추가 공개되는 에피소드로 실렸다고 합니다.


내 인간성이 작은 파도에도 흔들리며 큰 너울 몇 번에 사라질 수 있음을 알고 난 뒤 나는 나만의 규칙으로 방파제를 세웠다. 그래서 이 일기엔 다짐이 유독 많다. 인간을 고쳐 쓰니 마니 하는 말들이 유행인 세상에서 나는 나를 고쳐 쓰는 중이다. - pp. 186-187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더욱 마음이 다는 것 같은 임현의 플랫 다이어리. 실패경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거기서 얻어낼 수 있는 걸 생각하고 표현한다는데서 자꾸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웹툰 특성상 진득하게 구석구석 뜯어보기보다는 스크롤을 휙휙 넘기기 바쁜데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올리던 손을 멈추고 시선을 오래 머무르게 하는 힘이 있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2권에 실린 영어수업에서는 나의 실패경험을 반추해보게 되었었고, 또 '하한가'에서는 나의 인간성에 대해서도 고찰해보고 되었구요.


과거는 어쩔 도리가 없고 미래는 알 도리가 없으니 후회하고 염려하느라 지금을 흘려보내지 말자. 나는 너와, 오늘의 이야기를 하겠다. - pp. 239-240


너무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닌 주변 이야기에서 공감가능한 결론으로 이어져서 다시 보고 싶어지는 임현의 웹툰 플랫다이어리 단행본. 새로운 에피소드도 궁금하고 이 이야기들을 직접 소장하고 싶은 분들에게 딱 좋은 책이 아닌가 싶어요. 재질도 좋고 컬러출력도 잘 뽑혀서 웹툰을 넘겨보는 것 같은 퀄리티거든요.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 중 관심이 있다면 웹툰이 5월 18일 월요일부터 유료로 제공될 예정이라 지금은 정주행 가능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완독 후 소장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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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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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역에 없다.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중략) 문을 연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친다. - p. 29


영화나 공연을 볼 때는 시놉조차 보지 않고 장르만 파악해 전혀 내용을 모르는 상태로 가서 작품을 즐기는 걸 선호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제 취향이 맞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게 읽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볼 때는 상관없지만 제 손으로 들어올 책은 제 공간에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책의 문장까지 훑어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은 특히나 눈에 꽂히는 부분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어요. 묘사와 진행이 흥미로웠던 이 작품은 작가 플린 베리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요.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장이 굉장히 섬세한 느낌이라 다음에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충격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주면 좋겠지만 이미 슬픔이 침투하고 말았다. 아까 구급대원이 언니의 목에 손가락을 댄 순간, 슬픔은 단두대 칼날처럼 떨어졌다. - p. 37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라는 책 제목에서 파악 가능하듯 이 이야기는 한 죽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극 초반부에 레이첼의 죽음을 느닷없이 마주하게 된 동생 노라의 심리를 따라가고 있죠. 지금 보니 페미니즘 심리스릴러라는 홍보문구가 있던데, 이걸 봤다면 어느정도 짐작 가능하듯 이 이야기는 죽음과 그 죽음을 야기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큰 줄기 안에서 그 죽음에 대해 수사하며 발생하는 또 다른 폭력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요.


뿌듯하다. 그 누구보다 언니를 잘 아는 사람은 언제나 나였다. - p. 84


우리도 때로 그런 시선을 알아차리곤 하죠. 어떤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밤 늦게 돌아다녔다고 할 때, 여러 사람을 문란하게 만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정신병력이 있다고 할 때. 무의식적으로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는 규격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면 사건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본다는 것. 플린 베리의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에서도 이런 시선이 등장합니다. 관련자의 알리바이 등 사건의 증거 수집이 용이하지 않자 경찰들은 레이첼이 어떤 여자였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거죠. 그리고 이 관점은 동생인 노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내가 찾고 있는 건 어쩌면 각기 다른 남성 세 명일지도 모른다. 스네이스에서 언니를 공격했던 남자, 산등성이에서 언니를 지켜보았던 남자, 그리고 언니를 살해한 남자. - p. 164


노라에게는 한 기억이 있습니다. 15년 전 폭행을 당한 언니의 말을 언니의 행실로 인해 믿어주지 않았던 경찰의 기억이요. 그래서 노라는 경찰이 이번에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불현듯 깨달으며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갑니다. 그러면서 15년 전의 기억과 교차해 서술이 이어지는데요. 그 사건으로부터 노라와 레이첼이 어떤 불안감 혹은 후유증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드러나고 그 지점들이 노라의 시선으로 풀어집니다. '생각 중인 나를 스스로 지켜본다는' 노라는 그렇기에 관찰자처럼 담담하게 사건을 서술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던 플린 베리의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범인의 정체보다 노라의 심리를 따라가는 게 더욱 재미있었던 심리 스릴러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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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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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때 뭐라 말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나는 사랍 탐정으로서는 아직 경력이 짧지만 월급쟁이 시절에 몇 번 사건에 휘말린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야위거나 생기를 잃는 모습을 보아 왔다. 그런 체험들로 인해 생긴 센서가, 사사 도모키의 모습에서 '뭔가'를 감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 46


흔히 미미여사로 불리며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죠. 독특한 시각으로 흔히 볼 수 없는 미스터리 '나는 지갑이다' 등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대표작인 '모방범'과 '화차'를 읽은 후로 저에게도 챙겨봐도 좋을 작가로 랭크된 미야베 미유키 작가. 특히나 작가 본인의 나라에서 매년 조사하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서는 7년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행복한 탐정 시리즈는 이제 5권을 달리고 있는데요. 전 작인 '누군가', '이름 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희망장'에 이은 이번 작품의 제목은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입니다.


시리즈인줄은 몰라도 '누군가'와 '이름 없는 독' 같은 경우에는 꽤 알려져 있는 저서이기도 하죠. 저는 시리즈 탐정물은 즐겨 읽지 않아서 다른 작가는 물론이거니와 미야베 미유키의 탐정시리즈도 굳이 챙겨보지 않았거든요. 저와 같은 사람은 시리즈 1권부터 챙겨 읽기도 너무 많아 선뜻 손이 안 갈 수도 있잖아요. 이런 분들은 책 맨 끝의 편집자 후기부터 봐도 좋을 것 같더군요. 전 시리즈의 스포는 최대한 배제한 뒤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현재 탐정 사무소를 차렸는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책을 읽을 때 서문, 작품을 읽고 저자나 편집자의 후기를 읽는, 말하자면 맨 처음부터 차례대로 보는 타입이어서 작품 내에서 유추한 스기무라 사부로의 이력을 후기에서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는데, 굳이 시리즈 탐정 사부로에 대해 궁금하다기보다 작품의 사건 위주로 읽는 분들은 바로 작품부터 읽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기도 했구요.

 

 


그래도 사사 도모키가 지난 한 달 동안 주위를 놀라게 할 정도로 야위었다는 사실은 좋은 재료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가 은폐해야 할 만한 일에 대해서 어떤 책임감이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니까. -p. 85


워낙 표제작 제목이 인상깊어서 그런지 당연히 단권인 장편소설이겠거니 했는데 탐정 사부로가 해결한 3 개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던 미야베 미유키의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사부로를 주인공으로 여기고 이 탐정이 성장하는 측면을 중점적으로 본다면 한 권으로 봐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이 작품으로 스기무라 사부로를 처름 알게된 저같은 경우에는 옴니버스식 단편모음집 같은 느낌이었어요. 3개의 사건은 시간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었고, 그 다음 사건에서 잠깐 회상하는 식으로 지난 사건이 잠깐 언급되기는 하지만 세 사건은 사부로가 해결한다는 면 외에는 크게 연관성이 없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처음에 수록된 '절대 영도'라는 작품은 이 작품들 중 가장 끔찍한 사건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장 인상에 남구요. 자살소동을 일으킨 딸과 연락이 안 되고, 사위는 딸은 보여주지 않으며 장모님 때문에 아내가 자살소동을 일으킨거라고 비난해 딸이 걱정된 여인의 의뢰로 파헤치게 된 사건인데요. 별 것 아닌 가정사 문제인 줄 알았던 사건에 의문이 들어 의뢰인의 의뢰를 해결했음에도 독자적으로 좀 더 깊게 파고들어 결국 알아내고 만 진상은 정말 인상 찌푸려지는 전말을 보여줬습니다. 피해자를 피해자로 볼 수 없게 만들고, 가해자를 안타깝게 보게 만든 이 작품의 끝에 사부로는 한 형사와 안면을 트게 되는데요. 이 형사와는 앞으로 나올 행복한 탐정 시리즈 6에서 좀 더 가깝게 얽히게 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누구의 말이었을까. 나는 떠올렸다. 사람은 모두가 혼자서 배를 저어 시간의 강을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미래는 항상 등 뒤에 있고 보이는 것은 과거뿐이다. 강가의 풍경은 멀어지면 자연히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에 새겨져 있는 무언가라고. -p. 301


첫 번째 사건이 꽤 끔찍해서 그런지 두 번째 의뢰는 좀 더 가벼운 내용이어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가정사와 얽혀 가고싶지 않아 했던 조카의 결혼식에 가고싶어하는 딸 덕분에 고용되어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 사부로는 역시나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거죠. 어째서 이 엄마가 가족과 연을 끊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딸이 그 연을 끊은 가족의 일원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천천히 풀어냅니다. 그러면서 이 결혼식 뿐 아니라 동시간대 다른 결혼식의 소동과도 맞물리며 결혼식 사건의 전말과 그 의도까지 알 수 있게 되죠. 이 작품의 제목은 '화촉'이었지만, 이 사건에서도 '어제'의 매듭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다면 '내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을 제대로 느끼게 되어 표제작 제목을 또 한 번 떠올리게 되었네요.

 

 


아무리 괴로운 과거라도 그건 당신의 역사예요. 어제의 당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당신이 있고, 당신의 내일이 있는 거예요.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행복한 미래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아요. - p. 461


그리고 마지막 사건 의뢰이자 의외로 가장 읽히지 않던 작품이 표제작인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였어요. 작품이 형편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제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 의뢰인으로 나와서 수월하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더군요. 의뢰를 한 여성은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신세지고 있는 집의 딸이 다니고 있는 학교 동급생의 엄마였어요. 워낙 잦은 거짓말 등의 기행으로 주변에도 소문이 나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작자인데, 막무가내로 의뢰를 맡길 것 같다며 신세지고 있는 집안의 사람들이 미리 걱정을 해줘 마음의 각오를 해뒀음에도 진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성품을 가지고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씁쓸한 결말을 맞이한 게 필연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구요. "저를 몰아세우는 '어제'는 전부 (스포생략)가 저지른 일이예요. 저는 한 번도 제 어제를 선택할 수 없었는데."라는 대사가 참 유독 눈에 밟히고 한숨이 나오더군요. 전말을 알게 되었음에도 전혀 상쾌하지 않은 마무리에 이 사건은 사부로에게 또 어떤 밑거름이 되어줄까 싶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또 재미있게 본 점이 있는데, 사부로가 세 사건을 각 장에서 해결하는 도중 다른 소소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했거든요. 보통 이런 사건들은 크게 보면 유기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끝에는 전율을 주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냥 넘기지 않고 눈여겨봤었는데.. 물론 소소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냥 해결한 사건을 언급하며 사부로가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주거나, 마지막에 한번 더 그 사건의 의뢰인에게 연락이 와 언급 되는 등 사건 자체만 보면 비슷한 카테고리 안에 있다고 볼 수 있긴 하지만 큰 줄기의 사건과는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고 넘어가는 게 잘 짜여진 '작품'이 아니라 진짜 존재하고 있는 한 탐정의 일상을 엿보는 것 같아 재미있더라구요. 탐정으로서 경험치가 쌓여간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월등한 지략이나 눈에 띄는 행동력 등을 갖추지 않은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의 장점은 호기심과 사람에 대한 따스함, 예의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 명성이 높지 않아 일상의 소소한 사건을 주로 맡는 사부로가 한 형사와 안면을 트고, 그 사람에게 자신의 사건해결하는 모습을 일부 보여주기도 하는 전개를 보아하니 이제 좀 더 사부로가 강력한 사건을 맡게 되는 발판이 되는 권이 아닐까 싶던 미야베 미유키의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전 시리즈를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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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공 찰떡이해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심화(1.2.3급) 30일 개념 기본서 - 특별부록: 그림으로 읽는 한국사 연표, 전문가의 한 방 정리, 빈출 키워드&선택지
시나공 한국사 연구회 지음 / 길벗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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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12년에 1급을 취득한 적 있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줄여서 한능검이라고 하기도 하죠. 엄밀히 말하자면 유효기한이 없는 자격증이긴 하지만 보통 자격증이라고 써넣으려고 하면 3년 이내 취득, 5년 이내 취득 등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이 많더라구요. 출제사이트에 들어가봐도 유효기간은 요구하는 각 기관에서 별도로 정한다고 명시되어 있구요. 아직 특별히 어디 다시 써넣을 곳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도 대비를 하고 있으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아 토익처럼 일정 기한이 지나면 다시 취득을 해보려고 해요. 역사 지식이니만큼 알고있어 나쁠 일도 없는데다가 각종 시험이나 선발 등 자격요건으로 올라있는 경우가 많아 관련 준비를 할 때 특전으로 작용하기도 하구요. 일부 기업에서는 승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하니 여러모로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취득해볼까 그냥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응시해볼까 하던 중 시나공 한국사 연구회에서 나온 시나공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찰떡이해 심화 (1, 2, 3급) 수험서가 눈에 띄었어요.


맨 앞에는 그림으로 읽는 한국사 연표가 긴 종이에 앞뒤로 그려져 있어 한눈에 역사의 흐름을 알기 쉽게 부록으로 붙어있더라구요. 뭐든 이렇게 연표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는 직접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득이 있었습니다. 이 부록을 제외하고도 핵심이론을 정리 요약해놓은 '출제자의 한 방 정리'가 따로 소책자로 준비되어 있어 시험 직전 훑어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구요, 맨 뒤에는 '빈출 키워드 & 선택지'가 작은 책자로 붙어있어 빈칸을 채우며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복습해볼 수 있게 되어있었어요. 맞춰보며 재미도 있더라구요. 역사나 공부 자체를 지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소소하게 맞춰보며 공부에 흥미를 붙일 수 있게 구성한게 아닌가 싶었어요.


본 책에는 그림, 표 등 눈에 보기 쉬운 방식으로 역사를 학습할 수 있게 제공해주는 시나공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찰떡이해. 저는 17회차 시험보고 바로 취득한 후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은 시험이라 최근 출제 경향이나 정보를 아예 모르고 있었는데 30회 이후 최근 47회까지 기출문제의 모든 키워드를 추출하고 분석해서 이론을 구성했다고 하니 믿고 볼 수 있겠더라구요. 각 장에 들어가기 전 핵심키워드를 제시해주고 자주 출제되는 부분이나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출제자의 조언이라고 옆에 따로 빼놔서 한번 더 체크할 수 있게 해줬어요. 중요한 부분은 형광펜 쳐놓은 것처럼 미리 표시가 되어있어 공부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아 좋네요. 오랜만에 공부하니까 재미있기도 하더라구요.


새로운 시험 체계인 심화 급수에 맞는 이론과 문제로 구성했다고 하는 시나공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찰떡이해 (심화 1,2,3급). 기출문제 옆페이지에 바로 해설이 있어 해설지를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구성이라 편리하네요. 문제도 문제지만 사실 해설을 중시하는 분들도 많을텐데 해설도 자세하게 적혀있어 처음 공부하는 분들도 독학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구요. 30일이면 다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하니 혹시나 코로나로 일정에 차질이 생겨 뭐라도 더 준비하려고 하는 분들에게도 부담 없을 것 같고 이 자격증 자체가 필요한 분들에게도 단기간만 투자해 확실히 취득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괜찮은 수험서인 것 같네요. 저도 조만간 시험에 응시해 다시 취득해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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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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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타워다. - p. 9


세간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남녀관계에 대해 거의 이야기 하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리커버 된 도쿄 타워를 읽어보게 되었네요. 섬세한 심리묘사와 세련된 문체로 많이 알려져있는 작가라는데 어릴 때 처음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는 뭐야 불륜이네, 하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읽고나서 흠 결국 불륜이군, 싶었지만 질척인다기보다 감성적인 느낌이 나는데다가 확실히 문체가 묘해서 왜 매니아층이 생겼는지는 알겠더라구요.


오후 4시, 이제 곧 시후미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토오루는 생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그 사람의 전화를 이렇듯 기다리게 되었을까. - p. 10


이번 이야기는 도쿄에 사는 남자아이 둘을 번갈아 보여주며 진행됩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로 넘어가는 그 아슬아슬한 시기의 토오루와 코우지. 둘은 각각 연상의 여인에게 빠져들죠. 그것도 토오루는 어머니의 친구를, 코우지는 친구의 어머니를요. 이렇게 보면 굉장히 불쾌하고 불편하고 질색하게 되는 설정인데요. 덕분에 초반에는 찡그리게 되는데 역시나 책 속 이야기이기도 하고 워낙 질척인다기보다는 담담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내놓다보니 끝까지 읽게 되는 이상한 매력이 있어요. 물론 마지막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한 게 가장 크긴 했지만요.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언젠가 시후미가 그렇게 말했다.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 p. 38


시후미라는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토오루와 친구의 엄마 아츠코와는 진작에 끝내고 다른 여자친구인 유리, 그리고 키미코라는 연상의 애인을 동시에 만나는 코우지는 불륜이라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른 양상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여러 여자를 동시에 만나기에 충실하지 못해 키미코를 외롭게 하는 코우지와 시후미가 말한 한 시간을 위해 전화를 기다리는 토오루를 교차하며 보는 재미가 있어요. 둘 다 좋을 때 조차 행복과 불행이 구별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는 불륜 처지라는 것도 냉정하게 바라보게 되지만요.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토오루는 그것을, 시후미에게 배웠다. 일단 빠져들고 나면, 다시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도. - p. 57


'갑자기 혼자가 되는 것'이 이러한 불완전한 사랑의 가장 단점이라고 할 수 있죠.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언급할 필요도 없구요. 희망과 행복이라고는 결코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건 이런 현실이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긴 한다는 것과, 또 질척이지 않고 심지어 싸울 때조차도 담담한 문체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어느 상황에 있냐에 따라 감정의 굴곡이 변하는 것을 도쿄 타워의 분위기를 달리 묘사하는 부분으로 표현한 것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포인트였습니다. 책 뒷쪽 책날개에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이 쭉 적혀있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하나씩 찾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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