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앙투안 레이리스 지음, 양영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외국 에세이 :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여년 전. 2015년 11월 13일 저녁. 그가 공연장에 간 아내를 기다리던 밤에 프랑스 파리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일어났다. 131명이 사망한 끔찍한 사건. 이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라는 책은 파리 테러 희생자의 남편이 기록한 13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답없는 통화가 거듭될때마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더 깊숙이 그 폐허 속으로 가라앉는다. - p. 14
아주 평화롭던 가정. 어느 날 그 행복했던 가정에 충격적이고 야만적인 일이 벌어진다. 사랑하는 아내, 엄마의 죽음. 그 끔찍한 상황 앞에 남겨진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가. 그와 아들은 예고도 없이 단 둘이 남겨졌다. 그들의 아이는 불과 17개월 되었을 뿐이다. 하루, 그것도 저녁시간 이상의 시간을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하는 아이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작은 몸이 불만에 차 떨고 있다. 아빠는 아이에게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아이는 생애 첫 슬픔을 겪고 눈물을 흘린다.
죽은 아내를 만나는 날. 죽음을 공연한다고 표현한 그는 아내를 만나고 슬픔에 오열한다. 하지만 시간은 짧고, 장례와 같은 절차, 아이에게 줄 이유식 등으로 인해 강제로 현실로 끄집어진다. 그는 온전히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나의 말들은 이제 더 이상 나에게만 속하지 않는다. - p. 58
이 어린 사내아이는 감히 평생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삶으로써 당신들에게 도전할 것이다. 어림없다. 당신들은 이 어린 아이에게서조차도 증오심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 - p. 62
참혹한 시간을 그저 견디며 그는 펜을 든다. 사실 테러범들에게 분노를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고통을 덜어낼 아주 쉬운 길일 것이다. 온전한 가해자들이며 결과가 참담하기에 더더욱 증오하기도 쉽다. 그러나 그는 선언한다.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 신중히 결합시켜 페이스북에 업로드한다. 그는 앞으로의 삶을 분노 위에 세우기보다는 아들과의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 것임을 말하며 그들이 원하는대로 살아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이 참혹한 상실에서 나온 문장들은 세계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저 무조건적인 관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죄와 죄질를 인지하고, 상실의 아픔에 분노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삶을 행복하게 살아내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더더욱 가치있고 아름답다. 후에 그가 말한 대로 어느날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파괴당하지 않고, 멜빌과 함께 새로운 삶을 쌓아갈 것이라 믿는다. 그저 분노하거나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그의, 그리고 그와 그녀의 아들 멜빌의 미래에서 희망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