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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자들 1 -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마린 카르테롱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소설 : 분서자들 1
마린 카르테롱의 데뷔 소설이라고 하는 분서자들 3부작 중 첫 권인 '분서자들 1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을 먼저 읽었다. 책의 저자는 프랑스 투르 대학에서 예술사와 고고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데뷔작인 이 '분서자들'은 6만 5천부가 넘는 기록을 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책을 없애려 하는 '분서자들'과 그들에게서 책을 찾고, 보존하고, 위조문서를 적발하는 등 책을 지키는 '비밀결사단' 혹은 '북맨'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언제나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는데는 '금서'와 '분서'의 역사가 있었다.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라는 책에서도 흥미롭게 읽었던 검열과 탄압의 역사! 책이 진실을 말하면 금서가 된다.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앗아간 권력자들.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도 '분서자들'이 '비밀결사단'보다 사회적 지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통 금서, 분서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하면 어느 '사상'과 '시대의 흐름' 혹은 '비판'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책들만을 봤는데 이 책은 특정한 사상이나 비판에 관련한 내용이 아닌 말 그대로 분서를 원하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의 '투쟁'에 중점을 둬 진지한 이념을 중점으로 두기 보다는 그들의 싸움과 모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특정한 물질적 형태로 인간의 능력을 시공간 너머로 이어주고 의미를 전달해주는 기술적인 물건이다. (중략) 여기서 책을 만들어내는 제작 기술을 내용을 보존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책은 사상, 시대, 작가의 불멸을 의미한다. 책은 인류의 과거를 기술하고, 인류의 현재를 새기고, 인류의 미래를 예고한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모든 문명의 사상가들이 책을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를 인쇄한 것, 그것이 책이다. - p. 85
책의 종말은 곧 인류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 p. 88
사회 진보와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는 분서의 역사를 이 책에서도 다시 언급한다. 책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이야기하며, 분서가 어떤 식으로 인류를 위협하는지. 그리고 또 책을 수호하고, 추적하고, 전파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등. 진지한 주제를 미스터리를 추적하고 비밀이 밝혀지는 형태로 전개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진지한 주제임에도 이야기는 굉장히 유쾌하게 전개된다는 것! 왜냐? 바로 책의 주인공이 아이들이기 때문에! 라 코망드리 도서관의 수호자였던 아버지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상황을 묘사하고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일지'에 관해 단서를 흘리며 시작되는 책의 화자는 바로 정의로운 전형적인 중2병 소년 '오귀스트 마르스'와 7살 천재 자폐증 소녀인 '세자린 마르스'.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귀스트는 어렸을 때부터 '수호자'로 키워졌음에도 엄마의 희망에 따라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호자의 후계자'이기에 그는 유도, 가라테, 태권도, 킥복싱 등 무술에 능하고 라틴어에도 능하지만 능력에 감탄할만 하면 크게 문제를 일으켜 분서자들에 의해 범죄자가 되는 혈기왕성한 청소년이기도 하다. 또한 세자린은 남들 눈에는 1부터 22까지 숫자를 싫어하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풀릴때까지 반복해서 숫자를 세는 등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이기만 하지만 그녀의 시점으로 넘어오면 계산과 숫자, 추리와 측정에 능숙한 천재소녀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소통이 어려워 혼자서 단서를 찾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하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기에만 바쁜 오귀스트를 대신해 어려운 힌트들을 풀어 사건의 중심에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템플 기사단에 입단해 훈련받은 우리 결사단의 임무는 인류의 중요한 문헌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중략) 위정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국민을 우롱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우리는 생각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모든 극단주의와 싸우고 있는 거야. 그것이 종교든 정치든 철학이든. (중략)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추적자들은 잃어버린 문서를 찾고, 수호자들은 원본을 안전한 곳에 보존하고, 전파자들은 감시하며 위조문서를 적발하는 거지. - p. 165
결사단의 규칙을 잊지마 수호자, 추적자, 전파자 - p. 249
불사조와 붉은 십자가, 템플 기사단 등 '인류가 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의 기억이라는 보물을 보존하는' 극도로 폐쇄적인 결사단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며 그에 속해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오귀스트. 그는 파리에서 전학 온 학교에서 친해진 '네네'와 분서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친구로 남아준 '바르톨로메'와 함께 새로운 삼총사를 결성한다. 그러나 무모한 오귀스트의 혈기와 분서자들의 계략으로 인해 오귀스트는 폭력, 절도, 방화, 불법침입 등의 혐의를 뒤집어쓰고 마침내 결사단의 비밀을 위해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전자발찌까지 차게 되고 마는데!
과연 비밀 결사단과 분서자들의 대결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사단이 분서자들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단서, 아버지가 갖고있다가 사라진 '일지'의 행방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전개로 세계적으로 스케일이 확장되고 허를 찌르는 전개를 보여줄 것인가! 이렇게 첫 권인 1부에서는 분서자들과 비밀 결사단 각 단체의 성격과 책의 중요성, 그리고 여러 단서들에 대해서 떡밥을 잔뜩 뿌려놓았다. 과연 이어지는 2부와 3부의 투쟁의 역사에서 얼마나 기막히게 이 떡밥들이 회수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