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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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소설 : 브릿마리 여기있다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 프레드릭 배크만. 그는 첫 작품인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를 발표해 유명 작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그 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통해 2번째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고, 이번에 새로운 신작을 써냈다. 그 작품의 제목이 바로 '브릿마리 여기있다'.


브릿마리는 남을 평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 p. 11

브릿마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아무도 바꿀 수 없다. 브릿마리가 일단 입장을 정했다 하면 어느 누구도 바꿀 방법이 없다. - p. 61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 나왔던 짜증나는 캐릭터인 브릿마리는 남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평가하고, 편견이 없다고 말하며 편견이 가득하며, 자신이 교양있다고 생각하며 남에게 잔소리를 해대는 짜증나는 인간군상이다. 그런 브릿마리는 사실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이웃과 사회와의 화해를,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통해 가족 간의 화해를 전한 브레드릭 배크만은 이번 '브릿마리 여기있다'를 통해 내가 여기있다고 온 몸으로 세상에 부르짖는 듯한 외로운 여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항상 켄트가 쇼핑 카트를 밀고, 브릿마리는 카트 한쪽 모서리를 잡고 그 옆에서 걷는다. 가는 방향을 조종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가 잡고 있는 걸 같이 잡고 있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러면 둘이 동시에 어딘가로 향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p. 22


모든 결혼 생활에 단점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에게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살다보면 그 사람의 약점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약점들을 무거운 가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면 그걸 피해가며 청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 먼지가 쌓이겠지만 손님들 모르게 지나갈 수 있기만 하면 참고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허락도 없이 가구를 옮겨버리면 모든 게 만천하에 드러난다. 먼지와 긁힌 자국, 쪽매널 마루에 영원히 남은 흠집. 하지만 그쯤 되면 이미 되돌릴 방법이 없다. - p. 172


  초반 브릿마리는 엄청나게 짜증나게 굴면서 고용센터 아가씨를 괴롭혀댄다. 그렇게 본인은 교양있다고 생각하지만 막무가내로 구는 브릿마리. 하지만 그녀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독거사한 어느 여인의 기사를 봤던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내연의 여자와 있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연락을 받자 그와 헤어진다. 그렇게 혼자가 된 63살의 브릿마리는 40년 동안 과탄산소다와 팩신으로 시도때도 없이 청소를 해대는 등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 지를 병적으로 신경쓰는 여성이었다. 그렇기에 직업도 없고, 그녀를 찾는 사람이 없어 악취가 날 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어떤 여인처럼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며 발견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게 일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고용센터 아가씨를 괴롭히며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한 그녀는 레크레이션 센터의 관리직 자리를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이제 그녀는 누가 그러자고 하면 산을 오르고 바다를 건널 수도 있을 것이다. - p. 362


  그렇게 “여자들은 이케아 가구도 조립할 줄 모르잖아”라고 말하던 남편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이케아 조립식 가구를 차에 싣고 도착한 보르그라는 마을. 그 곳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어하기보다는 벗어나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브릿마리는 축구를 싫어했다. 그녀의 남편은 축구를 가장 좋아해 그녀와의 시간보다 축구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브릿마리는 공이 오면 차야한다는 사상을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나 그녀가 일하게 된 보르그란 마을은 거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축구팀 감독이 필요한 아이들, 각자 어느 팀을 응원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그녀는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이었기에 마을 사람들과 의견 나눔을 하는데 어느정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녀는 계획했던 대로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등 점차 아이들의 감독이 되어가며 사람이 변해가게 된다. 그런 동시에 일상을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보르그 사람들도 그녀로 인해 축구팀의 앞 일을 궁금해하는, 미래희망적인 사람들이 되어간다. 또한 일자리에 부임해서도 전화로 계속 계롭혔던 고용센터의 아가씨 또한 브릿마리에게 말한다. "브릿마리 씨가 저의 눈부신 이야기예요.(p.404)"


가끔은 내 현재 위치가 어딘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 - p. 186

리버풀은 역전하지 못한다. 최종 스코어는 2대 2다. 결국 달라진 건 없지만 이로써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 p. 464


  정의를 위해 불법을 눈 감아 줄 수도 있는 경찰 스벤, 커트러리 서랍을 제대로 정리할 줄 아는 새미, 축구에 대한 열정 가득한 소녀 베가, 팩신을 구해다 주는 꼬마신사 오마르, 그녀의 첫 번째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미지의 인물, 두 번째 친구 장님 등 보르그의 마을 사람들과 생쥐 룸메이트, 축구장 없는 마을의 축구 열정은 서서히 브릿마리를 변하게 한다.


  어느 날 강도를 쫓아내기까지 한 브릿마리. 여태껏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며 자신의 인생에 더 이상의 변화는 필요없다고 생각한 그녀에게 전 남편 켄트가 다시 찾아오고,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느끼게 만든 스벤과 켄트의 만남과 '우리팀'의 축구 시합은 브릿마리의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그녀는 파리에 가고 싶은 꿈이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던, 흰색 차가 아니면 안 된다던 브릿마리는 미지의 인물이 고쳐준대로 파란 문이 달린 흰색 차를 타고 축구 대회가 끝난 뒤 보르그를 떠난다. 보르그를 떠나지만 그녀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파리로 갈 수도 있고, 스벤에게 갈 수도 있고, 켄트에게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어디든, 누구에게든 갈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적힌 대로 그녀에게 연료는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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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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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에세이 :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


  '선율 따라 사랑은 흐르고'의 1부에서는 음악가들의 사랑을, '그대라는 이름을 화폭에 담다'의 2부에서는 화가들의 사랑을, '그대 나의 소설이어라'의 3부에서는 작가들의 사랑을 담은 이 책은 책 제목 그대로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라디오는 잘 듣지 않지만 KBS 제2라디오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가 100회를 넘기자 저자가 사연들을 정리해 편찬해낸 책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제인에어>>를 읽고 당당해지고, 어떤 이는 쇤베르크의 음악을 들으며 생의 질곡을 이겨낸다. 누구의 작품이든 그 작가의 내면 풍경이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다빈치는 작품을 '정신적인 일'이라고 했다. - p. 7


  책은 15명들의 대가들의 사랑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한데 녹아 있기에 인문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음악은 싣고 있지 않지만 그들과 관련된 그림작품, 발췌 된 글의 일부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그들의 사랑에 좀 더 몰입해 읽을 수 있게 되어있다.


  작품이 만들어지게 되는 데는 뮤즈가 필요했다. 그들의 격정적인 사랑, 실연의 아픔, 새롭게 다가온 인연 등이 그들의 작품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들은 그들의 사랑에게 주고싶어서, 혹은 그들에게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가둘 데가 없어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세기의 대작이 되어 지금도 우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음악가들의 사랑이 좀 더 열정적인 구석이 있고, 또 재미있는 구석이 있었는데 예를 들자면 바흐의 열정적인 사랑! 그는 앞길이 탄탄해질 결혼제의도 마다하고 자신의 6촌 누이인 바르바라에 대한 연심을 키워간다. 합창단의 여성 단원 금지 조항도 무시한 채 그녀를 단원으로 받아들인 바흐는 끝내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상처한지 1년만에 그는 16살 차이나는 막달레나와 결혼한다. 자신의 음악에 심취한 소프라노 가수였다. 바르바라때와 같이 그는 그녀를 솔리스트 자리에 꽂아넣는다.


  그런가 하면 모차르트는 35살의 젊은 나이에 명을 다하지만 그가 겪은 내밀한 사랑과 삶은 명곡으로 남았다. 그는 정말 정열적인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모든 재정적 후원을 끊기까지 한다. 그와 결혼한 사람은 놀랍게도 자신의 사랑의 홍역을 겪게 했던 첫사랑의 동생이었다. 자매에게 모두 사랑을 느꼈던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건 차이콥스키의 애정사였는데, 그는 첫사랑과 결혼약속을 하지만 그녀는 차일피일 결혼약속을 미루다 다른 남자와 홀랑 결혼해버린다. 첫사랑에게 결혼을 앞두고 배신을 당한 그는 이제 남성에게 흥미를 느끼게 되지만 당시 러시아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음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한 뒤 끔찍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폰 메크 부인의 후원을 받게 된 그는 그녀와 우정도 연인도 아닌 달달한 사이가 되어 이상야릇한 편지교신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폰 메크 부인의 가족들은 그와 결혼이라도 하면 유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차이콥스키의 동성애를 공론화하겠다고 협박해 절교하게 하고, 그녀는 손에 마비가 오고 결핵까지 심해져 그에게 해명편지를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오해한 채 서로 죽음을 맞이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오해속에 완성된 '교향곡 6번 비창'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총 15명의 흥미로운 그들의 사랑에 대한 얘기를 알 수 있고, 또 어느 상황에서 어느 작품들이 나왔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 작품만을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시대에서 보는 반영론적 관점과 작가 시점에서 보는 표현론적 관점에서 그들의 작품을 새롭게 파악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거장들의 난잡한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줘 그들에게 어느정도 실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지만, 책 자체는 말 그대로 예술 작품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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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앙투안 레이리스 지음, 양영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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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에세이 :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여년 전. 2015년 11월 13일 저녁. 그가 공연장에 간 아내를 기다리던 밤에 프랑스 파리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일어났다. 131명이 사망한 끔찍한 사건. 이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라는 책은 파리 테러 희생자의 남편이 기록한 13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답없는 통화가 거듭될때마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더 깊숙이 그 폐허 속으로 가라앉는다. - p. 14


  아주 평화롭던 가정. 어느 날 그 행복했던 가정에 충격적이고 야만적인 일이 벌어진다. 사랑하는 아내, 엄마의 죽음. 그 끔찍한 상황 앞에 남겨진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가. 그와 아들은 예고도 없이 단 둘이 남겨졌다. 그들의 아이는 불과 17개월 되었을 뿐이다. 하루, 그것도 저녁시간 이상의 시간을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하는 아이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작은 몸이 불만에 차 떨고 있다. 아빠는 아이에게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아이는 생애 첫 슬픔을 겪고 눈물을 흘린다.


  죽은 아내를 만나는 날. 죽음을 공연한다고 표현한 그는 아내를 만나고 슬픔에 오열한다. 하지만 시간은 짧고, 장례와 같은 절차, 아이에게 줄 이유식 등으로 인해 강제로 현실로 끄집어진다. 그는 온전히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나의 말들은 이제 더 이상 나에게만 속하지 않는다. - p. 58 

이 어린 사내아이는 감히 평생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삶으로써 당신들에게 도전할 것이다. 어림없다. 당신들은 이 어린 아이에게서조차도 증오심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 - p. 62


  참혹한 시간을 그저 견디며 그는 펜을 든다. 사실 테러범들에게 분노를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고통을 덜어낼 아주 쉬운 길일 것이다. 온전한 가해자들이며 결과가 참담하기에 더더욱 증오하기도 쉽다. 그러나 그는 선언한다.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 신중히 결합시켜 페이스북에 업로드한다. 그는 앞으로의 삶을 분노 위에 세우기보다는 아들과의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 것임을 말하며 그들이 원하는대로 살아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이 참혹한 상실에서 나온 문장들은 세계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저 무조건적인 관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죄와 죄질를 인지하고, 상실의 아픔에 분노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삶을 행복하게 살아내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더더욱 가치있고 아름답다. 후에 그가 말한 대로 어느날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파괴당하지 않고, 멜빌과 함께 새로운 삶을 쌓아갈 것이라 믿는다. 그저 분노하거나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그의, 그리고 그와 그녀의 아들 멜빌의 미래에서 희망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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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선언 - 목 놓아 통곡 하노라!
민주공화국 주권자 지음 / 스리체어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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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평 : 시국선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다시 생각합니다. 


  어지러운 시국이다. 뉴스와 각종 sns에서는 시종일관 기사와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반가운 책이 나왔다. 시국선언. 한경 경제용어사전을 보면 시국선언이란 정치 또는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있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교수 등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 등이 한날 한시(Concurrently)에 정해진 장소에 모여 현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말한다.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난 직후인 4월 25일, 이승만 정권의 불법·부정 선거와 독재에 항거해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던 과거가 있다. 아픈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현 정권의 부패와 무응답, 최순실과 관련된 여러 정황에 분노한 국민들이 나섰으며 여기 지식인들이 나섰다. 이 책은 민주공화국 주권자들의 시국선언들을 한데 모아 묶은 책이다. 저자가 어느 편집부가 아닌 '민주공화국 주권자'라는 것이 인상깊다. 시국선언자들은, 또 우리들은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최순실과 관련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실들이 국민들 앞에 적나라하게 밝혀진 지금,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실상을 두고보지 못하고 2016년 10월 26부터 선언 된 시국선언들이 여기 있다. 각 총학생회들, 교수진들, 지식인들이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다. 진심어린 참회와 하야, 퇴진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지금 2016년, 민주주의는 사라졌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명백백한 사실이 헌법에 기재되어있음에도 권력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고 최순실과 함께 나눠 이런저런 비리를 만들어 온 진실들. 비선실세니 바지대통령이니 이 얼마나 참혹한 표현들이란 말인가. 무관심했던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이번 사태로 인해 불거졌다. 많은 시위행렬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광화문에는 몇 백만의 사람이 모이고 있다. 첫 눈이 오는 날에도 그들의 발길을 막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부정한 권력 나눔을 지탄하기 위해 행동하는 국민들은 변화를 원한다.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시국 선언이 10월 26일부터 시작되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추가보도로 인해 알게된 실상에 대국민 사과는 금세 거짓으로 뒤바뀌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책에는 '내가 쓰는 시국선언'의 페이지도 있어 이 시국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책 뒷면의 페이지에 받는 사람이 써있다는 것도 인상깊다.


  무엇보다 모든 시국선언에 앞서 사건일지가 두 페이지로 나와있어 모든 정황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놨다는 점이 가장 반가운 일이다. 2016년 7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사건과 관련된 정보가 압축되어 적혀있다. 어지러운 시국에  내 나라가 부끄럽다, 부끄럽다 하면서 눈과 귀를 닫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시류에 편승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은 어쩌면 더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더 지금 상황에 대해 잘 파악하고 싶어하는,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이 시국선언 책을 추천하고 싶다.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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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장사꾼 - 로알드 달의
로알드 달 지음, 김세미 옮김 / 담푸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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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소설 : 초콜릿 장사꾼


 

  '찰리와 초콜릿 공장', '백만장자의 눈'의 작가 로알드 달이 2016년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그 기념으로 1979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나의 삼촌 오즈월드’(My Uncle Oswald)를 새롭게 번역한 로알드 달의 장편소설 '초콜릿 장사꾼'이 출간되었다. 로알드 달의 그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하기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이야기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었다. 천하의 난봉꾼, 역사상 최악의 바람둥이라는 고(故) 오즈월드 헨드릭스 코닐리어스의 이야기가 그의 조카의 손을 빌려 펼쳐진다. 그는 평생 돈 벌지 않고도 펑펑 돈을 쓰며 호화로운 생활을 보냈는데, 과연 그가 어떻게 그런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는지 그 재산의 출처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한 여자와 두 번은 자지 않는다는 신조를 멋진 것인 양 우쭐거리는 뻔뻔한 오즈월드. 그의 돈벌이 또한 그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성'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는 십대 때부터 과감한 결단력과 사업추진력으로 큰 돈을 벌어왔다. 그 이야기는 백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수단의 가뢰'를 이용한 전략이었다. 이 수단의 가뢰는 강력한 흥분제를 만들어 내는 재료가 된다. 정확한 이름은 '칸타리스 베시카토리아 수다니'. 이 곤충을 빻아 만든 가루가 바로 칸타리딘 수다니.  돈 많은 이들 또한 '성'에 관해 사족을 못 쓴다는 점을 캐치해낸 그는 이 가루를 엄청나게 사재끼고 뛰어난 학력을 이용해 알약으로 만들어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기막힌 판매를 이뤄낸다.


  그러나 그 많은 돈으로 만족하지 못한 오즈월드. 그는 그냥 부자가 아닌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했다. 그는 '성'뿐만 아니라 '천재'에 관한 또다른 욕망을 파악하고 즉시 다른 사업에 돌입한다. 정자를 냉동해 영구 보관하는 ‘신기술’을 이용하여 위인들의 정자를 채취해내는 것이 바로 다음 사업! 그로 인해 오즈월드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던 위인들의 이름이 나열되며, 그들을 만나는 여정이 펼쳐진다. 위인이 유명해지는 것은 죽고난 뒤의 일이 많다며 누구의 정액이 가치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리스트를 만들어내는데 그 작업 또한 기가 막히다. 기술을 발견해 낸 A.R 워즐리 교수와 아주 매력적인 여성인 야스민. 셋은 차례로 왕들과 위인들의 정액을 채취해나가는데 다시 생각해도 참 대담하고 기발한 모험이다.


  굉장히 부도덕적이고 흥미롭지만 이야기의 주제만큼 외설적인 묘사가 적어 술술 읽힌다. 제목인 초콜릿 장사꾼이라는 것 또한 이 칸타리딘 수다니 가루를 초콜릿에 넣어 위인에게 먹여 정액을 채취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인데, 이야기의 결말까지 처음에 그가 만들어 낸 수단 가뢰 가루가 쓰인다는 점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이 뻔뻔한 사기꾼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했는데 '모두가 행복해졌습니다.'라는 결말이지만 로알드 달 식 반전으로 한 방을 먹인다. 하지만 결국 이 말도 안 되는 계획에 가담한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 불쾌와 유쾌의 사이를 넘나드는 기묘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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