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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평점 :
북유럽 소설 : 브릿마리 여기있다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 프레드릭 배크만. 그는 첫 작품인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를 발표해 유명 작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그 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통해 2번째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고, 이번에 새로운 신작을 써냈다. 그 작품의 제목이 바로 '브릿마리 여기있다'.
브릿마리는 남을 평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 p. 11
브릿마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아무도 바꿀 수 없다. 브릿마리가 일단 입장을 정했다 하면 어느 누구도 바꿀 방법이 없다. - p. 61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 나왔던 짜증나는 캐릭터인 브릿마리는 남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평가하고, 편견이 없다고 말하며 편견이 가득하며, 자신이 교양있다고 생각하며 남에게 잔소리를 해대는 짜증나는 인간군상이다. 그런 브릿마리는 사실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이웃과 사회와의 화해를,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통해 가족 간의 화해를 전한 브레드릭 배크만은 이번 '브릿마리 여기있다'를 통해 내가 여기있다고 온 몸으로 세상에 부르짖는 듯한 외로운 여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항상 켄트가 쇼핑 카트를 밀고, 브릿마리는 카트 한쪽 모서리를 잡고 그 옆에서 걷는다. 가는 방향을 조종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가 잡고 있는 걸 같이 잡고 있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러면 둘이 동시에 어딘가로 향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p. 22
모든 결혼 생활에 단점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에게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살다보면 그 사람의 약점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약점들을 무거운 가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면 그걸 피해가며 청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 먼지가 쌓이겠지만 손님들 모르게 지나갈 수 있기만 하면 참고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허락도 없이 가구를 옮겨버리면 모든 게 만천하에 드러난다. 먼지와 긁힌 자국, 쪽매널 마루에 영원히 남은 흠집. 하지만 그쯤 되면 이미 되돌릴 방법이 없다. - p. 172
초반 브릿마리는 엄청나게 짜증나게 굴면서 고용센터 아가씨를 괴롭혀댄다. 그렇게 본인은 교양있다고 생각하지만 막무가내로 구는 브릿마리. 하지만 그녀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독거사한 어느 여인의 기사를 봤던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내연의 여자와 있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연락을 받자 그와 헤어진다. 그렇게 혼자가 된 63살의 브릿마리는 40년 동안 과탄산소다와 팩신으로 시도때도 없이 청소를 해대는 등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 지를 병적으로 신경쓰는 여성이었다. 그렇기에 직업도 없고, 그녀를 찾는 사람이 없어 악취가 날 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어떤 여인처럼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며 발견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게 일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고용센터 아가씨를 괴롭히며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한 그녀는 레크레이션 센터의 관리직 자리를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이제 그녀는 누가 그러자고 하면 산을 오르고 바다를 건널 수도 있을 것이다. - p. 362
그렇게 “여자들은 이케아 가구도 조립할 줄 모르잖아”라고 말하던 남편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이케아 조립식 가구를 차에 싣고 도착한 보르그라는 마을. 그 곳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어하기보다는 벗어나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브릿마리는 축구를 싫어했다. 그녀의 남편은 축구를 가장 좋아해 그녀와의 시간보다 축구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브릿마리는 공이 오면 차야한다는 사상을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나 그녀가 일하게 된 보르그란 마을은 거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축구팀 감독이 필요한 아이들, 각자 어느 팀을 응원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그녀는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이었기에 마을 사람들과 의견 나눔을 하는데 어느정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녀는 계획했던 대로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등 점차 아이들의 감독이 되어가며 사람이 변해가게 된다. 그런 동시에 일상을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보르그 사람들도 그녀로 인해 축구팀의 앞 일을 궁금해하는, 미래희망적인 사람들이 되어간다. 또한 일자리에 부임해서도 전화로 계속 계롭혔던 고용센터의 아가씨 또한 브릿마리에게 말한다. "브릿마리 씨가 저의 눈부신 이야기예요.(p.404)"
가끔은 내 현재 위치가 어딘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 - p. 186
리버풀은 역전하지 못한다. 최종 스코어는 2대 2다. 결국 달라진 건 없지만 이로써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 p. 464
정의를 위해 불법을 눈 감아 줄 수도 있는 경찰 스벤, 커트러리 서랍을 제대로 정리할 줄 아는 새미, 축구에 대한 열정 가득한 소녀 베가, 팩신을 구해다 주는 꼬마신사 오마르, 그녀의 첫 번째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미지의 인물, 두 번째 친구 장님 등 보르그의 마을 사람들과 생쥐 룸메이트, 축구장 없는 마을의 축구 열정은 서서히 브릿마리를 변하게 한다.
어느 날 강도를 쫓아내기까지 한 브릿마리. 여태껏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며 자신의 인생에 더 이상의 변화는 필요없다고 생각한 그녀에게 전 남편 켄트가 다시 찾아오고,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느끼게 만든 스벤과 켄트의 만남과 '우리팀'의 축구 시합은 브릿마리의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그녀는 파리에 가고 싶은 꿈이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던, 흰색 차가 아니면 안 된다던 브릿마리는 미지의 인물이 고쳐준대로 파란 문이 달린 흰색 차를 타고 축구 대회가 끝난 뒤 보르그를 떠난다. 보르그를 떠나지만 그녀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파리로 갈 수도 있고, 스벤에게 갈 수도 있고, 켄트에게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어디든, 누구에게든 갈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적힌 대로 그녀에게 연료는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