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랫다이어리 2
임현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5월
평점 :
나의 실수, 잘못된 생각. 은밀한 욕망,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들. 우리가 "참 잘했어요"부터 "좋아요"까지, 인생 전반에 걸쳐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일기를 쓰느라 놓쳐버린 '나'의 조각들. 나를 위한 일기를 썼다. 너무나 부끄러워서 지우고, 변명하고, 엄살을 부리고 싶었다. 그 중 몇 조각을 웹툰으로 그린다. 부끄러움이 없는 일기는 우리를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든다. - p. 5
좋아요가 넘쳐나는 샵#(해시태그)한 세상에서 사랑과 공감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들은 에세이도 내고 그런다는데. SNS상에 넘쳐나는 남들을 위한 일기보다는 오롯이 나를 위한 같은 플랫♭ 한 일기를 꾹꾹 눌러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담은 임현의 플랫다이어리도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네이버 웹툰으로 꼬박 챙겨보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서 남의 일기인데도 괜히 뿌듯해지던 플랫다이어리! 1, 2권 세트를 일괄 소장하면 1.5라는 스페셜북도 증정된다고 하는데요. 임현 작가의 특별한 에세이와 컬러링 페이지가 수록되어 있다고 하네요. 보통 시리즈로 나오면 1권부터 보곤 하겠지만, 이미 다 읽어본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에세이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던 '영어수업' 에피소드가 실린 2권부터 읽어봤습니다.
마음이 움직였다. 난 다시 수업을 들었다. 물론 꽃길 같은 건 없었다. 목표했던 장학금은 받지 못했고 여전히 많은 알바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나의 불행에 견주어 타인이 가진 것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래도록 쌓아온 내 마음의 벽. 구분 짓고 증오하는 대신 그 너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디선가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 pp. 128-130
여태껏 웹툰 단행본은 서사가 긴 장편 만화만 봐와서 그런지 당연히 순차적으로 수록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목차를 보니 웹툰이 등록된 목차 순서와는 또 다르네요. 예를 들면 2권 잃어버린 후에 쓰는 일기의 맨 처음 신신상회는 웹툰 32화, 두 번째 무지개다리는 웹툰 37화, 세 번째 장래희망은 웹툰 45-46화, 네 번째 봉분이 없는 무덤은 웹툰 8화,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단행본이니 특별 에피소드가 실려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맨 마지막 '편지'는 새롭게 선보이는 에피소드였네요. 플랫다이어리 1권에서도 마지막 에피소드 '인사'가 추가 공개되는 에피소드로 실렸다고 합니다.
내 인간성이 작은 파도에도 흔들리며 큰 너울 몇 번에 사라질 수 있음을 알고 난 뒤 나는 나만의 규칙으로 방파제를 세웠다. 그래서 이 일기엔 다짐이 유독 많다. 인간을 고쳐 쓰니 마니 하는 말들이 유행인 세상에서 나는 나를 고쳐 쓰는 중이다. - pp. 186-187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더욱 마음이 다는 것 같은 임현의 플랫 다이어리. 실패경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거기서 얻어낼 수 있는 걸 생각하고 표현한다는데서 자꾸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웹툰 특성상 진득하게 구석구석 뜯어보기보다는 스크롤을 휙휙 넘기기 바쁜데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올리던 손을 멈추고 시선을 오래 머무르게 하는 힘이 있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2권에 실린 영어수업에서는 나의 실패경험을 반추해보게 되었었고, 또 '하한가'에서는 나의 인간성에 대해서도 고찰해보고 되었구요.
과거는 어쩔 도리가 없고 미래는 알 도리가 없으니 후회하고 염려하느라 지금을 흘려보내지 말자. 나는 너와, 오늘의 이야기를 하겠다. - pp. 239-240
너무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닌 주변 이야기에서 공감가능한 결론으로 이어져서 다시 보고 싶어지는 임현의 웹툰 플랫다이어리 단행본. 새로운 에피소드도 궁금하고 이 이야기들을 직접 소장하고 싶은 분들에게 딱 좋은 책이 아닌가 싶어요. 재질도 좋고 컬러출력도 잘 뽑혀서 웹툰을 넘겨보는 것 같은 퀄리티거든요.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 중 관심이 있다면 웹툰이 5월 18일 월요일부터 유료로 제공될 예정이라 지금은 정주행 가능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완독 후 소장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