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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의 겨울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이상해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평점 :
프랑스 소설 : 속초에서의 겨울
'속초에서의 겨울'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이방인인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같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의 이방인인 '나'라는 화자에 자신을 일부분 투영해 쓴 소설이다. 그녀는 '속초에서의 겨울'로 2년마다 선정되는 스위스의 문학상 '로베스트 발저 상'을 수상했고, 프랑스에서는 '문필가협회 신인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겨울의 속초를 배경으로 삼아 유럽에 가본 적 없는 젊은 여인인 '나'와 고향인 노르망디에서 영감을 찾아 속초까지 온 중년의 만화가 얀 케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준오라는 모델 지망생과 만나고 있으며 결혼을 약속했지만 얀 케랑에게 끌리게 된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맴돌며 그를 갈구한다. '나'와 얀 케랑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지만 그러한 소통의 불편으로 더욱 의식하게 된다.
"어디에 있든 이방인"인 혼혈의 몸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춥고 지독하게 외롭다. 자기 몸과의 이러한 불편한 관계는 어머니의 공간에서는 폭식으로, 아버지의 공간에서는 거식으로 표현된다. - p. 176
정체성 혼란에 시달렸기에 글쓰기에 매달렸다는 '엘리자 수아 뒤사팽'. 소설속에서는 '식사'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엄마는 늘 '나'에게 무언가를 먹이고 싶어하며 또한 '나'는 얀 케랑에게 언제나 식사를 권한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식사를 하러 오지 않는다. 이를 정체성의 부재에 혼란스러워하는 '나'의 심정을 표출하는 도구로 이용한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에게 노르망디와 닮아보였다는 속초.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나'라는 인물을 그리면서 속초에 이끌리는 그녀를 반대로 뒤집어 놓은 것일까. 노르망디에서 온 '얀 케랑'은 속초에 있는 '나'에게 이끌림의 대상이 된다. '속초와 노르망디의 경계를 허무는 관능의 미학'이라고 평가받는 이 소설로 그녀는 두 경계를 허물어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관능과 긴장으로 묘사한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나'의 감정을 여운있게 그려낸다. 추운 겨울, 참 잘 어울리는 묘한 소설.