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오가와 이토 지음, 홍미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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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이 소설은 2010년에 시바사키 코우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진 2008년 베스트셀러라는 '달팽이 식당'을 쓴 저자 '오가와 이토'의 신작이다. 세이센 여대에서 일본 고대문학을 전공하기도 한 그녀는 그 이후로도 '패밀리 트리'와 '쓰루카메 조산원'이라는 소설을 발간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는 세 여자를 그리고 있는 단편소설집이다. 깊은 슬픔을 간직한 채로 정처없이 방황하다가 발길이 닿은 새로운 곳에서 그들은 슬픔에서 벗어나게 된다. 아이를 잃고 삶에 대한 의지도 함께 잃은 요시코, 어릴적 성폭력 피해자로 엄마 또한 방관했기에 더욱 상처가 싶은 가에데, 사랑과 일에서 좌절하고 친구의 자살소식을 들은 미미. 그들의 이야기를 '모유의 숲'. '서클 오브 라이프',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서'라는 이야기로 묶어내었다.


이렇게 있으면 나의 몸이 왠지 숲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염없이 주는 깊은 숲이다. 아, 됐다, 하고 깨달았을 때에는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여서 아무리 불러 세우려고 애써도 그럴 수가 없다. 간지러움도 가여움도 없이 그 순간은 진실로 몸도 마음도 사르르 녹아 투명해진다. 나와 손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럴 땐 슬픔 아닌 눈물이 몸 안에서 촉촉이 흘러나왔다. - pp. 38-39


  아이를 잃고 죄책감을 가진 채 남편에게서도 멀어지려고 하는 요시코는 정처없이 걷다가 낯선 여자의 품에 안겨 울게 된다. 그 후 그녀는 낯선 여자를 따라 낯선 곳으로 가게 된다. 그 곳이 바로 살다가 지친 사람들이 와서 치유하고 다시 태어나는 곳. '모유의 숲'. 그녀는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 모유의 숲에서는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상실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수유를 해주는 공간이다. 그 곳에는 '대기하는 방'과 '숲', '개인실'의 세 종류의 방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성적인 의도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러한 감정이 배제된 숲과 같은 공간. 이 공간에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위로한다. 그녀가 낯선 '모유의 숲'에서 서서히 상처를 치유하고 아이가 남편과 서로 사랑해 어렵게 얻은 생명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다른 두 여인도 낯선 공간으로 가서 슬픔과 마주하고 회복한다.


  자유분방하고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에게서 자라나 엄마의 남자로부터 성폭력의 대상이 된 아이. 그 아이는 자신의 힘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 이모에게 의지해 겨우 바로 선다. 그 아이가 바로 가에데. 간신히 일어섰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죽은 엄마가 남긴 꽃무늬 슈트케이스로 또 한번 무너지고 만다. 그 슈트케이스를 가지고 간 다른 나라. 그 곳에서 그녀는 슈트케이스를 어떻게 해서든 그 곳에 버리고 가리라 마음먹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 나라에서 서서히 아픈 과거와 마주하고 엄마와의 추억도 똑바로 바라보리라 다짐한다. 또한 사회에서 좌절한 뒤 친구의 자살소식을 들은 미미는 첫사랑과 만나 몽골로 떠난다. 그녀는 그 곳에서 사랑을 받고 자연에 감탄하며 서서히 무거운 어깨를 내려놓는다.


  생의 의지를 잃을 만큼 강렬한 슬픔. 그 슬픔들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도록. 작가는 아픔도 추억이 된다고 말해준다. 위태로운 감정도 언젠가는 마주볼 수 있고, 해소할 수 있다고 위로한다. 정처없이 어디론가 발 딛고 싶어지는 소설. 어쩐지 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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